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전쟁을 되돌아보면 미국의 기술적 우월함에 기반한 자신만만함이 얼마나 경솔한 처사였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신만만함 뒤에는 비교적 덜 발달한 사회나 적의 능력을 강대한 문명의 힘이 언제나 능가할 것이라는 문화적으로 학습된 전제가 깔려 있다."
독일 민덴의 유대인 가정에서 1858년 태어난 프란츠 보아스는 1881년 '바닷물의 색깔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보아스는 물리적 빛의 굴절이 어떻게 인간의 눈에 특정 색으로 인식되는지 연구하면서 '객관적 물리 세계'와 '주관적 인식 세계' 사이의 관계에 깊은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실제와 이를 인식하는 인간의 인식 체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끌렸기 때문입니다.
지리학자로 자리잡은 보아스는 1883년부터 1884년까지 캐나다 배핀섬에서 이누이트(에스키모)족을 연구하러 떠났다가 학문 및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당시 학계에서는 '추운 곳에 살면 게으르다'는 식의 환경 결정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보아스가 직접 겪은 이누이트족의 삶은 달랐습니다. 이누이트족은 얼음에도 수십가지 이름을 붙일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났고 북극의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풍습을 만들었습니다. 보아스는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환경이나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그들이 공유하는 '문화'임을 깨달았습니다.
보아스는 1896년 컬럼비아 대학에 부임하면서 미국 최초의 인류학 박사 과정을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아만인에서 문명인으로 진화한다"는 서구 중심적 사고를 비판하며 모든 문화는 각자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문화 상대주의를 주창하며 현대 인류학의 토대를 완성했습니다.
저자는 종교와 세속주의, 물질문화의 관계를 탐구해온 인류학자입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16년간 재직했고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원제가 'HOW TO THINK AN ANTHROPOLOGIST'인 이 책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런던정경대, 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 인류학 과정의 필독서이자 입문서로도 유명합니다. 덕분에 문화인류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문화인류학의 개요와 주요 학자들, 그리고 최신 흐름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책은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인류학의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민족지 연구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문화, 문명, 권위, 이성 같은 개념들이 서로 다른 사회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설명합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따른 중동 전쟁 발발로 세계적인 혼란이 가중 된 상황에서 저자가 앞서 미국이 개입했던 전쟁들에 대한 통찰은 눈에 띕니다. 책은 현대 국제정치에서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 중심 질서, 개인의 자유 같은 가치를 보편적인 기준으로 전재해 왔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인류학은 이러한 가치들조차 특정한 문화와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강조합니다.
즉 어떤 사회에서는 국가보다 종교 공동체가 더 현실적인 정치 단위일 수 있고, 어떤 사회에서는 가족과 집단의 명예가 개인의 명예보다 우선할 수도 있다고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개입은 쉽게 실패로 이어지며 실제로 미국의 중동 전쟁과 국제 개발 프로젝트가 매번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인류학적 감수성과 문화상대주의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상식과 가치에 질문을 던지며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인류학 교양서"라고 정의했습니다.
책을 번역한 박영서는 액티비즘과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정치적 삶을 구성하는 감정과 윤리를 연구하는 인류학자이며 스탠퍼드대를 졸업하 케임브리지대 인류학 박사를 받았습니다다. 현재 런던정경대(LSE) 인류학과에 재직중이다. 김재완은 케임브리지대 사회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류학을 전공한 역자들의 매끄러운 번역 덕에 책장을 넘기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