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심리상담사ㅣ"이만큼 살다 보니까 잘 만나는 것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더라. 그러니까 우리 잘 이별하자. 그 커다란 아픔과 잘 이별할 수 있도록" 교도소에서 장기수인 장형자(강애심 분)가 은수현(김남주 분)에게 "나 죽는대"라며 커다란 아픔과 잘 이별하자고 한다. 형자는 교도소에서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삶의 의욕이 전혀 없는 수현의 아픔을 알고 연민을 느끼고 도움을 줬던 대상이다. 어찌 보면 교도소라는 한계 상황에서 수현이의 유일한 애착 대상이다. 인간에게 애착은 본능적인 욕구이다. 인간은 애착을 추구하고, 애착으로 인한 정서적이고 행동적인 경험을 반복하려고 한다. 가령, 아기는 엄마에게 애착하고, 엄마는 아기에게 애착한다. 아기와 엄마는 서로 깊은 애착 경험을 한다. 애착은 반드시 사람에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애착 대상은 구체적인 대상일 수도 있지만,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과 소망 같은 것일 수도 있다. MZ세대 중에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면, 살아가야 할 꿈과 소망을 잃어버린 것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애착 대상을 추구하는 것은 애착 대상의 상실 경험을 내포한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주변의…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얼마 전 친구들과 1박 2일로 봄맞이 전남 여행을 다녀왔다. 강진 바닷가에 있는 굴 전문 식당에 가서 자연산 굴구이를 먹고 만덕산 백련사 동백 축제도 들렀다. 지금쯤이면 동백나무 가득 울긋불긋 꽃이 가득하고 땅바닥에 꽃 머리가 후드득 쏟아져 장관을 이루어야 하는데 봄을 코앞에 두고 기습 방문한 꽃샘추위와 눈으로 인해 아직 꽃망울이 터지지 않은 채라 매우 아쉬웠다. 그럼에도 봄의 설렘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봄이 시작하는 3월에 유독 설레는 이유는 이 계절에 피는 꽃들 때문이 아닐까. 봄에 꽃이 핀다는 문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동백꽃과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와 벚꽃, 복사꽃, 배꽃을 거쳐 철쭉이 순차적으로 만발하는 봄은 아름다운 축복의 계절이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도 봄꽃은 한결같이 우리의 눈과 마음에 알록달록 화사한 봄의 환희를 전송해 준다. 마치 따박따박 받는 연금처럼. 봄이면 설레는 맘으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벚꽃 엔딩’을 만들고 부른 가수 장범준을 일컫는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벚꽃 연금 수혜자’다. 2011년 ‘버스커버스커’라는 그룹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 데뷔한 장범준은 그 이듬해
최옥찬 심리상담사ㅣJTBC 드라마 <닥터슬럼프>(연출: 오현종/극본: 백선우/출연: 박형식, 박신혜, 윤박, 공성하, 오동민, 장혜진, 윤상현, 현봉식 등)는 대학입시 공부도 1등만 하고 잘 나가던 남녀 의사들이 한순간에 인생의 바닥으로 떨어지고 함께 견디는 이야기다. 여정우(박형식 분)와 남하늘은 고등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고 경쟁하던 라이벌이었다. 그러다 각자 다른 삶을 열심히 살다가 하루아침에 망한 인생 가운데 다시 만나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학병원 의사로 열심히 일하던 남하늘(박신혜 분)은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의사(이승준 분)를 찾아간다. 그리고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하늘은 "실컷 일하고 얻은 게 우울증이라니"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한다. 하늘은 오늘의 행복도 내일로 미루면서 열심히 공부와 일만 하면서 의대 교수가 되려고 살아왔다. 경쟁에서 지기 싫어하고 1등만 했던 하늘은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너무 자존심 상한다고"라고 말한다. 하늘이 심리적 질병마저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느끼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장면이다. 정신과 의사(이승준 분)는 하늘의 '번아웃' 상태를 "어떤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다가 신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보험설계사로 현장에서 영업하는 동안 종종 업계 상황이 격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끼는 때가 있다. 지난 경험을 반추해 보면 마치 서핑보드에 탄 서퍼처럼 이 격한 흐름을 제대로 살리면 나와 고객에게 이득이 되지만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진행하면 유쾌하지 않은 결말로 끝나는 상황을 겪기도 보기도 했다. 실은 보험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려운 것이다. 한 가지 사안을 바라보는 이가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시선이 존재할 수 있음은 비단 보험업만의 사정은 아닐 테지만 요즘처럼 기준금리가 어찌 흐를지 예측이 어려운 시절엔 금융상품인 보험 또한 많은 부분에 걸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보험사 또한 잦은 상품 개정과 과열 경쟁에 몰린다. 중간자적인 위치인 보험설계사가 자기중심을 잡지 않으면 연속으로 발생하는 거센 파도와 소용돌이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종신보험 논란도 그 중 하나로, 종신보험을 보장성 상품으로 볼 것인가 저축성 상품으로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죽어야 받는 보험금은 산 자에겐 씁쓸한 말로 다가오지만 정작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보험에 관한 의견을 조
