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기 한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자문위원ㅣ지난 7월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1987년 세계 인구가 처음으로 50억 명을 돌파한 것을 계기로, 인구 변화가 사회·경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유엔(UN)이 공식 지정한 날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인구 폭발이 우려를 낳고 있지만 대한민국 지자체들이 준비한 세계 인구의 날 행사 대부분이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불과 반세기 전인 1960~70년대만 해도 우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전국 곳곳에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나붙던 나라가 이제는 경제의 허리인 생산가능인구의 급감과 고령 인구 비율의 폭발적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처했다. 인구 구조가 항아리형을 지나 극단적인 역삼각형으로 고착화되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초저출생과 초고령화라는 두 마리의 ‘회색 코뿔소’와 아슬아슬한 동거를 이어오고 있다. 멀리서부터 쿵쾅거리며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이 육중한 코뿔소를 보면서도 당장의 위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해 온 대가를 치를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 문제는 건강보험료 급증, 국민연금 고갈, 노동력 부족 등 거시경제적 위기로 직결된다. 하지만 더 뼈아픈 문제는 그 이면에서 자라나는 세대 간의 갈등과 사회적 연대의 붕괴다.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 세대가 더 많은 노인 세대의 복지 비용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세대 간 불신과 원망을 잉태한다. 최근 청년 세대가 생존과 공정에 그토록 절박하게 매달리는 현상 역시 이러한 암울한 미래 전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청년들은 팍팍한 생존의 굴레 속에서 축복이어야 할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고 있으며, 노인들은 OECD 최고 수준의 빈곤율 속에서 외롭게 고립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현금성 장려금이나 캠페인 몇 개로 풀 수 있는 단순한 1차 방정식이 아니다. 코뿔소의 뿔에 받히기 전에 우리 사회의 뼈대를 다시 세우는 근본적인 구조 혁신과 세대 간 대화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첫째, 고령층을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단순한 부양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자산이자 새로운 생산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점진적인 정년 연장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하여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을 막아야 한다. 또 시니어 세대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해 이들이 경제활동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둘째, 청년들의 출산과 육아를 가로막는 경제적·문화적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여성에게 편중된 돌봄의 책임을 국가와 기업,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 남녀 모두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혁신해야 하며 주거 안정이라는 근본적인 물꼬를 터주어 청년들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 균형 발전이 실현돼야 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치솟는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는 저출생의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지역에서도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를 누릴 수 있도록 파격적인 권한 이양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포용적인 이민 정책과 개방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국내의 자구책만으로는 역부족인 인구 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우수한 외국 인력과 이민자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융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시민 의식의 성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구문제 대책의 진정한 종착역은 모든 세대의 불안을 잠재우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회색 코뿔소의 발걸음이 우리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 기득권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사회적 대타협을 서둘러야만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




![[2026 2분기 실적] KG케미칼, 영업이익 909억…전년比 15.3↑](https://www.inthenews.co.kr/data/cache/public/photos/20260833/art_17866721160739_4df793_120x9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