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호식 기자ㅣ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ESG 의무 공시 로드맵 초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안이 국회와 기후 및 ESG 싱크탱크에서 나왔습니다.
‘ESG 의무 공시 로드맵 초안’이 글로벌 흐름과 속도에 뒤처질 뿐만 아니라 K-GX(대한민국 녹색대전환)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들과도 배치된다는 겁니다. 특히 최초 공시대상 확장, 스코프3의 유예기간 단축, 법정공시 체제 조기 확립 등에 대한 로드맵 초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 국회ESG포럼 민병덕 공동대표, 기후 및 ESG 싱크탱크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그리고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로드맵 초안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금융위는 ’28년(FY27)에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거래소 공시로 일정기간 동안 시행한 후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 공시로 전환하고, 기타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Scope3)는 3년 유예한 ’31년(FY30)에 의무화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았습니다.
그러나 기자회견 참여단체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수출기업이라는 특수성에 기반해 기업의 ‘단기적 부담’만을 충실히 반영한 설계된 안”이라며 “공시시기·공시대상·공시채널·스코프3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흐름에 한참 뒤처진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 초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기후경제 시대에 우리기업의 체질개선과 산업전환 촉진을 통한 기후경쟁력 제고,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에 실패해 향후 우리경제에 심각한 구조적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국제적인 ESG금융 시장에서 외면받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겁니다.
참여단체들은 특히 로드맵 초안의 방안은 ESG와 관련한 다른 정책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적 모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주친하고 있는 기후금융 활성화, 전환금융 통한 기업 및 산업 전환 촉진, 밸류업 및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실효성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K-GX)를 통한 녹색문명국가라는 큰 그림과도 명백히 배치되는 정책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청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고 비교가능한 ESG 정보가 빠르게 구축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 "공시시기 및 공시대상, 연결자산총액 5조원부터 시작 제안"
참여단체는 구체적으로 우선 공시시기와 공시대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단체는 "연결자산총액 30조원에 해당하는 코스피 상장 기업 수는 58개밖에 되지 않으며, 그나마도 금융기관이 29개를 차지한다"며 "전환 촉진의 대상이 되는 다수의 기업들과 산업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반면 EU, 영국, 캐나다, 일본, 중국, 호주 등은 우리나라보다 공시시기가 빠르며 최초 공시대상도 월등히 많다"며 "특히 공급망 경쟁국인 일본은 ’27년(FY26)에 약 172개, ’28년(FY27)에는 약 343개로 증가한다. 중국도 공시의무화 최초 시점인 26년(FY25)에 약 458개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총장은 "문제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30년까지는 계획했던 공시가 완료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무리 빨라도 ’33년(FY32)에야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된다"며 "ESG 정보의 공백 상태에서 국제적인 ESG 자금은 공시가 투명한 나라의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67%), CDP 응답(62.3%),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목표관리제 포함(174개) 등을 고려하면 연결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약 223개부터 의무공시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용성이 문제라면 5조원 이상 약 156개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5조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기준선이고 한국경제의 실질적인 대형 우량주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스코프 3, 면책책임 전제로 한 1년 유예 제안"
스코프 3와 관련해서는 대안으로 면책책임 전제로 한 1년 유예를 제안했습니다.
스코프3는 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 75~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배출량입니다. 금융위는 측정·산정 등의 어려움을 들어 3년 유예한 ’31년(FY30)부터 의무공시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ISSB는 1년 유예를 제시했고, EU는 유예기간이 없습니다. 캐나다 3년을 제외하고 영국, 호주, 일본은 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80일~1년입니다. 중국은 자율공시 유도부터 시작해 ’30년에는 모든 의무공시 대상 기업에 확대됩니다.
단체들은 우리 기업들의 스코프 3 공시역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근거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코프 3를 CDP에 보고하는 우리 기업은 ’23년 127개, ’24년 158개, ’25년에는 222개사로 급증했고, 이들 기업은 스코프 3의 15개 카테고리 중 평균 8개 항목을 이미 산정해 보고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플랜1.5 한수연 정책활동가는 "스코프 3의 3년 유예는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스코프 3 공시를 ‘처음에는 느슨하게 나중에 강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법적 예측성을 높이는 방법을 채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스코프 3를 제외하면 기업의 기후영향, 기업의 기후에 의한 재무적 리스크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어, 글로벌 투자자로 하여금 한국 기업의 ESG 공시 정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신호만 줄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글로벌처럼 1년 유예하되, 추정지 기반 데이터의 오류에 대해서는 산정의 합리성 확보 노력을 전제로 세이프 하버를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시채널, 거래소 공시 1년 후 법정공시 전환"
참여단체들은 거래소 공시 후 법정공시로 전환한다는 금융위의 공시채널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거래소 공시는 한국거래소와 상장회가 간 계약관계에 근거해 구조적으로 ‘약한 공시’로, 정보의 신뢰성이 법정공시보다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거래소 공시는 법정공시가 가지고 있는 징역 또는 벌금이라는 형사적 처벌이 없고 행정적 처벌, 시장상의 제재, 민사상 책임 등 모든 면에서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단체는 "그만큼 ESG 워싱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재무제표와의 연계성 또한 약하다"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처음부터 법정공시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를 제외한 EU,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법정공시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녹색전환연구소 정영주 연구원은 "정보의 품질과 신뢰성 제고, ESG 워싱 우려, 산업 전반의 전환 촉진, 투자자들의 신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도입시부터 법정공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거래소 공시라는 완충 기간을 도입한다면, 그 기간이 결코 길어서는 안된다”
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공시대상 별로 완충 기간을 1년 정도로 설정하고 차례로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공시의 기반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맗했습니다.
◇"제3자 인증 의무화 통해 ESG정보 신뢰성 높여야"
참여단체들은 제3자 인증이 공시된 ESG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중 하나인데, 금융위는 로드맵에 인증에 대한 시간표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도입초기에는 자율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하되 추후 주요국 동향을 반영해 단계적 의무화 방안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주요국 대부분은 의무 공시시기와 동시, 혹은 1년 이후에 제한적 인증 수준에서 의무화를 시작해 합리적 인증 의무화로 가는 단계적 로드맵을 발표했다"며 "심지어 우리나라의 공급망 경쟁국인 중국은 ’26년(회계연도), 일본은 28년(회계연도)부터 제한적 인증 의무화를 시작하는데, 우리나라는 자율인데다가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부재해 글로벌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인증 시간표 제시를 요구했습니다. 또 "ESG 의무 공시제도가 기업의 탄소중립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녹색 일자리와 친환경 투자의 비전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참여단체들은 "ESG 공시는 단순한 정보공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혁신이며 전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ESG 의무 공시 지연은 기업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 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부식시키는 길, 공급망을 잃게 하고 투자를 이탈하게 만드는 길"이라며 "이번에 제시한 합리적 대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수용을 요구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참여단체들은 4월중 로드맵이 확정되기 이전에 국회, 청와대 등에 의견을 전달하고 캠페인, 관여활동 등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