최옥찬 심리상담사ㅣ남자주인공 조용필(지창욱 분)이 여자주인공 조삼달(신혜선 분)에게 반복해서 진정으로 묻는 말이 있다. "너 괜찮아?"라고.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던 조삼달이 결국에는 "왜 자꾸 괜찮냐고 물어, 왜 자꾸 나 걱정하고 챙기냐고. 왜 자꾸 사람을 흔드냐고. 내가 진짜 기대 버리면 어쩌려고?"라고 속마음을 드러낸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약하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물으면 그냥 괜찮다고 답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연출: 차영훈/극본: 권혜주/출연: 지창욱, 신혜선, 김미경, 조판식, 신동미, 강미나, 김도은, 유오성, 강영석, 이재원, 배명진, 양경원 등)는 힐링의 장소인 제주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삼달리라는 마을에 사는 해녀 가족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다. 그리고 조용필(지창욱 분)과 조삼달(신혜선 분)의 가족 간 원한이 있어 <로미오와 줄리엣> 같지만 실상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연령대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듯 싶다. <웰컴투 삼달리>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보험설계사는 그달의 계약 체결 개수와 보험료의 크기로 수입이 정해진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고객의 변심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청약을 철회하거나 보험상품을 해지하면 수수료가 보험사로 환수되기도 한다. 보통의 회사처럼 입사 몇 년 차가 아닌 설계사로 소속된 차 월수로 보험설계사의 경력을 산정하는 이유다. 보험사의 매달 첫날은 차 월수가 더해짐과 동시에 전 달의 내 공과 실을 리셋버튼처럼 순식간에 제로로 만들어 버린다. 전 달에 아무리 내가 굉장한 실적을 달성했더라도 매월 1일엔 모든 보험설계사가 같은 선상에 서 있는 셈이다. 전 달에 제대로 마감을 못 한 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보험설계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파는 사람인 만큼 월말마다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가입자를 대면하지 않고 자필서명 없이 급하게 진행하는 불완전 판매에서부터 가입자가 보유하고 있던 기존 계약을 충분한 설명 없이 해지시키고 소위 갈아타게 만드는 승환계약까지. 단순하게 계산해도 일 년이 열두 달이니 최소 열두 번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유혹을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은 전달 실적이 새로운 달이면 리셋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는 것이다. 달리보면 마감이란 끝이…
최옥찬 심리상담사ㅣ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의 마지막 회. 주인공 서목하(박은빈 분)가 일기장에 쓴 내용을 기호(채종협 분)가 읽는다. “무인도에서 돌아와 가장 감사했던 건 악몽 같은 단어였던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단어가 됐다는 거”라고. 목하와 기호는 둘 다 어릴 적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사랑이 많은 새로운 가족이자 식구 안에서 아픈 상처를 회복하고 성장한다. <무인도의 디바>(연출:오충환 /극본:박혜련, 은열 /출연:박은빈, 김효진, 채종협, 차학연, 배강희, 이승준, 서정연, 이중욱 등)는 중학생인 서목하(이레 분)와 정기호(문우진 분)가 아버지들의 가정폭력을 피해서 섬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목하는 윤란주(김효진 분)와 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폭력적인 반대와 꿈을 좇아 집을 떠나기 어려운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가수가 될 수 있는 오디션 기회를 저버린다. 가정폭력은 이처럼 우리 내면의 디바를 죽이는 일이기 때문에 부모가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인도의 디바>의 서목하(박은빈 분)가 15년을 무인도에서 생존하고, 도시의 삶에 적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2021년 가을 오랜만에 배우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구경이>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영애의 극 중 직업이 ‘보험조사관’이라길래 평소 드라마를 그리 즐겨보지 않던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긴 보험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 보험 관련 직업이 등장한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구경이(이영애 분)’는 예전에는 경찰이었으나 어떤 사건이 계기로 경찰직을 그만둔 후 보험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보험조사 업무를 하는 동안 그녀는 경찰 재직 시절부터 쌓아온 탁월한 사건 해결 능력과 날카로운 촉을 활용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려는 의심이 드는 이들을 명탐정처럼 골라내 부당수급을 막는 모습을 보여준다. 1, 2화에서 보험조사관 구경이는 실종된 어느 보험 가입자의 사망보험금 지급 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실종 사건이 잔인한 연쇄살인 사건으로 바뀌면서 드라마 초반부터 매운맛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실종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보면서 그런 의문을 가진 시청자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망하면 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는 등 객관
