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타고 번지는 국내 디저트 유행 주기가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편의점들은 전담 MD(상품 기획자) 조직을 꾸리고 인공지능(AI) 분석까지 총동원해 유행을 재빨리 상품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다만 초단기 유행이 굳어지면서 출시 타이밍과 재고를 둘러싼 고민도 함께 커지는 모습입니다.
크로플 175일→두쫀쿠 14일 ‘유행반감기’ 급감
8일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2020년대 들어 화제가 된 주요 디저트들의 유행 지속 기간이 전반적으로 짧아진 흐름입니다. 특히 검색량이 정점(100)에 오른 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걸린 기간인 ‘유행 반감기’를 기준으로 보면 단축 속도가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크루아상과 와플을 결합한 디저트인 ‘크로플’은 2020년 여름부터 1년 가까이 유행했고 반감기는 175일이었습니다. 이어 ‘탕후루’는 약 10개월간 유행했고 반감기가 56일로 줄었습니다. 2024년 초 요거트 아이스크림 열풍을 이끈 ‘요아정’은 유행 반감기가 49일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후에는 유행 수명이 더 짧아졌습니다. 2024년 봄 시작된 ‘두바이 초콜릿’ 유행은 약 4개월간 이어졌고 지난해 말 화제의 중심에 섰던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는 3개월에 그쳤습니다. 두 제품의 유행 반감기는 모두 14일 안팎으로 크로플과 비교하면 유행 지속 기간이 12분의 1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제는 ‘한 달짜리 유행’도 낯설지 않습니다. 올해 2월 초 관심을 모은 ‘봄동비빔밥’은 3월 초 검색량이 정점에 도달한 뒤 같은 달 말 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두쫀쿠의 뒤를 이을 차세대 디저트 강자로 거론되던 ‘버터떡’도 3월 초 검색량이 정점을 찍은 후 관심이 빠르게 식는 분위기입니다.
업계는 숏폼을 중심으로 한 SNS 바이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 빨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증을 위한 소비나 일회성 경험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아 목적 달성 후에는 반복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유행에 유독 민감한 국내 소비 특성이 초단기 유행을 부채질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SNS 유행 포착 후 빠른 상품화로 이슈 선점..경쟁력 부상
SNS발 인기 상품의 생애 주기가 짧아지면서 트렌드 대응 속도가 편의점 경쟁력으로 떠올랐습니다. CU는 상품 MD들이 SNS와 커뮤니티, 국내외 소비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유행 포착 후에는 협력사와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CU는 발 빠른 디저트 상품화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렸습니다. 두쫀쿠 열풍이 전국적으로 번지기 전인 지난해 10월 중순 업계 최초로 ‘두바이 쫀득 찹쌀떡’을 내놨습니다. 2024년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곳도 CU입니다. 두바이 관련 상품 누적 판매량은 15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GS25는 정교한 고객 분석을 위해 2022년부터 사내 포털에 자체 ‘AI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소비자 반응과 상품 언급량 추이, 주요 상권 및 점포 유형별 수요를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고객 성별과 연령은 물론 식감·향·모양 같은 맛 특성까지 분석해 상품 기획해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븐일레븐도 전담 MD와 관련 팀이 국내외 SNS 채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트렌드 리포트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글로벌 디저트 유행 흐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맛뿐 아니라 콘셉트, IP 협업 같은 부가 요소도 흥행을 좌우하는 만큼 기획 단계부터 제조사와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차별화 디저트의 모객 효과는 분명합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 두바이쫀득쿠키 출시 이후 1분기 냉장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늘었습니다. 상품화 기간도 과거 수개월에서 현재는 2주~1개월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CU 역시 최근 3개년 디저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04%, 25%, 62% 증가했습니다.
편의점 출시되면 유행 끝물?..빠른 출시에도 한계 존재
편의점들은 매해 축적된 트렌드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품화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는 여전합니다. 대량 생산과 전국 유통 체계를 거쳐야 하는 업태 특성상 개인 매장처럼 즉각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행 시점을 일주일만 놓쳐도 판매 흐름이 크게 달라져 재고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입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상품은 대량 생산과 품질 및 위생 검증, 전국 물류망 유통 등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개인 매장에서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디저트 메뉴 출시 속도에 발맞춰 따라가기에는 물리적으로 속도가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디저트 유행이 폭발적으로 번졌다가 빠르게 가라앉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양산하는 시점 자체가 이미 유행이 꺾인 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유통 채널들이 생산량 조절과 출시 타이밍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행 주기가 빨라지다 보니 편의점이 제품을 출시할 때는 이미 트렌드가 지나가 '뒷북'을 치는 상황이 잦아질 수 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편의점에 출시되면 그 유행은 끝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