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F 2019] “좋아하는 일에 BT를 더하세요”…장동민 한의학 박사가 꼽은 생존전략 키워드는

제1회 인간생존포럼 1세션 강연자..“동의보감과 조선왕조실록 함께 공부”
“좋아하는 일과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 콜라보 통해 개인 경쟁력 더해야”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사진ㅣ장동민 박사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BT(바이오테크놀로지, Biotechnology)를 연관 지어 보는 게 하나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저와 같은 기성세대들이 경험으로 축적한 것들을 후배들과 나누는 것도 필요하죠.”

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역사와 의학적 지식을 함께 필요로 하는 자리에 단골로 초대되는 한의사가 있다. 공중파 방송 3사 출연은 물론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칼럼 연재·강연·책 집필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동민 한의학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하늘땅한의원’ 원장이자,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동대문구한의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7년 국내 한의사 수는 2만 명을 넘겼다. 수많은 한의사들 중 장 박사의 어떤 매력이 그를 주목받는 한의사로 만든 걸까. 여름 장마가 막 시작되던 어느 날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그의 한의원에서 한의사 장동민의 ‘생존전략’에 대해 물었다.

– 한의사이시면서 의료활동 외에 방송·강연·칼럼 연재에 책도 쓰셨어요. 조금은 남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가고 계신 듯한데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스스로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책을 총 4권 썼는데, 그중 2권은 역사에 관한 내용이에요. 방송 출연을 하게 된 계기도 제가 방송 체질인 면도 있지만(웃음), 한의사면서 역사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한의사는 동의보감을 봅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을 보는 역사학자분들은 드물죠. 역사적으로 동의보감을 해석하긴 애매하니까. 반대로 역사학자분들은 조선왕조실록을 보지만, 그걸 보는 한의사는 없어요. 제 강점은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한의사면서 역사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거죠.”

– 역사와 한의학. 독특한 조합인데요. 그 둘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사실 처음부터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국사랑 생물을 참 좋아했어요. 특히 이과임에도 불구하고 국사책을 소설책 읽듯 보다 보니 저절로 다 외우게 됐죠. 오죽하면 국사 선생님이 ‘넌 수업 안 들어도 된다’ 하실 정도였어요.

공부도 곧잘 해서, 막연하게 ‘나는 이과니까 S대 공대를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똑 떨어진 겁니다. 하하. 당시엔 자존심도 좀 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떨어진 거죠.

자연스럽게 진로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면 의대가 좋겠지만, 그러기엔 국사도 참 좋아서 포기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둘 다 공부할 수 있게 한의대를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 그럼 박사님만의 강점을 만들어준 ‘생존전략’은 두 가지 이상의 전문성을 갖는, ‘하이브리드(Hybrid)’ 혹은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형 인재가 되는 건가요?

“음, 비슷한데… 단순히 여러 개의 전문성을 갖춘다는 의미와는 조금 달라요. 핵심은 ‘좋아하는 일과 BT’, 즉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를 콜라보(collaboration) 하는 겁니다.

먼저 BT라고 하면 조금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는데, 사실 간단해요. 생물·생명·건강·인체 등 사람과 생물에 관한 것들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한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BT를 메인으로 삼고, 제가 좋아하는 ‘역사’를 더한 셈이죠.

다시 돌아가서,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아침마다 눈떠서 일하러 가는 게 지옥이면 불행해지거든요. 남들이 좋다 한다고, 지금 인기 있는 직종이라고 무작정 따라가기보단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일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직업을 바꾸기 어렵다면, 취미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게 필요하죠.

즉, 본인이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BT와 연결 가능한 부분을 찾아보는 게 제가 생각하는 생존전략입니다.”

– 여러 분야중에 왜 하필 BT와의 콜라보가 중요하다고 보시는건가요?

“산업 패러다임은 계속해서 진화해요. 저는 앞으로는 ‘BT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보는데, 이쪽 부분으로 무언가를 준비해둔다면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거죠.

저는 PC 통신 세대입니다. 제가 젊었을 땐 하이텔·천리안처럼 전화선으로 하는 컴퓨터 통신이 인기였습니다. 그 당시엔 앞으로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통신) 시대가 열린다고 했었고, 현재 그렇게 됐죠.

