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강남대로가 글로벌 F&B 브랜드의 한국 진출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1호점이 신논현역과 강남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잇따라 들어서면서입니다. 국내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아시아 사업 가능성까지 가늠할 수 있는 입지로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F&B 1호점 몰리는 강남대로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국내 첫 매장으로 강남대로를 택하는 흐름은 2016년부터 두드러졌습니다. 그해 7월 미국 대표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이 강남에 1호점을 열었고 2022년에는 슈퍼두퍼가 같은 상권에 한국 첫 매장을 냈습니다. 2023년에는 쉐이크쉑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도 합류했습니다.
초기에는 버거 브랜드가 중심이었지만 이후 업종도 넓어졌습니다. 2023년 12월 캐나다 국민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신논현역 인근에 국내 1호점을 열었고 이듬해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지미존스도 강남대로를 첫 출점지로 골랐습니다.
올해 들어 글로벌 브랜드의 강남 출점은 계속됐습니다. 중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차지는 지난 4월 한국에 진출하며 강남에 플래그십을 열었고 7월에는 뉴욕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이 강남역에 국내 1호점을 선보였습니다. 이달에는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 치폴레가 쉐이크쉑 바로 옆에 첫 매장을 냈습니다.
이에 따라 신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 직선거리 1㎞ 남짓한 구간에는 한국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F&B 브랜드가 한줄로 밀집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들 브랜드가 강남대로를 택한 배경에는 두터운 유동인구와 폭넓은 소비층이 자리합니다.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고 수도권 각지를 연결하는 광역버스가 모이는 교통 요충지입니다. 1020세대부터 3040 직장인, 외국인까지 여러 고객군을 한 상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CVO(최고비전책임자) 사장은 이달 초 치폴레 강남점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서 "강남대로는 교통 특수상권인 데다 주거 배후세대까지 보유한 우리나라의 대표 상권"이라며 "이곳에 치폴레 국내 1호점을 여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싼 임대료에도 강남..출점 이후 성적은 엇갈려
높은 임대료에도 플래그십을 장기간 운영할 때는 다른 셈법이 적용됩니다. 넓은 매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보행 공간을 활용해 개점 행사나 프로모션을 병행하기에도 용이해서입니다. 성수·홍대 등과 비교해 매장 규모와 운영 기간까지 고려하면 비용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낮은 공실률에서도 강남대로의 임차 수요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4%를 기록했습니다. 강남대로는 조사 표본에서 0%로 집계돼 같은 기간 14.9%를 기록한 홍대·합정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주요 상권과 비교해 큰 플래그십 매장이 들어갈 만한 공간은 강남대로가 상대적으로 많고 보행 동선도 넓어 행사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에 유리하다”며 “성수 같은 상권은 한 달 정도 단기간 운영하는 팝업이 많은 반면 강남에서는 1년가량 장기간 운영하는 플래그십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강남대로에 첫선을 보인 브랜드들은 국내 점포망을 넓혔습니다. 이달 기준 쉐이크쉑은 전국 37개, 팀홀튼은 34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지미존스와 파이브가이즈도 각각 10개, 9개까지 늘었습니다.
올해 합류한 브랜드는 아직 초기 사업 단계입니다. 밴루엔은 강남역 1호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신논현역에 매장을 열며 첫 3개 매장을 모두 강남권에 집중시켰습니다. 치폴레는 연말까지 국내 매장 두 곳을 더 열 계획입니다.
강남 출점이 국내 시장 안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 강남에 미국 밖 첫 매장을 내며 기대를 모았던 슈퍼두퍼는 홍대·코엑스까지 3개점으로 늘렸지만 진출 약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2월 한국 사업을 접었습니다. 프리미엄 버거 시장의 경쟁 심화와 다이닝브랜드그룹의 사업 효율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1호점 넘어 아시아 1호점도 '강남'
강남대로를 아시아 시장 진출의 첫 무대로 택하는 사례도 잇따릅니다. 지미존스와 밴루엔, 치폴레 강남점은 모두 국내 1호점인 동시에 아시아 첫 매장입니다. 향후 아시아 시장 확대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쉐이크쉑은 한국 진출 이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으로 사업 지역을 넓혔습니다. 파이브가이즈는 한국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일본 사업권을 확보하고 현지 법인까지 설립했지만 출점 일정은 지연된 상태입니다. 현재 인수를 추진 중인 H&Q코리아가 일본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치폴레도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에 첫 매장을 낼 예정입니다.
새로운 브랜드와 외식 트렌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빠른 반응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요인입니다. 차지는 수준 높은 카페 문화와 아시아 내 문화적 영향력을 한국 진출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치폴레 역시 한국을 향후 아시아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기준 시장으로 삼았습니다.
이 교수는 "아시아 진출의 거점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은 이미 많은 브랜드가 들어와 있어 새로운 브랜드가 진출해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지만 한국은 들어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된다”며 “한국은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도 시장을 테스트하기 좋은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