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하나은행(은행장 이호성)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해외 사례 스터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하나은행은 글로벌 인사이트를 하나금융그룹 전사적 차원의 논의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해외 퇴직연금 기금형제도 성공적 정착요인과 운영 노하우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호주와 영국을 찾았습니다. 호주에서는 Mercer·CFS 등 소매형 기금과 ART·Aware Super 등 산업형 기금 및 자산운용사 포함 10개기관을 방문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최대 기금인 NEST 등 6개 기금을 찾아가 각 제도 발전과정과 지배구조, 자산운용, 가입자 관리방식을 폭넓게 살폈습니다.
하나은행이 호주에서 주목한 건 장기 분산투자입니다. 퇴직연금을 수십년간 축적되는 장기자산으로 보고 주식·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고루 분산투자하는 구조가 정착됐습니다.
호주는 1992년 Superannuation 제도 도입후 30년 넘게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호주 퇴직연금제도 핵심은 적립부터 운용, 성과관리까지 제도 전반을 장기적 노후자산 형성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강력한 세제혜택 통해 자발적 가입과 장기적립을 유도하고 중도인출의 엄격한 제한으로 은퇴 이전 연금자산이 미리 소진되는 것을 방지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연금자산 운용을 기금에 맡기는 대신 성과관리도 엄격합니다.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은 Performance Test를 통해 기금 운용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성과부진이 반복되는 기금에는 개선요구하거나 신규가입 제한하는 등 강력한 후속조처를 취합니다.
영국은 2012년 Auto-Enrolment(자동가입)제도를 도입하며 퇴직연금 가입기반을 크게 넓혔습니다. 제도 시행 전 47% 수준이던 가입률은 2025년 82%까지 높아집니다. 가입 확대와 함께 성장한 게 Master Trust 입니다. 여러 사업장이 하나의 기금에 참여하는 구조로 독립적인 트러스티 이사회가 기금운영과 주요 의사결정을 맡습니다. 가입자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독립적인 거버넌스가 Master Trust의 핵심입니다.
운용과정에서는 가입자 부담을 낮췄습니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디폴트펀드 통해 별도 투자상품을 선택하지 않아도 전문가가 설계한 방식에 따라 퇴직연금이 운용됩니다. 투자경험이나 금융지식 부족한 가입자의 선택부담을 줄이면서 체계적 자산배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영국의 또 다른 특징은 계약형 제도와 기금형 제도가 병존하며 경쟁해 왔다는 것입니다. 두 제도가 시장에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연금자산관리 서비스 개선이 촉진됐고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수준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Value for Money(VfM) 평가 통해 투자성과뿐 아니라 수수료와 서비스를 종합 평가합니다. 평가결과 경쟁력이 부족한 기금에는 개선이나 통합을 유도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있는 대형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재편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호주와 영국 현지 벤치마킹한 내용을 그룹 관련 계열사와 공유하고 국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비해 필요한 역량과 대응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확인한 장기 자산운용, 독립적 거버넌스, 전문적 운용체계, 성과평가 및 가입자 관리 등 요소를 국내 제도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중입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호주와 영국은 각각 다른 경로로 퇴직연금 제도를 발전시켜 왔지만 가입자 노후자산을 장기간 축적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운용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해외에서 확인한 내용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해 국내 적용 가능성과 향후 제도변화 대응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은행은 해외 벤치마킹에서 확인한 장기 자산배분과 철저한 성과관리, 가입자 중심의 서비스 경쟁원칙을 퇴직연금 사업전략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축적되는 연금자산 특성에 맞춰 개별상품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운용 서비스' 출시 및 은행권 최초로 전문가가 선정한 포트폴리오와 자산전략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하나MP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최근에는 은퇴후 현금흐름까지 고려해 적립기에서 인출기로 연금관리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에만 의존하기보다 대면상담과 전문인력을 활용한 고객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연금전문상담센터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지방권역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운용성과 사후관리도 강화해 성과가 부진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업계 최초로 변경하는 등 상품을 단순히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운용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 연금시장에서 확인한 원칙을 국내 퇴직연금 환경에 맞게 하나은행만의 자산관리 방식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호주와 영국 역시 오랜 기간 제도를 보완하면서 현재의 퇴직연금 체계를 만들어왔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사례 바탕으로 가입자의 장기적인 노후자산 형성을 중심에 두고 전문적 운용과 성과관리, 가입자 선택권이 균형을 이루는 한국형 기금형모델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