최옥찬 심리상담사ㅣMZ세대를 만나다 보면 가끔 서로 인상 깊었던 여행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익숙한 삶을 벗어나서 잠시라도 이방의 낯선 삶을 경험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삶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많은 현실의 삶이 다르게 보이고 긍정적인 면이 나타난다. 이방인의 시선 덕분에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 패키지로 가는 것보다는 여행을 직접 계획하고 잠시라도 다른 삶을 경험하는 여행을 하면 말이다.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CP:이경식/극본:백미경/출연:이유미, 김정은, 김해숙, 옹성우, 변우석, 이승준, 한상조, 김기두 등)은 MZ세대들이 말하는 소위 ‘병맛’ 코미디 드라마다. 퇴근 후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주는 드라마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다중적이지 않고 단순해서 좋다. 삶이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에 단순함이 주는 쾌감이 있다. 힘쎈 여자들인 강남순(이유미 분), 황금주(김정은 분), 길중간(김혜숙 분)등은 좋고 싫음이 명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일곱 살 무렵, 동네 이층집 옥상에서 맹렬한 기세의 연기를 아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연기 색이 비현실적으로 두텁게 어두웠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로 불이 났음을 알게 되었다. 화재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불이 났던 집 앞을 지나갔다. 불에 탄 집은 너무 끔찍했다. 불에 탄 잔해 중 검게 그을린 장난감 목마를 보는 순간, 어린 마음에도 깊은 슬픔과 공포에 빠졌다. 한동안 그곳을 지나가지 않으려 빙 돌아가고는 했다. 화재가 휩쓸고 간 집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그대로 있었다. 살면서 화재를 경험하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할까마는 화재가 무서운 까닭은 ‘혹시’가 현실이 되었을 때 안팎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 남의 집에 난 화재의 상흔을 본 것이 아직도 내 기억에 또렷한 데 화재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약 한 달쯤 전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악기상을 겸해 교습실을 하는 친구네 음악학원이 화재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교습실이 엉망이 되었을 뿐 아니라 악기도 상당 부분 손상이 되었다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왔다. 교습실 화재 피해는 같은 건물 식
최옥찬 심리상담사ㅣ디즈니+ 드라마 <최악의 악>(연출:한동욱/각본:장민석/출연:지창욱, 위하준, 임세미, 비비, 임성재, 차래형 등)은 1995년대의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을 배경으로 한다. 홍콩 누아르 <무간도>나 한국 영화 <신세계>를 바로 떠오르게 할 정도로 시대 배경이나 소재가 비슷한 면이 있다. 경찰인 박준모(지창욱 분)가 정기철(위하준 분)이 보스로 있는 강남연합이라는 범죄조직에 잠입해 펼쳐지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기 때문이다. <무간도>나 <신세계>처럼 경찰이 범죄조직에 조직원으로 위장해 들어가는 비슷한 소재이지만, 박준모의 아내이고 정기철이 좋아하는 경찰인 유의정(임세미 분)이 새로운 재미를 준다. <최악의 악>은 시작부터 조직 폭력배들 간에 싸우고 죽이는 무자비한 장면이 나온다. 법체계 안에서 폭력조직을 사회의 악이라고 지칭한다. 정기철(위하준 분)이 이끄는 강남연합은 강남의 이전 폭력조직인 악(惡)을 몰아낸 새로운 악이다. 강남연합은 이전 악과 다르게 마약으로 큰돈을 번다. 드라마 제목 <최악의 악>이라는 것이 박준모의 꼬이고 파괴된 인생을 이야기할지도 모른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올해는 유난히 주변사람들의 암 진단을 소식을 많이 접한다. 암 진단을 받은 지인들을 보면, 대부분 완치에 큰 희망을 품는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음이 착잡하고 앞으로 받아야 할 치료 과정과 시간을 예상해 보면 아득해지기는 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새 암은 시간과 돈만 충분하다면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의료기술의 발달이다. 두 번째는 암과 같이 치료 기간이 길고 치료비가 비싼 중증질환에 대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면제해 주거나 5% 또는 10%만 부담할 수 있도록 할인해 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정특례제도 덕분이다. 세 번째는 역시 보험의 힘이라 하겠다. 암 또한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난 4월, 국내 암 환자에게 보다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병원에 ‘꿈의 암 치료법’이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시설이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전립선암에 대해서만 치료가 가능하지만 향후 췌장암, 자궁암 등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파괴하고 암의 성장이나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억제하는 치료법으로, 1세대 세포 독성치료법은 암세포뿐 아니라 일반…
