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저평가된 유럽산 연비왕”…르노 클리오·QM3

18.0km/ℓ 수준 극강연비와 기대이상의 주행감성..튼튼한 하체 ‘만족’
DCT 변속기는 ‘양날의 검’.. 부족한 편의사양과 다소 비싼 가격도 흠
르노삼성 QM3의 실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가 살아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1987년부터 30여 년간 국내 소형차 시장의 간판이었던 프라이드는 소리소문없이 단종됐고, 25년 역사의 엑센트도 명맥이 끊겼다. 쉐보레 아베오도 같은 운명을 맞으면서 국내 소형차 시장은 씨가 마른 상황.

이제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형차는 사실상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선택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유럽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르노 클리오와 QM3(유럽명 캡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클리오와 QM3 모두 국내 판매는 신통치 않지만, 판매량만으로 차를 평가할 수는 없는 일. 유럽시장에서 단단한 시장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쳤던 숨은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르노삼성 QM3의 전측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르노삼성차가 ‘판매회복’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장거리 시승행사를 통해 클리오와 QM3를 동시에 만나봤다. 시승코스는 서울 도심에서 강원도 태백스피드웨이까지. 편도로만 약 300km에 육박하고 소요시간도 대략 3시간 30분이 넘는 꽤 긴 거리다. 본래 가치에 비해 판매량이 낮아 안타깝다는 르노삼성 관계자들의 말을 떠올리며 운전대를 잡았다.

서울에서 태백스피드웨이로 이동하는 동안 시승한 차는 ‘소형 SUV’로 분류되는 QM3다. 지난 2013년 말 첫 출시된 QM3는 지금이야 힘이 살짝 떨어졌지만, 지난 6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차종이다.

QM3는 쉐보레 트랙스와 더불어 현재 가장 치열한 시장인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다. 특히 출시 당시엔 예약판매 7분 만에 한정판매 물량 1000대가 모두 팔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르노삼성 QM3의 측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물량 확보와 가격 등 한계가 뚜렷한 ‘수입차’인데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QM3의 ‘경제성’ 덕분이었다. 기본가격은 소형차임에도 2000만원이 넘어가지만, 경유 1ℓ에 17.4km/ℓ(복합연비 기준)나 주행할 수 있어 주행거리가 많은 운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

실제로 직접 시승해 본 QM6는 예나 지금이나 ‘연비 끝판왕’으로 평가해도 좋을 만큼 독보적인 효율을 자랑했다. 고속도로와 국도, 시내도로 등 총 300여km를 주행한 결과 계기판의 평균연비는 18.0km/ℓ 수준. 연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속도를 올렸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연비다. 높은 연비를 위해 이른바 ‘발끝 신공’으로 마음먹고 달려들었다면 20.0km/ℓ정도는 쉽게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QM3의 실내 디자인. 계기판에는 평균연비 18.0km/ℓ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이 같은 연비는 최근 출시된 코나 하이브리드(19.3km/ℓ)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준이다. 특히 시내가 아닌 고속도로를 주로 주행한다면 경쟁자인 코나 하이브리드보다 QM3의 실연비가 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QM3가 이처럼 높은 연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아담한 차체와 연료효율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 구성 덕분이다. QM3에는 유로6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1.5ℓ 디젤엔진과 독일 게트락사의 DCT(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려 있다. 연료를 적게 쓰는 소형 디젤엔진이 동력손실이 적은 DCT 변속기와 만나면서 연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셈.

르노삼성 QM3의 측후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특히 QM3의 디젤엔진은 르노와 닛산, 메르세데스-벤츠 등 27개 차종에 적용돼 총 1000만대 이상 팔려나간 엔진이다. 최고 출력은 90마력에 불과하지만 최대토크는 22.4kg.m를 확보해 실속을 챙겼다.

QM3는 고속영역에서 꾸준히 밀어주는 맛은 없지만, 엔진의 저회전 구간에서 느껴지는 토크감은 풍부한 편이다. 실제로 80~120km/h 수준의 일반적인 속도에선 답답함이나 불편함을 느끼긴 어려웠다. ‘숫자의 함정’에 빠져 차가 안 나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120km/h를 넘기면 출력의 한계로 속도가 매우 천천히 상승한다. 연비에 관심 없는 스포티한 성향의 운전자라면 올바른 선택지가 아니겠지만, 얌전한 운전습관을 가졌다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QM3의 실내공간.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또 QM3는 세단보다 시야가 넓어 초보운전자들에게 유리한 것도 장점이다. 여느 SUV들보단 차체가 낮아 일반적인 소형 해치백으로도 보이지만, 운전석에 앉아보면 넓은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또 헤드룸이 세단보다 여유롭게 때문에 실내가 쾌적한 편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꽤 넉넉한 화물도 적재할 수 있다.

태백에서 양양을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길엔 르노의 소형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와 함께했다. 클리오와 QM3는 같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몸집과 편의사양, 연비 등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다만 QM3가 연비와 실내공간에 특화돼 있다면, 클리오는 야무진 주행감에 있다고 해야 할까.

르노 클리오의 실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소형 해치백인 클리오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400만대를 돌파한 유럽 소형차의 대표모델 중 하나다. 하지만 유럽 시장과 달리 국내에선 상당히 저평가된 상황. 국내에 팔리는 4세대 클리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210만대 이상 팔렸지만, 국내 판매량은 출시 후 약 1년간 4000대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물론 현행 클리오는 유럽시장에 첫선을 보인지 7년이 지난 모델이고, 이미 유럽에서 신형이 발표된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국내 판매량은 야속하게 느껴질 만큼 낮은 편이지만, ‘기본기’ 만큼은 국내 신차들보다 나은 모습이다.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몸놀림이 경쾌했고, 소형차치고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낭창거리는 거동의 국산 신차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주행감이다.

