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2019년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주역은 한국영화였습니다. 당시 92년 아카데미 영화상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작품이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습니다.
<기생충>에는 현직 기자가 실제 기자 역으로 카메오 출연해 언론계 내에서는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봉 감독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언론사에 재직 중인 기자를 섭외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봉 감독의 눈에 띈 기자 중 한 명이 바로 JTBC의 심수미 기자였습니다.
봉 감독은 2016년 하반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심 기자가 최순실 태블릿을 보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은 진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정권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뒤바꾼 사건을 보도하면서 긴장했던 심 기자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입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굵직한 사건의 중심부에 있었던 JTBC 심수미 기자가 지난 취재 경험을 되돌아보며 단단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쓴 에세이를 냈습니다. 2016년 국정농단 테블릿 PC 보도 등을 공동취재하며 한국기자상과 관훈언론상, 올해의 여기자상 등을 수상하며 강단 있던 모습 안에 감춰져 있던 여러 고민과 언론계의 뒷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아직도 일부 세력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는 박근혜 국정농단 태블릿 PC 취재 당시에 벌어졌던 일들의 막전막후를 풀어냈습니다. 당시의 언론사간의 취재경쟁과 남들보다 앞서 보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언론사 내부의 정황들이 흥미진진합니다. 결정적 제보자와의 취재 후일담은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역사의 수레가 굴러가는 그 순간들을 옆에서 목격한 심 기자는 운도 결국 꾸준히 준비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임을 취재과정 중 직접 경험한 일로 설명합니다.
책의 중반부와 후반부는 한 명의 취업준비생으로서 험난한 취업 과정을 겪고 언론사에 몸을 담은 이후, 조직 내 부침과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오직 일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헤쳐 나간 '커리어 우먼' 성장기와 그 과정 속에서 안면마비 등 번 아웃 증상을 겪은 개인의 심정이 에피소드 별로 담겨있습니다. 또한 태블릿 PC 보도 이후 받은 협박과 법정에서의 고초도 털어놓았습니다.
언론사라는 다소 특수한 환경 속에서의 애환이 도드라지지만 결국 일에 대한 헌신과 승부욕으로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의 여러 경험담과 성찰은 '직업'에 대한 애정으로 치환됩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업의 본질을 이해하며 일을 사랑하는 이들이 어떤 에너지를 내며 조직에서 성장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많은 분야'로 늘 꼽히는 곳이 언론계입니다. 역으로 그만큼 아직 대중적인 기대치가 언론에 남아 있기 때문이지만, 정작 언론계 내부에서 어떻게 취재가 되고 어떤 고민을 거쳐 뉴스가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덜 합니다.
기자가 기사로 말을 해야지 굳이 에세이를 통해 전하려는 말이 무엇일까?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보다 애정을 가진다면, 영화를 볼 때 단순히 영화만 보지 않고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무슨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영화 제작과정에서 어떤 난관이 있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가다보면 영화의 의미가 더욱 풍성해지고 결국 세상을 보다 입체적이고 그 안에 진실을 찾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게 됩니다.
심 기자의 에세이 역시 90초 방송 뉴스를 위해 조명 없는 곳에서 몇 날 며칠을 취재하고 확인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특별히 과장하거나 자기 연민하지 않고 가감없이 드러냄으로서 기사와 그 기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를 통해 어떤 기사가, 어떤 보도가 더 공익에 부합하고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 하나를 더 보탤 수 있습니다.
심 기자는 '오늘도 질문하는 기자의 뉴스가 되지 못한 문장들'이란 부제의 에세이 첫 머리에 책을 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길어야 2분, 보통은 90초 남짓한 방송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 최소 천 배, 만 배의 시간을 들여 고생하고 고민했던 흔적을 담아봤다. 이 기록이 우리 사회에 짙게 깔린 언론 불신과 냉소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