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ㅣ대법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70억원 뇌물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한 것은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란 지적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변 박근혜 사법심판 TF는 18일 공동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신동빈 회장을 뇌물공여자로 판단하면서도 ‘법률심’이라는 이유로 신 회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 강요의 피해자로 본 항소심 판단을 변경하지 않았다”며 “결국 그릇된 항소심 판결로 인해 야기된 국민의 사법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신동빈 회장의 70억원 뇌물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 공여 책임을 엄히 묻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지난 8월 29일 최순실 사건에서 강요죄의 성립을 부정하면서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면세점 사업 특혜 등 이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참여연대·민변은 이에 대해 ‘법률심’의 한계를 지적한다. 법률심이란 ‘법원이 사건을 심판함에 있어 법률 문제에 대해서만 심판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이 신 회장을 뇌물공여자로 판단하면서도 2심의 양형을 변경하지 않은 것은 이번 사안을 법률심으로 봤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이를 대법원의 ‘재벌봐주기식 판결’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판결을 초래한 항소심 재판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는 사법부가 이 점을 유의해 국정농단 뇌물공여죄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참여연대·민변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별다른 이유없이 경영판단의 법리를 기업집단 차원으로 확장해 적용하는 등 정책 법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이 그룹 계열사로 하여금 경영이 악화된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해 약 340억원의 손해를 야기했지만, 항소심은 해당 배임죄 혐의에 대해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무죄로 봤고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민변은 “손실을 입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른 계열사를 지원해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경우 경영판단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종래 대법원 판례”라며 “이러한 법리에 따라 부실 계열사 지원을 지시해 우량 계열사마저 경영부실에 빠뜨린 재벌총수들은 배임죄로 처벌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차원을 넘어 재벌 기업집단 차원에 경영판단의 법리를 적용해 면죄부를 주는 것에 대해서 명확한 판례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데, 원심 판결에 특별히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판결하는 것은 정책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의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