르노 클리오의 전측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동력성능이다.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QM3보다 ‘잘 나간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 “90마력짜리 소형차가 잘 나가봤자지” 생각이 들겠지만, 막상 시승해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간다. 속된 말로 ‘연비에 몰빵’한 QM3는 RPM을 낮게 유지하는 편이지만, 클리오는 ‘스포츠모드’를 켠 듯 RPM이 높게 유지된다.(참고로 클리오와 QM3엔 에코모드만 쓸 수 있고 스포츠모드는 없다.) 엔진회전이 빠를수록 힘을 여유롭게 쓸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이 때문인지 클리오의 복합연비(17.1km/ℓ)는 QM3(17.4km/ℓ)보다 소폭 떨어진다. QM3보다 경쾌한 운동성능을 위해 연비를 살짝 희생한 셈인데, 실제 시승했을 땐 오히려 클리오의 연비가 좋았던 것이 흥미로웠다. 클리오의 주행성능은 앞서 서킷에서 충분히 경험한 터라 연비를 위한 운행에 집중한 탓이다.

르노 클리오가 기록한 시내 평균연비(위)와 고속도로 연비.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이날 클리오가 강원도 양양에서 서울역까지 약 200km를 주행하는 동안 기록한 평균연비는 21.2km/ℓ이다. 꽉 막히는 서울 시내 출근길에서도 16km/ℓ 정도를 기록했으니, 비싼 하이브리드차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튼실한 하체 덕분인지 고속주행 시 불안감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코너링 감각도 수준급이었다. 스티어링휠을 급격히 잡아돌리더라도 차체 뒤꽁무니가 재깍재깍 따라왔는데, 국산 소형은 물론 준중형급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예리한 몸놀림이다.

르노 클리오의 후측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또 칭찬할 점은 만족스러운 승차감이다. 승차감에 불리한 고인치(17인치) 타이어를 기본 적용하고 서스펜션 세팅도 단단한 편인데, 느껴지는 승차감은 편안한 쪽에 가깝다. 노면 충격을 적당히 걸러주면서도 단단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하는 셈. 중형차와 비교하면 어림없지만, 국산 동급차종들보다는 승차감과 주행감성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다.

‘소형’이라는 급에 맞지 않게 1열 시트의 착좌감도 우수한 편. 보통 소형차들은 시트가 부실해 불편하기 마련인데, 클리오의 시트는 몸을 충분히 감싸줄 만큼 넓어 급격한 코너링 시에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편의사양들도 국산 신차보다는 떨어지지만, 나름 훌륭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최상위 트림인 파노라믹을 선택하면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제공되고, 스마트폰을 차량에 테더링시켜 티맵(T-map)의 길안내도 받을 수 있다. 소형급에선 보기 드문 풀 LED 헤드램프도 중간 트림부터 기본 적용돼 있다.

르노 클리오의 실내공간.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물론 아쉬운 점들도 적지 않다. 클리오와 QM3에 적용된 6단 DCT는 2개의 클러치가 번갈아가며 엔진과 연결되는 수동 기반 변속기다. 동력 손실이 적어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연료 효율이 높지만, 엑셀레이터(저속 기준)에서 발을 떼는 순간 뒤에서 잡아끄는 듯 급격히 감속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차체가 울컥울컥(혹은 꿀렁꿀렁)하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다. DCT 변속기는 한마디로 ‘ 양날의 검 ’ 인 셈.

특히 실내 버튼의 편의성과 직관성이 국산차들보다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1열 시트를 눕히려면 센터 콘솔박스를 뒤로 젖힌 후 시트 안쪽의 원형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크루즈컨트롤 버튼도 스티어링 휠이 아닌 운전석 컵홀더 근처에 붙어있어 버튼을 더듬을 수 밖에 없다. 열선버튼도 시트에 붙어있어 왼손(운전자)을 더듬거리며 찾아야 한다.

직관성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클리오와 QM3의 버튼.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두 차종 모두 노후화된 탓에 이렇다 할 편의사양이 없고, 오래된 차종이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QM3의 기본가격은 2180만원, 클리오는 1990만원이다. 아무리 수입차라지만 르노삼성은 ‘국산 대중차’ 브랜드라는 점, 두 차종 모두 엔트리급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가격이다.

◇ 총평
유럽에서 건너온 QM3와 클리오는 잘생긴 외모와 압도적인 연비를 갖춰 젊은층에게 적합한 차종이다. 출시된 지 오래되긴 했지만 파워트레인의 신뢰도와 기본기만큼은 국산 신차들을 앞서는 수준이다.

이는 차량의 가격보다 연비와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전자라면 클리오와 QM3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주유할 때마다 차계부에 18~20km/ℓ수준의 실연비가 적힌다면 조금 아쉬운 점들은 다 용서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QM3와 클리오의 후속모델들은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강화해 국내 소비자 입맛을 저격하는 ‘한국 전략차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M6를 통해 가솔린·LPG SUV 시장을 키운 것처럼, 소형차 시장의 새로운 부흥도 르노삼성이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르노 클리오의 후면 디자인. 사진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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