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찬 심리상담사ㅣJTBC 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연출 이재훈, 극본 이이진, 출연 한지민, 박성훈, 이기택 등)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선 남녀가 소개팅을 통해 사랑의 대상을 찾아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에서 이의영(한지민 분)은 스케줄을 빼곡히 채워 소개팅을 이어 가며 한 가지 진실을 깨닫는다.
"소개팅을 하며 알게 된 건, 세상은 넓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 중에 똑같은 사람은 아니 비슷한 사람도 없었다. 다들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우주였다."
이의영처럼 사랑의 대상을 찾아 소개팅과 만남을 반복하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사람은 결코 몇 가지 정보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도 직업, 나이, 성격, 첫인상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차분해 보이지만 오래된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무심해 보이지만 관계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사람을 하나의 우주에 비유할 수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시간과 경험, 상처와 기대, 관계 방식과 정서적 기억을 품은 유일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는 송태섭(박성훈 분)처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각자의 가치관과 신념이 작동한다. 가치관과 신념은 우주를 바라보는 천체 망원경과 같다. 우리는 눈앞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그를 해석한다. 어떤 사람은 안정감과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은 설렘과 감정 표현을 더 크게 본다. 어떤 사람은 상대의 작은 거리감도 거절로 받아들이지만, 또 다른 사람은 친밀한 접근을 부담이나 침범으로 느끼기도 한다. 같은 사람을 만나도 전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를 바라보는 가치관과 신념의 렌즈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심리상담학에서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데 가장 유용한 틀 가운데 하나가 애착이론이다. 애착이론은 초기 관계 경험이 이후 친밀한 관계에서의 정서조절 방식과 대인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성인기 관계에서도 어떤 사람은 상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며 쉽게 불안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관계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감정을 통제하거나 거리를 두려 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신경 쓰일수록 더 사무적으로 행동하거나, 배려한답시고 물러난 태도가 오히려 상대에게는 거리감으로 읽히는 일이 생긴다. 겉으로는 무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두려움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사랑에서의 엇갈림은 감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런 차이 속에서 이의영과 엇갈리던 송태섭은 이렇게 말한다.
"이상하죠. 배려한답시고 한 행동이 오히려 서로를 더 멀어지게 만들고 더 이상 신경 안 쓰려고 하면 더 의식하게 돼. 오늘도 사무적으로만 대하려고 했는데 사실 지금도 의영 씨가 너무 신경 쓰이거든요."
이의영과 송태섭은 30대다. 20대의 만남이 그때그때의 감정과 설렘에 더 가까웠다면, 30대의 만남은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며 두 사람의 속도와 타이밍을 맞춰 가는 과정에 가깝다. 이 시기의 사랑은 단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혼에 대한 생각, 직업, 생활방식, 정서적 성숙 정도, 지나온 상처의 경험 여부, 관계에 대한 기대까지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30대의 만남은 때로 너무 따져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덜 순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랑이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욱 중요한 선택이 되었을 뿐이다. 즉, 사랑이 복잡해진 것이다.
송태섭은 이의영과 다시 만난 자리에서 묻는다. "의영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내가 의영 씨를 어떻게 기억하면 좋겠어요?" 이에 의영은 답한다. "태섭 씨가 본 모습들, 저 아니라고는 못 해요. 하지만 그게 제 전부는 아니에요. 다른 나도 보여주고 싶어요.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이때 의영은 "다시 바닥까지 솔직해지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숨기지 않은 채 송태섭 앞에 내어놓는다.
사랑의 만남에서 친밀감은 자기노출에서 시작된다. 자기노출이란 자신의 정보와 감정, 생각과 상처 같은 내면의 맥락을 상대에게 조금씩 드러내는 과정이다. 친밀감은 상대가 나를 오해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본 모습도 나의 일부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설명하는 데서 깊어진다. 그래서 사랑은 결국 나를 설명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설명이란 변명하거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부분적인 오해를 견디면서도, 왜 내가 그렇게 반응했는지,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상처가 지금의 태도에 영향을 주는지를 조금 더 정확하게 보여 주는 태도에 가깝다.
사람은 저마다 하나의 넓은 우주와 같다. 그래서 사랑은 그 사람을 한 번에 다 알고 내 뜻대로 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각자 다른 생각과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그렇기에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능력이 아니다. 내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상대를 보고 있는지 돌아보고, 내 진짜 모습을 조금 더 정확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30대의 사랑이 조심스럽고 복잡해 보이는 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사랑이 삶과 더 깊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진 것이다. 그래서 30대의 사랑은 단순한 설렘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을 설명하고, 속도를 맞추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은 비로소 깊어진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