IT 시대를 이루는 지식들, 예컨대 하드웨어적인 기술이나 소프트웨어적 능력 등에 미리 관심을 갖고 준비한 분들은 현대에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하고, 앞서갈 수 있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미래의 주된 산업 패러다임을 예측하고, 관련된 준비를 해둔다면 그게 본인의 주요한 경쟁력,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유력하다고 보는 거죠.

왜냐하면 인간·생명·생물 등과 관련된 주제들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연구되고 발전될 수밖에 없는 분야거든요.”

– 일반적으로 BT(바이오테크놀로지)라고 하면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로 느껴집니다. 이걸 일반인들이 어떻게 직업적인 부분에서 콜라보 할 수 있을까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BT와 연관성 있는 분야를 고려해보는 게 좋겠죠. 경영학을 전공한 경우, 병원이나 제약·바이오산업으로 진출하는 겁니다.

현재 BT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은 그 안에서 콜라보 할 요소를 찾아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기술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시죠. 그럼 자율 주행을 가능케하는 인체 감지 센서라든지, 자동차 내 미세먼지를 낮추는 기술이라든지, 사람·건강에 관련된 자동차 기술 분야에 전문 지식을 쌓는 겁니다. 그럼 BT 시대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동차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거지요.

이런 식으로 응용하면 모든 직업군에서 BT 관련 공부나 전문성 쌓기가 가능합니다. 하다못해,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바이오·제약 등과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그쪽으로 투자 안목을 높일 수도 있죠.”

– 단순히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게 아니라, BT 처럼 미래 비전이 있는 분야를 더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저는 마침 운 좋게 ‘생물’ 과목을 좋아해서 역사와 연관 지을 때 추가 경쟁력이 됐죠. 한의사들이 참 많은데, 방송 등에서 저를 찾아주시는 이유 역시 이처럼 저만이 가진 추가 경쟁력이 있어서였다고 봅니다.

어떤 직업이건, 그 직업적 능력을 가진 분들은 수없이 많아요. 플러스알파(+a)의 무언가를 더해야 경쟁력이 생기는데, 기왕이면 앞으로도 발전·활용 가능성이 높은 BT 관련 분야를 더하는 게 좋겠죠.

평소에 내 직업과 BT 접점을 고민해보고 전문성을 키운 사람, 혹은 관심을 갖고 배경지식을 쌓아 둔 사람은 BT시대에 남들보다 더 빨리 적응하고, 앞서가고 시너지를 내는 생존전략을 갖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사진ㅣ장동민 박사

– 이번엔 좀 더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게요. 박사님께선 ‘좋아하는 것-생물과 역사’를 직업의 연장선으로 삼으셨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방황하거나 힘든 때는 없으셨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있었죠. 저는 계속 치열하게 살아왔거든요. 근데 20대 중반쯤, ‘이게 진짜 내가 선택한 삶인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어요. 내가 태어나고, 공부하고, 한의사가 되기 위해 달려온 게 어찌 보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주어진 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럼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나 갑작스러운 허무감이 밀려왔어요.

고민해봐도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삶을 정리하려 했는데, 주마등처럼 과거의 일들이 막 스쳐 지나가는 거예요. 신앙고백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장 박사는 천주교 신자다)- 성서의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리라’라는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나 역시도 뭔가 목적성을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온 게 아닐까. 하다못해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대신 죽는다든지 하는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내 삶의 쓰임새가 있을 것이란 깨달음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삶에 순명(順命)하게 됐죠. ‘내가 태어난 목적이 달성되면 자연히 죽을 테니, 고민 말고 잘 살아가 보자’ 같은 마음이랄까요.”

– 이후엔 삶의 방향도 많이 바뀌셨을 것 같아요.

“네,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를 늘 생각하고 즐기면서 살아요. 그런데 최근 돌이켜보니 거의 다 달성됐더라고요. 책을 쓰고 싶었는데 4권이나 썼고, 차를 하나 갖고 싶었는데 가졌고요. 마지막으로 남은 건 봉사활동이에요. 원래는 해외 봉사를 가려 했는데 결혼을 하다 보니 기회 만들기가 쉽지 않더군요. 가장이 돼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은 또 무책임한 거잖아요. 훗날 국내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계획중입니다.”