정은정 농촌사회학자ㅣ추석이 즐거웠던 때는 딱 초중생 때까지였다. 스무 살 명절부터는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대학생 때 IMF 외환위기를 맞아서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추석, 노점에서 어린이 양말 몇 켤레를 고르던 엄마가 기억난다. 검은 봉지에 담긴 양말은 어린 사촌동생들 것이었다. 포장이라도 제대로 할 걸, 검은 비닐봉지에 들려있던 그 양말이 부끄럽고 싫었다. 명절이어서 더 싫었다. 명절만 아니었다면 큰엄마가 조카들에게 주는 평범한 선물이었을 텐데 말이다. 설날과 추석 중 아무래도 명절 선물은 추석에 더 무게추가 쏠린 듯 하다. 찾아보니 한국전쟁이 정점이던 1952년 9월, 추석차례 지내라며 극빈자들에게 무상으로 잡곡 몇 줌과 외미(외국에서에서 들여온 쌀)를 유상으로 분배한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어떻게 해서든 명절을 지내려던 절실함이었다. 농업과 생산기반 시설은 파괴되고 구호물자로 근근이 버터야 하던 전쟁 때도 '전쟁고아'와 '상이용사'들에게 독지가들이 쌀과 밀가루를 기부하기도 했다. 물론 전쟁 중에 최고명절은 추석도 설날도 아닌 ‘크리스마스’였다. 미국이나 유럽국가 등지에서 보내주는 의연품을 받기 위해 교회나 성당 앞에 줄을 섰다. 극빈의 시대
최옥찬 심리상담사ㅣ사랑이 서툴러도 된다. 그런데 용기와 책임감은 필요하다. 어느 순간 누군가 눈에 띄어 호감이 생기고 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사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랑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디즈니+ 드라마 <무빙>은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가벼이 떠다니는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거부한다. 용기와 책임감으로 가족과 연인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주체성을 보여준다.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의 뉴스가 넘쳐나는 지금의 현실에서. <무빙>(연출:박인제,박윤서/각본:강풀/출연:류승룡,한효주,조인성,차태현,류승범,김상균,김희원,문성근,이정하,고윤정,김도훈 등)는 ‘순정만화’로 유명했던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슈퍼히어물이다. 드라마의 배경이나 분위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1980년대와 2000년대의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보여준다. 드라마 초반에는 김봉석(이정한 분), 장희수(고윤정 분), 이강훈(김도훈 분)과 같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펼쳐진다. 요즘 SNS에서 자랑하고 뽐낼 만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는 몇 명이나 될까? 조사에 의하면 2022년 2월 기준 총 8323명에 이른다고 한다. 90세 이상 인구는 이보다 훨씬 많다. 100세 시대가 결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듯 대한민국 평균 기대수명은 1980년 이후 66세 수준에서 84세로 거의 스무 살이 늘어났고, 이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취업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여전히 50대 중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은퇴 후 40~50년을 생존하게 될 경우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2022년 6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의 응답자들은 평균 70.5세에 은퇴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어떨까? 얼마 전 금융권에서 74년생, 77년생을 넘어 80년대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평균 취업 나이가 많아지고 희망 은퇴 연령도 높아졌지만, 실질 퇴직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몇 년전만 해도 서울 시내 설렁탕 한 그릇 값은 약 6000
