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 급증에 힘입어 소폭 성장했습니다. 개인의 신차 구매는 줄고 법인·사업자와 수입 전기차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시장 구조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상산업조사실은 ‘2026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신규등록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신규등록 대수가 85만636대로 전년 동기보다 1.3%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부품사 화재에 따른 공급 차질과 고유가·고환율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두 배 이상 늘며 전체 시장을 지탱했습니다.
보고서는 전기차 보조금 조기 집행과 추가경정예산 반영, 개별소비세 감면 종료 전 출고 증가 등이 상반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고유가도 유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전기차가 끌어올린 1.3% 성장
올해 상반기 승용차 신규등록은 75만2404대로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습니다. 승합차는 1만710대로 14.0% 감소했지만 화물차는 8만4920대로 5.9% 늘었고, 특수차는 2602대로 1.3% 증가했습니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경·소형과 중형 차급이 성장한 반면 대형차 판매가 크게 줄었습니다.
경·소형차는 고유가와 고금리, 차량 가격 상승으로 경제성을 중시하는 수요가 늘면서 9.9% 증가한 4만5917대를 기록했습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집중된 중형급은 55만2734대로 11.0% 늘어 전체 시장의 65.0%를 차지했습니다.
대형차는 고유가 부담과 하반기 신차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 등의 영향으로 24.9% 감소한 15만3753대에 그쳤습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상반기 24.4%에서 18.1%로 낮아졌습니다.
승합차는 국내 제조사의 생산라인 조정과 출고 지연, 수입 전기 승합차의 보조금 축소, 고금리에 따른 차량 교체 연기 등이 겹치며 감소했습니다.
반면 화물차는 건설경기 침체와 중대형 차급 부진에도 신규 전동화 모델이 출시되면서 반등했습니다. 특히 기아의 전용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가 전기 화물차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신차 4대 중 1대는 전기차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신규등록은 19만8509대로 전년 동기보다 113.6% 급증했습니다. 전체 신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1.1%에서 23.3%로 12.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사실상 신차 4대 가운데 1대가 전기차로 판매된 셈입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합한 전기동력차는 총 49만1498대로 27.1% 증가했습니다. 전체 신규등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8%에 달했습니다.
전기동력차가 이미 시장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순수 내연기관차의 비중은 42%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휘발유차는 27만3007대로 16.9%, LPG차는 6만3167대로 10.5% 감소했습니다. 경유차는 2만603대로 59.5% 급감했습니다. 중대형 상용차의 생산 차질과 승용 디젤 트림 축소, 연료비 부담, 환경규제 대응에 따른 차량 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28만9814대로 0.9% 감소했습니다. 풀하이브리드가 부품사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상반기 전체 판매가 전년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수소전기차는 2세대 넥쏘 판매 증가에 힘입어 3175대로 146.5%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내연기관차 판매 급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전동화 전환뿐 아니라 중대형 상용차 제조사의 조업 중단과 출고 지연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반기 생산이 정상화되면 내연기관 상용차 비중이 일부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기아·테슬라·현대차, 전기차 시장 83% 차지
제조사별 전기차 신규등록에서는 기아가 7만362대로 1위에 올랐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152.4% 증가했으며 시장점유율은 35.4%에 달했습니다.
기아는 EV3와 EV4, EV5 등 비교적 가격 접근성이 높은 전기차를 확대하고 전용 PBV인 PV5 판매를 본격화한 것이 성장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테슬라는 5만6136대로 192.5% 증가하며 점유율 28.3%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차는 3만8354대로 42.5% 늘었고 점유율은 19.6%였습니다. 기아와 테슬라, 현대차 등 상위 3개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83.3%에 달했습니다.
BYD는 지난해 국내시장 진출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1만1667대를 판매했습니다. 점유율 5.9%로 제조사 순위 4위에 올랐습니다.
모델별로는 테슬라 모델 Y가 4만3364대로 전기차 시장의 21.8%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81.3% 증가한 규모입니다. 기아 EV3는 1만8006대, EV5는 1만5409대, PV5는 1만4756대가 등록됐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1만1306대, 테슬라 모델 3는 8864대, 기아 EV4는 7606대, 현대차 아이오닉 9은 6999대를 기록했습니다.
전기 승용차 판매는 17만2053대로 114.9% 늘었고 전기차 침투율은 22.9%를 기록했습니다. 전기 화물차는 PV5 카고 등의 판매에 힘입어 2만5107대로 114.5% 증가했습니다.
