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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국가지정 격리시설, 168만원 내 돈 내고 입소한 감옥 같아요”

Tuesday, March 30, 2021, 17:03:00 크게보기

창문개방·청소도구반입 금지 탓에 방 안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당국, 지속적인 민원에도 모르쇠로 일관..퇴소시점 임박해서야 일부 개선

 

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철저한 코로나 방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31일 자정이면 격리 기간이 끝나는데요. 제가 머문 국가지정격리시설(호텔)에서 제공하는 차를 아침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차를 대절해서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1분 1초도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해외 출장을 나갔던 최 모 씨(가명, 47세·부산)는 지난 17일 싱가포르에서 입국했습니다. 귀국 전에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 못했던 그는 집 근처가 아닌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정부지정 격리시설(인천광역시 중산동 소재 R호텔)에 입소해야 했습니다.

 

최씨는 해외출장이 잦은 탓에 작년에도 여러 번을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에는 집 근처(부산)에 있는 시설에 입소를 했지만 지난달 24일자로 한국 입국 시 PCR 음성확인서 제출이 의무화되며 미리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최씨는 부산이 아닌 이곳에 입소하게 됐습니다. 

 

그가 이 국가격리시설에 입소하기 위해 이 시설에 지불한 돈은 168만원. 하루 12만원씩 14일 치를 한꺼번에 납부한 겁니다. 만약 돈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최 씨가 인더뉴스 취재진으로 보내온 문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섬뜩함이 전해오는 대목입니다. 

 

“내 돈 168만원을 내고 들어온 감옥 같습니다.” 위생 등을 고려할 때 격리시설에서 그가 보낸 시간에 대해 최씨가 한 문장으로 정의한 표현입니다.

 

◇ “창문 열면 안 됩니다”...환기 못 하고, 실내 위생상태도 엉망

 

 

최 씨에 따르면 시설 내부에서는 창문을 여는 것도, 청소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규정상’ 금지였습니다. 이 때문에 방 안에는 먼지가 쌓여갔습니다. 최 씨가 머물고 있는 호텔 방 창문은 시트(sheet)지로 막혀있었습니다. 창문에는 시트지가 망가지면 호텔에 100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황당한 문구가 붙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는 빗자루, 청소기와 같은 청소 도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호텔 근무자는 “규정상 안 된다”는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최근에는 롤 클리너(일명 돌돌이)가 제공됐으나, 최 씨는 청소기나 빗자루가 아닌 이상 방 안의 먼지를 없애기는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보건당국의 신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르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 방안을 자주 환기해야 합니다. 이에 의아함을 느낀 최 씨는 환기가 금지된 이유를 문의했고, 호텔(격리시설) 근무자는 ‘규정상’이라고만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규정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덕분인지 최근 들어 2~3분간 1센티미터(cm) 간격으로 창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방 안 공기를 환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최 씨는 설명입니다. 특히, 숙소 외부에는 경찰이 상시 근무를 하면서 창문이 열린 곳에 전화를 걸어서 “창문을 닫으라”고 지시한다고 합니다.

 

최 씨는 “일정 시간 동안 환기를 해주지 않으면 코로나 19 감염에 최적화된 조건이 만들어질 텐데요. 코로나 감염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격리로 인해 오히려 감염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는 입소자들이 많습니다.”라고 걱정했습니다.

 

◇ 찬 밥이나 드세요? 도시락 속 국 온도는 27도

 

 

위생상태가 엉망인 것도 모자라 제대로된 음식도 먹지 못 했습니다. 도시락은 격리시설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되고 있는데요. 밥이 너무 차갑다는 느낌이 들어서 체온계로 도시락 온도를 체크하자 미역국은 26도, 밥은 29도로 측정됐습니다.

 

최 씨가 도시락을 더 빨리 갖다줄 수는 없는지 요청해 봤지만 도시락 상태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배달음식도 시켜먹지 못했습니다. 방역이 안 되고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돼 있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격리시설 자체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지속적으로 민원 넣어도 즉각 반영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아무런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라고 최 씨는 하소연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청소 도구도, 창문 개방도 ‘규정상’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정확히 그 ‘규정’이 어떤 규정인지는 안내받지 못했습니다. 

 

격리시설 내에는 호텔 근무자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직원이 상주하고 있지만 최 씨는 호텔 근무자를 통해서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해당 격리시설관리팀 이외에도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민원실(1339) 등에 민원을 제기했는데요.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다른 곳에 문의해보라’는 말만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더뉴스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복지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임시생활 시설의 경우 우리 소관이 아니니 질병관리청에 문의해 보라”라고 문자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질병관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담당자가 민원인과 통화해 상황을 접수했으며, 시설단장이 현장을 확인해 호텔 측에서 창문을 열어 환기 가능함을 안내했다”면서 “감염방지를 위해 식사가 부득이하게 도시락만으로 제공됨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호텔지배인에 전화를 걸어 시설격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불편을 느끼게 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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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기자 jinsol@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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