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3000만원을 넘기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편의사양과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갖춘 패밀리카. 쏟아져 나오는 신차 가운데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차를 찾는다면, 답은 쌍용차의 코란도가 아닐까 한다.
특히 앞서 출시된 코란도의 디젤 모델과 가솔린 모델 중에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가솔린 모델을 고르고 싶다. 판매 가격이 디젤 대비 최대 190만원 싼 데다 실제 체감하는 동력성능은 우위에 있기 때문. 게다가 국내 SUV 중 유일하게 저공해 자동차로 인증받아 공영주차장 요금도 감면받을 수 있고, 연간 세금(27만 3000원)도 더 싸다.
최근 국내 출시된 코란도 가솔린 모델은 쌍용차가 가장 기대를 거는 모델 중 하나다. 투싼과 스포티지 등 동급 경쟁모델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동력성능, 안전사양 등 상품성은 뒤처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코란도 가솔린 모델의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2256만~2755만원에 책정됐다. 최근 코란도를 의식해 급하게 연식 변경한 스포티지는 2342만~2670만원에 판매되니, 약 80만원 가량 차이나는 셈이다.
코란도 가솔린의 가장 큰 특징은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스펙’에 민감한 일부 소비자들이 엔진 다운사이징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꼭 시승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포츠카처럼 매우 잘 달린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부족하지도 않은 가속감을 지녔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의 1.5ℓ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힘을 발휘한다. 배기량은 낮은 편이지만 터보 형식이다 보니 일반흡기 형식의 2000CC 엔진보다도 더 큰 힘을 낸다. 실제로 스포티지 가솔린(일반흡기) 모델은 배기량이 2000CC이지만,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도 19.6kg·m에 그친다. 출력과 토크 모두 코란도가 우위다.
1.5ℓ 터보엔진의 실제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가솔린답게 저속에선 매우 조용한 편이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가속페달에 힘을 많이 주면 기어가 저단으로 바뀌며 RPM(엔진회전수)이 급격히 치솟지만, 속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이내 안정을 찾았다.
고속도로를 주행해 보면 시속 120km 정도까지는 거침이 없다. 높은 속도일수록 가속이 더뎌지지만, 그렇다고 답답함이 들지는 않았다. 거칠어지는 엔진음이 귀에 거슬리긴 하지만 쏘나타, QM6 등 2000CC 일반 흡기엔진 모델보다 휠씬 거동이 경쾌했다. 코란도가 고속주행용이 아닌 패밀리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동력성능이다.
이 같은 달리기 실력은 1.6ℓ디젤 모델과 비교해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가솔린 모델은 디젤(136마력·33kg·m)보다 최대출력이 높은 대신 최대토크는 다소 떨어지지만, 실제 체감하는 전반적인 동력성능은 저속과 고속 모두 가솔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또 인상적이었던 점은 가솔린의 연비가 디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솔린과 디젤 모델의 복합연비는 2WD 기준으로 각각 11.1km와 14.1km/ℓ으로, 스펙 상으론 차이가 꽤 나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주행했을 땐 둘 다 13km 수준의 평균연비(고속도로 기준)를 기록했다.
디젤 모델은 성인 2명에 캠핑짐을 가득 실었을 때 기록한 평균연비이고, 가솔린 모델은 성인 4명이 탑승한 기준이다. 조건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디젤과 가솔린 간 유의미한 연비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비는 주행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솔린 모델의 경우 높은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국내 SUV 중 유일하게 저공해 3종 자동차 인증을 획득한 차종이다. 국내 가솔린 SUV의 상징적인 모델인 QM6나 티볼리도 해내지 못한 성과다. 덕분에 코란도 가솔린은 혼잡통행료와 공영·공항주차장 이용료를 약 절반 가량 감면받을 수 있다.
낮은 배기량 덕분에 27만 3000원에 불과한 연간 자동차세도 큰 장점이다. 2000CC의 배기량으로 약 51만원의 자동차세를 내야하는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보다 24만원이나 저렴한 셈이다.
