카페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는 소비를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빠르게 갈라놓았고 커피는 더 이상 단순한 음료에 머물지 않습니다. 일상 소비재이자 취향을 드러내는 선택지가 되면서 가격과 맛, 공간과 브랜드까지 경쟁의 기준도 촘촘해졌습니다. 접근성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서 카페는 이제 '가야 할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2000원 이하의 저렴한 커피를 앞세워 단시간에 몸집을 키웠습니다. 2500여개 수준이던 '3대장(메가MGC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 매장 수는 6년 만에 1만개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시장에는 초가성비로 요약되는 이들의 성장 공식이 소비 양극화 시대에 유효할 거란 기대와 함께 경쟁 과열로 가맹점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3대장’ 매장 수만 2026년 1월 8969개…‘저가 커피 천국’
소비침체가 저가 커피 브랜드에 성장 기반을 만들어줬다면 코로나19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배달·포장 문화가 확산하자 ‘초저가’와 ‘대용량’을 무기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이들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1700원으로 엔제리너스에 비하면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아메리카노 용량(591mL)은 이디야커피(라지/532mL)보다도 큽니다.
매장 수는 빠르게 불었습니다. 2015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메가커피는 2020년 1200여개에서 매년 400~600개씩 출점한 결과 지난해 12월 4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매장 수는 4117개까지 늘어나 이디야커피를 제치고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최다 매장 1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4년 론칭한 컴포즈커피는 지난해 9월 3000호점을 넘기며 메가커피에 이어 저가 커피 시장 매장 수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빽다방은 2020년 1000호점 돌파했으며 올해 1월 기준 185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스앤씨세인이 운영하는 더벤티는 지난해 1500호점을 넘어서며 3위 빽다방을 추격 중입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원두·부자재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메뉴 구조를 단순화하며 테이크아웃 중심의 초소형 매장 운영으로 고정비를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2000원 이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컴포즈커피는 월 최대 500톤 규모 생산이 가능한 자체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며 원두 수급과 가격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실적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메가커피 운영사인 앤하우스는 2024년 매출 4960억원, 영업이익 107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매출은 8배, 영업이익은 4배가량 뛰었습니다. 빽다방도 2020년 매출 1347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2633억원, 2024년 4419억원 등 매년 규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2024년 영업이익(364억원)은 4년 전보다 4배 늘었습니다.
컴포즈커피는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0.9% 증가한 897억원으로 매장 수에 비해 매출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같은 해 영업이익이 400억원으로 44.6%라는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벤티도 2024년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커피 만으론 안돼”…수익 구조 재설계 나선 저가 커피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자사 앱을 강화하는 한편 인기 아이돌·캐릭터와 협업해 신메뉴 및 굿즈를 선보이며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2000원 이하 커피만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량 구매와 회전율로 수요를 확보하는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되 프리미엄 구성을 통해 추가 소비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메가커피는 지난해 고객 개인화 기능 강화를 골자로 자사앱을 업그레이드한 결과 5일 만에 이용자가 12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해외에서는 몽골,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출점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특히 몽골은 진출 2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수도 울란바토르에 7호점을 오픈했으며 8·9호점 부지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컴포즈커피는 커피 품질에서 경쟁사에 앞서는 분위기입니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카페 트렌드 2025’에 따르면 컴포즈커피는 주요 카페 브랜드별 특성 중 ‘커피맛이 좋은’ 항목에서 저가~고가 비교군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스페셜티 블렌딩 브랜드 ‘비터홀릭’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에서도 일관된 커피 품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빽다방은 올해 이미지 개선 작업에 돌입합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소비자 신뢰성, 운영 전문성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저가 커피 브랜드 4개사 중 최하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올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별도 본부 체계를 구축했으며 외부 전문가 영입도 완료했습니다. 브랜드 리뉴얼도 가능성도 검토 중입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저가 커피가 원재료비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질 수 있지만 이 같은 소비 양극화 상황에서 저가 커피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며 “어중간한 가격과 분위기의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커피 시장 포화와 흔해진 가성비…“차별화 요소 필요”
일각에서는 저가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실제 저가 커피 4개사의 총 매장 수는 2020년 3150여개에서 올해 1월 기준 약 1만500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매장은 발에 치이고 가성비는 흔해진 시대입니다. 가격 이외에 브랜드 정체성을 규정하고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카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한국은 상권이 한정돼 있고 인구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중~고가 커피 브랜드뿐 아니라 저가커피 브랜드까지 매장 수가 엄청 많아졌다. 당장은 커피가 기호 식품을 넘어 필수재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이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저가 커피 매장 늘리기는 이제 거의 한계에 임박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본사로서는 물론 가맹점이 늘어나는 게 좋다”면서도 “점주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까지는 매장이 늘어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당연히 좋게 작용하겠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상권 위협을 받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