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한국이 신규 석탄발전 개발을 중단하며 탈석탄 전환의 출발선에 섰지만, 현재 운영 중인 약 40GW 규모의 석탄발전 설비를 어떻게 줄일지가 향후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21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미국 기후·에너지 연구기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 '석탄의 경제 대전환(Boom and Bust 2026)'에서 한국은 신규 석탄발전 개발 계획이 없는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 현황을 추적하는 자료로, GEM을 비롯해 기후솔루션, Kiko Network, CREA, E3G, Reclaim Finance, Trend Asia 등 국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무감축 석탄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신규 석탄발전 개발을 중단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한국은 2025년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준공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신규 석탄발전 설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규 석탄발전 '0GW'가 곧 탈석탄 완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GEM은 한국의 운영 중 석탄발전 설비를 41.5GW로 집계했습니다. 이는 중앙급전 석탄발전 외에 비중앙 석탄, IGCC, 일부 혼소·열병합 설비 등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약 절반만 2040년 이전 폐쇄 일정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5년 한 해 폐지된 석탄발전 설비는 0.5GW에 그쳤고, 2015년 이후 누적 폐지 규모도 3.9GW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이 일본과 달리 신규 석탄발전 개발 대열에서 벗어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남은 석탄 설비의 폐쇄 순서와 시기, 대체 전원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2040년 탈석탄 목표가 선언에 머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과의 차이도 보고서에서 부각됐습니다. 일본은 53GW 규모의 석탄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큰 규모입니다. 보고서는 일본이 아직 국가 차원의 구속력 있는 석탄발전 폐지 일정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단순히 노후 발전소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방식만으로는 탈석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아직 설계수명이 남은 석탄발전 설비가 적지 않은 만큼 발전소별 폐쇄 일정, 공적투자 전환 원칙, 송전망 활용 방안, 지역과 노동자 지원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석탄발전 폐쇄 약속이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GEM에 따르면 2025년 폐지 예정이던 전 세계 석탄발전 유닛의 약 70%가 실제로는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예정 폐지의 69%, 미국에서는 59%가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흐름이 한국에도 경고가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계획상 한국 운영 석탄발전의 절반가량만 2040년 이전 폐쇄 일정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구체적 실행계획이 없다면 탈석탄 일정도 지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부가 2040년 이후에도 설계수명이 남은 석탄발전 21기를 '안보전원'으로 남기는 방침을 유지할 경우, 신규 석탄발전 중단의 의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기후솔루션은 별도 이슈브리프를 통해 해당 21기의 규모가 총 19.099GW에 이르며, 남은 수명 동안 용량요금을 지급할 경우 약 10조7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석탄발전을 대기 전원으로 유지하기보다 폐지 부지와 송전망, 접속선로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지역 전환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부 계획에도 관련 방향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는 석탄발전소 폐지 부지를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활용하고, 폐지 석탄 접속선로를 재생에너지 접속에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석탄발전소 폐지 지역과 노동자 지원 특별법 제정,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수립, 발전공기업의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방안도 언급됐습니다.
관건은 이 과제들이 실제 석탄발전 폐쇄 일정과 실제 정부 정책에 따라 구속력 있게 연결되느냐입니다. 발전소별 폐쇄 시점과 전력수급 보완책, 지역경제 전환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탈석탄 정책의 실행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세계 석탄발전 시장에서도 설비와 발전량 사이의 괴리가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3.5% 증가했지만, 실제 석탄발전량은 0.6% 감소했습니다. 석탄발전소가 늘었다고 해서 실제 이용량이 함께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습니다. 중국은 2025년 석탄발전 설비가 6% 증가했지만 발전량은 1.2% 감소했습니다. 인도 역시 설비는 3.8% 늘었으나 발전량은 2.9% 줄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이 신규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면서 석탄 설비 확대와 실제 이용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분석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대규모 석탄발전 개발 계획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5년 신규 및 재개 석탄발전 프로젝트가 161.7G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체적으로 500GW가 넘는 석탄발전 설비를 개발 중입니다. 인도도 착공 전 계획 단계 설비와 건설 중 설비를 합쳐 130GW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석탄발전 개발 국가는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신규 석탄발전을 제안하거나 건설 중인 국가는 2024년 38개국에서 2025년 32개국으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은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약속하며 브라질, 온두라스와 함께 석탄발전 개발 대열에서 이탈한 국가로 언급됐습니다.
크리스틴 시어러 GEM 글로벌 석탄발전 추적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은 지난해 석탄발전 폐지 약속을 통해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는 한국이 미래 에너지 체계에서 석탄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아일린 리퍼트 연구원은 "전 세계 석탄 전환은 속도를 내고 있으며, 한국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기회를 갖고 있다"며 "국가 녹색채권 등 수단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장기 경제 경쟁력을 함께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