부산 = 인더뉴스 제해영 기자ㅣ“필요하면 융단 폭격하지요 뭐”, “그냥 지역신문 이런 거 아닙니다”, “암튼 언론 걱정은 하지 마세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인터넷신문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취재본부에서 청탁성 기사로 의심되는 기사가 대거 게재돼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기사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28일 인더뉴스가 입수한 단체 카카오톡방(이하 단톡방)에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대화내용이 이어집니다. 이 단톡방은 내달 입주가 예정돼 있는 부산 일광의 신축 타운하우스 입주예정자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요. 타운하우스의 입주 예정자인 A씨는 거침 없는 언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민원을 넣어주세요. 알아야 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이라며 민원을 사주하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 플레이는 제가 다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융단 폭격하지요 뭐."라며 "언론 들어가면 그 때부터는 이판 사판"이라고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언론공세를 퍼붓겠다는 계획을 피력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장에서 싸움나면 우리 안 집니다."라며 "실수하면 우리가 질 수도(있는데)... 현장에 농성텐트를 칩시다"라며 입주 예정자들을 상대로 선동을 하는 듯한 말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A씨가 공언한 것이 실제로 현실화됐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단톡방에서 시작된 때는 이달 초. 불과 10여일 뒤인 12일에 처음으로 <“입주가 코앞인데”...부산 기장 아파트 입주민, 시공하자에 ‘분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에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된 대로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기장군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이어 3일 뒤인 15일에는 또 다시 같은 매체에서 <“2년을 기다렸는데”...부산 기장 한 아파트, 입주의 꿈이 지옥 현실로>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입주예정자들이 군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이 기사에 담겼습니다. A씨가 단톡방에서 단언한 대로 ‘언론 플레이’는 계속됐습니다. 22일에는 <“안전한 환경 조성해달라” 부산 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호소>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고, 급기야 27일에는 [단독]이라는 머릿글을 달아서 <한수원 직원이 1100억대 시행사 부사장?...겸직 신고 ‘유명무실’>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끝으로 이른 바 ‘융단 폭격’이 완성됐습니다. 이와 관련,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살아야 할 집에 대한 이미지나 가치가 떨어질 게 뻔해 보이기 때문. 한 입주 예정자는 “일부 분양자들의 민원과 시위에 대해 부분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원치 않는 내용들로 인해 저희 집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불안하다”며 “예정대로 입주를 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매체가 쏟아내고 있는 기사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계속 이런 부정적인 기사들이 나오면 입주할 마음이 있던 사람들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시행사나, 시공사는 물론 이미 계약을 한 다수의 입주 예정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이마트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시행합니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 및 계열 3사 기능 통합으로 수익성 개선과 인력 운영 효율화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오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습니다. 밴드1(수석부장), 밴드2(부장), 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이 신청 대상입니다. 구체적으로 2009년 3월1일 이전 입사자입니다. 신청기간은 3월 25일부터 4월 12일까지입니다. 이들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월 기본급의 40개월치인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전직지원금이 직급별 1000만~3000만원 지급됩니다. 이마트 측은 "수 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초 폐점을 앞둔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 차원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1993년 창립 이후 처음입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29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달성했으나 469억원의 영업손실 을 내며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이 주 요인이었지만,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감소하며 부진했습니다. 아울러 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임원 교체에 이어 유통 계열 3사(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간 상품 통합 소싱 계획을 발표하며 인력 조정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지난 연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이 늘고 연체율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3년 12월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현황'을 보면 금융권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35조6000억원입니다. 