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지난해 경주 지진 사태를 계기로 지진보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지진위험에 특화된 정책성 보험이 없어, 국민들이 지진위험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풍수해보험을 보완해 지진위험을 대비하고, 장기적으로는 독립 지진보험 상품을 개발해 그 위험은 정부가 인수·관리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은 국회 정무위원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지진보험 및 전통시장 화재보험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9일 개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지진위험과 지진보험 도입·운영 방안’ 발표에서, 현행 지진보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지진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은 정책성 보험인 풍수해보험, 민간 보험 중에는 화재보험 지진담보 특약, 기업이 주로 가입하는 재물종합보험 등 총 세 가지다. 이 중 지진담보 특약 가입률은 2015년 기준 화재보험이 0.6%, 재물보험이 5.8%에 불과했다.
풍수해보험은 주로 풍수해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개발된 보험이기 때문에, 풍수해 위험이 작은 사람을 가입시키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또 정부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고 있는데, 정부예산 부족으로 산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14년 기준 보험료가 191억원에 불과해 가입률도 저조한 실정이다.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의 가장 큰 문제는 인수 조건의 부재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특정 지역에 가입자가 편중되기 때문에, 보험사가 인수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 큰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민간 손해보험사가 독자적으로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재물종합보험은 대부분 기업이 가입하는 보험이 중심이며, 자연재해를 포괄하는 담보에 가입하기 때문에 지진보험 가입률이 높다. 하지만 개인이 가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 연구위원은 해결책으로 지진보험시장을 ‘발전 단계’와 ‘활성화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 별로 지진 보험 운영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시장 발전 단계에서는 풍수해보험의 기능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풍수해보험을 자연재해종합보험으로 확대하고, 풍수해 위험이 적은 대신 지진위험이 큰 계약자를 위한 지진 전용 보험 상품을 개발할 것을 조언했다.
현재 가입률이 저조한 풍수해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 지원 축소 ▲국가재보험 도입 추진 ▲손실보전준비금 환입 규정 신설 등을 제안했다.
최 연구위원은 “조건 없는 정부 지원으로인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동기가 약해진다”며 “외국과 같이 보험가입자를 우선적으로 보상하고 보험료 보조를 점차 삭감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풍수해보험은 농작물재해보험이나 환경배상책임보험과는 달리 국가재보험이 없어 보험회사에 대한 책임이 가중되고, 이에 따라 사업 동기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만약 재원 문제로 국가재보험 추진이 어렵다면, 지진 대재해채권 발행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풍수해보험법은 풍수해보험 사업에 따른 결산상 잉여금을 손실보전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사가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는데, 환입 규정이 신설되면 보험사가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시장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면 독립 지진보험 상품 개발이 추진된다. 정부가 설립한 재보험회사 또는 보험회사가 지진위험 대부분을 인수·관리하며, 대다수의 가입자들에 대해 임의보험으로 운영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시행중인 제도와 유사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공적 지진보험 회사인 CEA(California Earthquake Authority)가 지진위험을 모두 인수·관리하는 형태로 지진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CEA는 민간 보험사들에게 홍보·계약·갱신·손해사정·보상 등의 업무를 위임해 수수료를 제공하고, 위험은 모두 인수한다. 또한 일부 지진보험 위험을 재보험출재하고, 나머지 위험은 보유한다.
일본은 지진보험 위험을 일본지진재보험주식회사, 정부, 손해보험사가 분담해 보유하는 형태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화재보험 가입 때 지진담보특약 가입이 가능하고, 보험사는 ‘지진방재대책 강화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인수 거절이 가능하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일본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보험사, 재보험사, 정부 간 지진보험 위험을 분담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위험 분산 형태와 지진보험을 아우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