코란도의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함께 시승해 본 결과, 가솔린 모델을 제쳐두고 디젤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가솔린 모델은 차량 가격, 세금,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등 경제성에서 우위이고, 실제 동력성능과 연비도 차이가 없었기 때문. 특히 디젤은 주기적으로 요소수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것만 아니라면 가솔린 모델이 합리적이다.
한편,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코란도는 실내공간도 동급 최대 수준으로 확보해 실용성을 높였다. 실제로 코란도의 앞뒤 좌석 간 거리는 850mm로, 투싼(841mm), 스포티지(837mm)보다 여유롭다. 덕분에 180cm의 성인 남성이 2열에 탑승하더라도 레그룸이 넉넉하게 남는 편.
코란도는 실내 거주공간은 물론이고 트렁크 적재공간도 동급에서 가장 넓다. 코란도의 트렁크 용량은 551ℓ로, 역시 투싼(513ℓ), 스포티지(503ℓ)보다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풀사이즈의 ‘스토케’ 유모차를 여유롭게 적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선택옵션이긴 하지만, 최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인 ‘딥컨트롤’도 코란도의 강력한 무기다. 신형 코란도는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차선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운전의 피로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엔 대부분 탑재되고 있긴 하지만, 상위 차종인 G4 렉스턴이나 렉스턴 스포츠에도 없는 기능이다.
코란도를 고속도로에서 주행해보면 이 차가 쌍용차가 맞나 싶을 만큼(?) 매우 똑똑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이고, 과속 단속카메라를 만나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였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 가볍게 손을 얹고 있기만 해도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앞 차가 정지하면 안전하게 멈췄고, 출발할 땐 크루즈컨트롤 속도조절 버튼을 밑으로 ‘딸깍’ 해주면 그만이다.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가 상용차 중엔 최고 수준인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본 트림부터 긴급제동보조, 차선유지보조, 앞차출발알림, 부주의 운전경보, 안전거리 경보 등 첨단 사양을 적용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안전사양 외에도 선택옵션인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도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기능이다. 계기판 전체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큼지막하게 띄울 수도 있고, 속도계와 RPM계 사이에 축소 내비게이션을 넣을 수도 있다. 화려한 그래픽을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셈.
좋은 소리를 잔뜩 늘어놓긴 했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 모델이 쌍용차의 상징과도 같은 ‘코란도’라는 이름을 계승할 자격이 있느냐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뜻을 가진 코란도는 지난 35년간 역사를 이어온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다.
초창기 코란도는 지프의 랭글러처럼 프레임 보디를 기반으로 높은 지상고를 자랑했다. 덕분에 과거 코란도들은 어떤 지형을 가더라도 부담이 없었지만. 전작인 코란도C부터 ‘도심형 SUV’로 바뀐 것이 못내 아쉽다. 사실상 짐을 더 실을 수 있는 세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란도의 제원상 최저 지상고는 185mm에 불과하다. ‘정통 SUV’로 평가받는 렉스턴 시리즈(210mm)보다 약 3cm 가량 차체가 낮은 셈이다. 물론 150mm 내외의 일반 세단보다야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소남이섬이나 경반분교 캠핑장 같은 험한 길을 가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 함부로 험로를 달렸다가는 하체 긁히는 소리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물론 수요에 한계가 있는 오프로더보다 대중적인 도심형 SUV가 판매에 유리하다. 재정에 어려움이 있는 쌍용차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터. 하지만 코란도라는 이름에 걸맞는 오프로더를 ‘스페셜 에디션’으로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휠하우스를 넓게 키우고 최저지상고를 높인 코란도 특별판은 안되는 걸까.
◇ 총평
코란도의 디젤 모델과 가솔린 모델을 모두 시승해본 결과, 가솔린 모델의 상품성이 훨씬 좋았다. 연비도 나쁘지 않았고, 동력성능, 판매 가격, 편의·안전사양, 거주 및 적재공간 등 전반적으로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상품성이다. 특히 블라인드 테스트로 시승한다면 국내 경쟁차종인 투싼과 스포티지보다 휠씬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 코란도에 남은 건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선입견과 편견과 싸우는 일이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보다 별로다”라거나 “1.5ℓ 엔진은 힘이 약하다” 등의 막연한 인식만 극복한다면, 신형 코란도의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