직전인 9월말(134조3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업권별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은행(46조1000억원), 증권(7조8000억원)에서 각각 1조8000억원, 1조5000억원 불었습니다. 반면 보험은 43조3000억원에서 42조원으로 1조3000억원, 여신전문업권은 26조원에서 25조8000억원으로 2000억원 줄었습니다. 저축은행(9조6000억원), 상호금융(4조4000억원)에서도 3분기말 대비 각각 2000억원, 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부동산PF 대출연체율은 2.42%에서 2.70%로 0.28%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업권별로 저축은행이 9월말(5.56%) 대비 1.38%p 오른 6.94%로 전업권 중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은행(0.35%p↑)과 여신전문(0.21%p↑) 연체율도 상승했습니다. 반면 증권의 PF대출 연체율은 3분기 기준 13.85%까지 치솟았다가 13.73%로 0.11%p 떨어졌고 상호금융(1.06%p↓)과 보험(0.09%p↓) 연체율도 하락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연체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당시인 2012년말 기준 금융권 평균 연체율이 13.62%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체율(2.70%)은 충분히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합니다. 미분양 규모도 작년말 현재 6만2000호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 16만6000호 대비 양호하다고 설명합니다.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 상승에 대해서도 저축은행 업권 자본비율이 규제비율(7%, 자산규모 1조원 이상 8%)을 크게 웃도는 14.35%에 달한다며 PF대출 부실로 인한 위험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상사업장 사업자보증 등 금융공급,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 재구조화 유도 등 PF사업장의 점진적인 연착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부실위험에 상응하는 충분한 충당금 적립 유도 등 금융업권 손실흡수능력 확충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국토교통부가 오는 30일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첫 운행 노선인 GTX-A 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요금 체계와 함께 열차 운행 계획, 연계교통 방안 등을 21일 밝혔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서∼동탄 구간 GTX의 기본요금은 32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동 구간을 10㎞ 초과하면 5㎞마다 거리 요금 250원이 추가되는 요금 구조로 설정했기에 ▲수서∼동탄 구간(32.8㎞) 요금은 4450원 ▲수서∼성남(10.6㎞) 구간 3450원 ▲성남∼동탄(22.1㎞) 구간 3950원이 됩니다. 국토부는 기존 전철이나 지하철보다 기본요금이 비싼 GTX 요금에 대한 각종 할인 프로그램도 준비했습니다. 먼저 오는 5월 시행하는 K-패스 이용자들은 GTX 이용 시에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K-패스는 대중교통을 월 15차례 이상 이용하면 지출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할인 서비스입니다. K-패스에 따른 환급 적용 시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일반인은 3560원(20% 환급), 청년(만 19∼34세)은 3110원(30% 환급), 저소득층은 2070원(53.3% 환급)에 GTX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어린이(50%), 청소년(10%), 65세 이상(30%), 장애인·유공자(각 50%)에게는 별도 할인 혜택이 주어집니다. 단, 이들이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에 카드사나 주민센터 등을 통해 발급받은 선·후불 교통카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주말에는 기본요금이 10% 할인되고, 6세 미만 영유아는 보호자당 3명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GTX는 한국철도가 운영하는 준고속 열차이지만, 버스, 전철로 갈아탈 때 기본요금을 중복해서 내지 않아도 되는 환승 할인을 적용합니다. 동탄역에서 수서역을 거쳐 서울 지하철 3호선 일원역으로 이동할 경우 동탄∼수서까지의 GTX 요금 4450원만 적용됩니다. GTX-A 열차는 우선 수서∼동탄 구간 4개 역 가운데 수서역, 성남역, 동탄역에 정차합니다. 성남역과 동탄역 사이에 위치한 구성역은 안전과 공정 상 이유로 오는 6월 말 개통될 예정입니다. 첫 열차는 동탄역에서 오전 5시 30분에 운행을 시작합니다. 또 개통 초기 오전 6시 30분∼오전 9시 출근 시간대에는 평균 17분 간격(동탄→수서 방향 기준)으로 열차가 운행됩니다. 출근 시간대를 제외한 시간에는 선로 점검 등에 따라 열차 운행 간격이 최대 30분가량으로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경석 국토부 광역급행철도신속개통기획단장은 "K-패스는 일종의 정기권 개념으로 매일 GTX를 이용하는 경우 더 유리할 수 있다"며 "각자의 이용패턴에 따라 K패스와 GTX 할인 프로그램을 비교해 더 경제적인 방법을 택해 달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