– 젊은 날의 고민을 잘 이겨내셨지만, 계속해서 고뇌할 일이 생기곤 하죠. 혹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갖고 계신 ‘원칙’ 같은 게 있으신가요?

“‘플러스 마이너스(±) 법칙’이라고, 저만의 원칙이 있어요. 저는 결국 인생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총량은 같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억울하게 빼앗기거나, 노력한 일이 물거품이 될 때. 이걸 떨쳐내지 못해서 울화병을 얻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무런 노력 없이 무언가를 쉽게 얻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죠. 보통 이런 부분들은 잘 인식되지 못해요. 결과적으로 보면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반면에, 그만큼 또 수월하게 잘 되는 일도 있으니 그 총 합(±)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그런 원칙을 세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계기라기보단, 경험적으로 습득했죠. 저처럼 ‘플러스 마이너스 법칙’을 따르면 두 가지 장점이 있어요. 첫째로는 억울함이나 울화에서 벗어나게 돼요. 지금 잘 안된 일은 결국 다른 플러스로 돌아올 테니 안된 일에 마음 상하거나 집착하지 않게 되죠.

둘째로는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하니까 휘둘리게 되는 거잖아요? 지금은 쓸모없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까지도 ‘언젠가·어떤 방식으로 든 내게 플러스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의심 없이 중심을 잡을 수 있죠.

예를 들면, ‘스타크래프트’ 아시죠? 게임이잖아요. 어떤 분들에게는 시간 낭비로 보일 수 있지만, 저한텐 아니었어요. 중·고등학생들을 진료할 때 스타크래프트 얘길 하면 금방 마음을 열고 대화도 술술 풀리더군요. 말하자면 그런거죠. 무엇이든 무의미한 경험은 없더라고요.”

–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고 하셨지만, 살면서 문득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혹은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 있죠. 그런 분들께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 불안과 불확실성을 떨쳐버리려면 ‘결국 뭐라도 한 것은 돌아온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필요해요. 내가 쌓아온 것들이 결국 이득이 되는 걸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긍정적인 믿음이 생기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근데 그걸 본인이 직접 느끼기 전에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먼저 삶을 조금 더 살아본 사람들이 후배들에게 이런 것을 알려주고 확신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이 좋은 조언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냥 말로만 하는 것보다, 살아온 삶을 보여주고 들려줄 때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원격진료·AI 진단·무인점포 등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 되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박사님은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일단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달리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기 힘든 분야에 속합니다. 예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왕비나 후궁의 경우 남자 의사가 진맥을 못 하니까 손목에 실을 묶어서 진맥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거 안되거든요. 하하.

진맥하는 포인트만 양쪽 손목에 3개씩 총 6개고, 층도 5개 층이라 이런 걸 다 고려해서 진맥하는 건데, 실이 그걸 내용을 전달할 수 없죠. 그래서 의녀가 있던 거예요. 어의 대신 맥을 짚고 전달하는 방식인 거죠.

최근에 ‘맥 진단기’가 만들어지고는 있는데, 이게 100% 정확하다면 쓰겠죠? 그렇지만 말씀드린 대로 위치와 넓이 등을 고려해서 진맥할 수 있는 기술력은 아직 안 돼요. 처방도 기계화하기 쉽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서양의학은 병명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집니다. 각각 변비나 설사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는 각기 다른 약을 주죠. 그런데 한방은 변비랑 설사 환자에게 같은 약을 처방하기도 해요. 둘 다 장이 제 기능을 못 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보면, 공통으로 장 기능을 강화하는 약을 주는 식이죠.

이렇다 보니 한의학에서는 사람 개인마다 처방법이 다 달라져요. 여름에 찬 걸 먹어서 좋은 사람이 있지만, 따뜻한 걸 먹는 게 좋은 사람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런 부분까지 AI가 대체하려면 정말 고도화된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예요.

일례로 아직 ‘기(氣)’의 존재도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잖아요. 기 순환에 관한 이야기를 한의학에서 하지만 과학적인 분석은 안 되는 거죠. 결국, 한의학은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해서, 인공지능으로의 대체가 어렵지 않나 싶어요.”

장동민 원장

(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현) 동대문구한의사회장
(현) 하늘땅한의원 원장
(전) 서울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사상체질의학 석사
침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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