수입 전기차 151.9% 증가…국산 비중 57.5%로 하락
국산 전기차는 11만4046대로 전년 동기보다 92.0% 증가했습니다. 수입 전기차는 8만4463대로 151.9% 늘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졌지만 수입차 증가율이 국산차를 웃돌면서 국산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63.9%에서 올해 57.5%로 하락했습니다. 수입 전기차 비중은 42.5%까지 높아졌습니다.
수입차 전체 신규등록은 19만2703대로 전년 동기보다 30.0% 증가했습니다. 수입 승용차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31.7% 증가한 반면 수입 상용차는 29.9% 감소했습니다.
테슬라의 중국 생산 모델 Y·모델 3 출고 확대와 BYD 신차 출시가 수입 승용차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수입 승합차와 화물차는 강화된 전기차 보조금 요건과 건설경기 부진, 소형 전기 화물차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조국 기준으로는 중국산 자동차가 7만9444대로 127.8% 증가했습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3.5%에서 41.2%로 확대됐습니다.
중국은 5만7954대에 그친 독일을 제치고 수입차 제조국 1위에 올랐습니다. 독일산 자동차는 3.0% 감소했고 미국산은 4.3%, 일본산은 7.7% 증가했습니다.
중국산 전기차만 놓고 보면 신규등록 대수는 6만9513대로 178.7% 증가했습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생산 차량의 점유율은 35.0%까지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계 브랜드인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생산 물량입니다. 제조국과 브랜드 국적을 구분해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 구매 줄고 법인·렌터카 시장 확대
승용차 구매 주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개인 구매는 49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습니다. 전체 승용차 구매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8.0%에서 65.1%로 하락했습니다.
법인·사업자 구매는 26만3000대로 10.5% 증가했고 비중은 32.0%에서 34.9%로 상승했습니다. 법인·사업자 가운데 대여사업용 차량은 14만4000대에서 16만7000대로 16.0% 증가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의 신차 구매가 15.7% 감소했습니다. 차량 가격과 유지비 부담으로 젊은 소비층의 이동 방식이 차량 소유에서 렌트·리스·공유 등 이용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30대는 2.3%, 40대는 2.9%, 50대는 3.9%, 60대는 1.8% 감소했습니다. 가계부채 상환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력 구매층이 소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70대 이상 구매는 6.7% 증가했습니다. 고령 인구 확대와 경제활동 기간 연장에 따라 이동 수요와 대체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됐습니다.
보고서는 향후 내수 진작 정책도 개인 구매자 중심에서 법인·플릿 시장과 고령층 수요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장기 렌트와 리스 시장의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탑재한 차량을 구매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지역 전기차 보급, 수도권 밖으로 확산
지역별 전기차 침투율에서는 경상북도와 충청북도가 각각 30.6%, 30.5%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두 지역에서는 상반기 신차 구매자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전기차를 선택했습니다.
세종시는 전기차 신규등록이 1605대로 354.7%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전기차 침투율은 26.3%였습니다.
강원도는 189.5% 증가했고 제주도는 렌터카 등 법인·플릿 수요와 충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156.7% 늘었습니다. 등록 대수로는 경기도가 4만8058대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전기차 보급 물량의 24.2%가 경기도에 집중됐습니다.
보고서는 지역별 보급률 차이에 지자체 보조금과 상용 전기차 수요, 충전 인프라가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차 급증 지속성은 하반기 보조금이 변수
KAMA는 상반기 전기차 판매 급증을 전동화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부가 전기차 전환지원금을 신설하고 보조금 수준을 유지한 데다 고유가까지 겹치며 상반기에 대기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상반기 중 대거 소진된 만큼 하반기에는 이른바 ‘보조금 절벽’으로 전기차 수요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 보급 속도도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가 요구하는 무공해차 전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단기적인 수요 변동을 이유로 지원책을 급격히 축소하기보다 전기차 보급 정책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보고서는 중국산 전기차 유입이 가격 인하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국내 제조 기반과 공급망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매 보조금 중심 정책에서 국내 생산기반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세제 지원, 충전 인프라 고도화 등으로 정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지원도 전기차 전환기의 완충 장치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와 모터·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의 생산을 유지하면 부품업체가 미래차 기술을 고도화하고 전동화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현행 하이브리드 세제 감면의 일몰을 우선 연장하되 향후 기술 수준과 환경 성능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