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국내 상반기 자동차 시장에서 SUV와 전기차는 성장세를 거듭한 반면, 경유차와 수입차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특히,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주 수요층인 30~40대의 구매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한 총 88만 9588대를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자동차의 연간 내수 판매량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연간 182만~185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미세먼지 문제, 레저 열풍, BMW 화재 사건 등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유형에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먼저, SUV의 판매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올해 상반기엔 역대 최고치의 점유율(44.2%)을 달성했다. 소형 및 대형 SUV들이 잇따라 출시된 영향으로 판매가 4.3% 증가한 덕분이다. 지난 2016년 32.8%에 그쳤던 SUV 점유율은 지난해 41.2%로 껑충 뛰었고, 올해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경유차의 선호도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상반기 경유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고, 2015년 52.5%에 달했던 경유차 판매 비중도 39.5%로 추락했다. 미세가스 문제를 비롯해 배출가스 시험방법(WLTP) 강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 등으로 휘발유 차량(45.4%)이 판매 1위를 되찾았다는 게 자동차협회의 설명이다.
친환경차 시장이 확대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친환경차의 판매는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와 전기차와 및 수소전기차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6% 증가했다.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도 7.9%를 기록해, EU와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가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한국 7.9%, EU 7.5%, 미국 3.3%, 일본 26.3%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한국 2.6%, EU 2.0%, 미국 0.8%, 일본 0.6%로 한국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기존의 주력 구매층이던 30~40대 구매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인 34.1%로 추락한 것도 올해 자동차 시장의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30~40대의 차량구매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3.7%나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구매 비중은 2016년 41.0%에 달했지만, 지난해 36.8%에 이어 올해 상반기엔 더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올해 상반기의 법인구매(공유 차량 포함) 비중은 28.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부진의 장기화에 따른 젊은층의 취업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차는 29.6% 급감한 반면, 렉서스, 혼다 등 일본차는 오히려 10.8%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차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2만 3850대를 판매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계 브랜드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19.5%로 높아졌다.
이는 화재 결함 사건(BMW), 디젤게이트(폭스바겐) 등을 겪은 유럽차들의 판매 감소분을 일본차들이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75.3%에 달했지만 올해는 67.2%로 급락했다. 반대로 13.8%였던 일본차는 19.5%로 성장했고, 9.5%였던 미국차도 11.9%까지 치솟았다.
수입국 기준으로는 중국산 차량이 올해 상반기 1066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128.8%나 급증했다. 중국 전기버스 이외에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볼보 S90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중국산 차의 판매 비중이 급격히 뛰었다. 일본산 수입차도 2.1% 증가한 1만 5413대가 판매돼 수입국 기준으로는 독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자동차 소비자 선호의 변화는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추세”라며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은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 및 생산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중 통상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완성차업계와 IT업계의 협력, 고부가가치 스타트업 육성 등 국내에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