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지난해부터 바뀐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실손보험이 오는 4월, 5세대 실손보험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2021년 7월에 등장한 4세대 실손보험 이후 5년 만의 변화라 가입자 입장에는, 4세대 실손도 잘 모르겠는데 '또 바뀌는 거야?'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아무리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라 해도 현장에서 보험영업을 하는 설계사 역시 실손 개정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실손의 역사와 그 내용은 복잡하고 어렵다. 게다가 5세대 실손이 확정되면서 각 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그럼 내 보험 어떻게 해요?' 라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사실 가입자들 의 질문 요지는 단순하다. 지금 내 실손보험을 바꾸는 쪽이 유리한 지, 기존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5세대 실손보험을 꺼내든 가장 큰 이유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한 마디로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뿌리 깊게 이어져 온 도덕적 해이에 따른 과잉 진료는 환자나 병원 누구 한쪽의 탓으로 보기 어렵지만, 전체 가입자의 일부가 실손보험 청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비급여 보험금의 상당액을 타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도수치료, 영양제 주사, 백내장 수술 등을 치료가 아닌 쇼핑하듯 부추기고 이용하는 사례가 그러하다.
이런 일부의 과다한 보험금 청구가 결국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다 보니 5세대 실손보험은 병원을 잘 가지 않는 대다수의 일반 가입자가 이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불공정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4세대 실손보험에서 이전보다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자기 부담률을 높이고 비급여 치료 에 대한 할증제를 도입했으나 이런 고질적 병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어떻게 바뀌는 걸까? 정답은 없다지만 새로운 실손으로의 전환과 기존 보험 유지 중 어떤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한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2003년 10월에서 2008년 5월 사이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장 만기가 끝나는 연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는 80세로 보장이 종료되고, 일부는 100세 만기인 것도 있다.
또한 이때의 실손은 표준화 이전이기 때문에 보장 내용이 보험사마다 다르다. 내 부담금이 거의 없는 실손이기는 해도 연령 상승과 함께 갱신 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에 실제 내가 쓰는 연간 의료비와 연간 보험료를 대조해 보아야 한다. 연간 의료비를 많이 쓰는 유병자라면 우선은 유지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2009년 8월 실손 표준화 이후부터 2013년 4월 이전 가입자에게는 자동 재가입 조항이 없어서 전환은 전적으로 가입자의 선택이다. 이 시기의 실손 역시 보험료 갱신 폭이 크므로 현재 경제 상황, 내 보험료와 실제 의료비 차액을 계산해 전환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2013년 4월 부터 2017년 4월 이전의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15년 재가입 조건이 의무적으로 붙어있다. 즉, 2013년 무렵의 가입자라면 2028년에 당시의 실손으로 바뀌게 된다. 5세대일 수도 있고, 6세대일 수도 있을 테다. 그렇다면 지금 4세대로 전환해 연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뷔페식당에 가면 수많은 음식이 나열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내가 어떤 음식을 얼만큼을 가져다 먹어도 된다. 비싼 식재료로 만든 음식 몇 가지만 공략하든 이것저것 골고루 먹든 혹은 내 위장 이 크지 않아 조금만 먹는다 해도 같은 금액을 내야 한다. 비싼 걸 많이 먹는 사람은 이득이겠지 만 조금만 먹는 사람에게는 그 금액이 아까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먹지 않은 음식은 남게 되어 폐기 처분을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몇몇 요리만을 두고 영업하는 곳을 뷔페식당이랄 수는 없다. 그러다 너무 많은 음식이 남으면 결국 식재료의 낭비와 손해로 이어져 식당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실손보험을 뷔페식당이라 한다면 5세대는 기본 반찬은 확실히 보장하고 만일 비싼 특별 요리를 먹고 싶다면 제값을 더 내고 먹는 것으로 메뉴를 바꾼 식당과 같다. 여기서 기본 반찬은 '중증 질환'을 의미하고 특별 메뉴는 '비급여' 항목이 된다.
보험료를 대폭 낮춰 가 입자의 부담은 줄이되, 급여와 비급여의 자기 부담 한도에 차등을 두었고(급여 20%, 비급여 50%), 도수치료 및 비급여 주사와 비급여 MRI 검사 등 남용 여지가 있는 항목의 보장 한도를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4세대 실손에서는 없었던 ‘중증 질환자의 본인 부담 상한제’를 도입 해 중증 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게 되었다.
내 경우, 2017년 7월에 실손보험에 가입했으나 의료비 청구는 지금까지 총 10회를 넘지 않는다. 병원에 갈 일이 자주 없었고, 실제 갔어도 대부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급여 치료가 많아 청구 할 일이 많지 않았다.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생애 의료비 대부분은 65세 이후에 쓰인다. 즉, 65세 이후의 의료비 대책은 다가올 노후를 대비해 간과할 수 없는 고민이다. 그러므로 내 실손보험이 현재 몇 세대인지, 내 보험료와 평균 의료비 차이 및 향후 실손이 해주지 않는 부분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 생각해 볼 시기다.
한국은 새해 첫 날이 공휴일이고, 음력으로 새해를 여는 설에도 긴 연휴가 있다. 그래서인지 '시작'을 두 번 하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예전엔 그런 게 비효율적이라 여긴 적도 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마치 ‘시작’을 예행 연습하는 느낌이랄까. 지나간 것들은 돌이킬 수 없다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시간의 룰에서 연습이 주어지는 건 오히려 감사한 일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맞이하는 시작 앞에서 음식 가짓수가 화려하게 놓인 뷔페식당에 갈지, 기본이 충실하면서도 특별한 메뉴는 유료로 주문할 수 있는 식당에 갈지, 내게 정말 필요한 음식이 무엇인지 확실하다면 심각하거나 어려운 고민은 아닐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식구들이나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즐겁게 식당까지 갈 수 있는 건강함과 화목함아니던가?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