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년기획] 장수 고양이의 비밀 (feat. 하루키씨)

나의 생존전략 이야기_④ 김영욱 전략기획본부장

인더뉴스 김영욱 전략기획본부장ㅣ홍대입구역은 요일과 시간 그리고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복잡한 모양입니다.

그동안 용케 홍대입구 주변을 피해 망원이나 상수, 광흥창 부근에서만 일을 처리하곤 했는데, 지인 중 한 분이 홍익대학교 바로 앞에 약국을 개업했다는 소식에 백만년 — 물론 제가 백만년을 넘게 산 건 아닙니다만 — 만에 홍대입구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TV와 컴퓨터 모니터, 휴대폰 속 영상로만 접하던 홍대거리를 실물로 접하니 꽤나 많이 변해있더군요. 익숙한 거리와 낯선 건물, 비슷한 번잡함과 북적임. 그런 활기어린 복잡함 속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책방이었습니다.

오호라 이런 곳에 서점이 생겼네! 한동안 서점을 방문한 기억도 가물한 찰나 축하용 발걸음은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개인취미 및 일탈용 발걸음으로 바뀌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서적의 바다를 열심히 물장구치고 있었습니다.

소설과 수필이 가득한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눈에 띄는 제목의 책을 하나 뽑아들었습니다.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라는 에세이였는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에세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이기도 하고, 더 개인적으로 이 분의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하는터라 — 미안합니다! 하루키씨. 다들 좋아하는 작가이니 제가 덜 좋아한다고 기분나빠 하진 마세요. — 그 ‘비밀’이 담긴 책과 다른 책을 몇 권 사서 서적의 궁전을 빠져나왔습니다.

음… 사실은 하루키씨가 ‘오래사는 고양이의 비법같은 것’을 적어놓았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 비법을 사람에게 적용시키면 어떻게든 이 원고를 끝낼수 있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이었죠.

‘인간생존전략’이라는 뭔가 세기말의 ‘인류보완계획’같은 거창하고, 대단하고, 어렵고, 난해하며, 딱딱하고, 철학적이며, 전략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를 단번에 풀어줄 열쇠같은게 존재하길 간절히 고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삽화 1장을 포함한 5장(그나마 마지막 장은 세 줄이 전부)의 짧은 에세이에 장수 고양이의 비밀같은 건 없었습니다. 혹시 번역가가 잘못 번역한게 아닐까 하며 원문 검색까지 시도해보았지만 쓸모없는 체력낭비였습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는 고양이의 사정이, 인간은 인간의 사정이 있겠죠.

그런 이유로 저의 사정은 ‘점점 더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변해가고, 나름 전문적인 분야라고 했던 것들이 전혀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 되며, 과거에 익숙했던 것들이 지금은 통하지 않는. 절대 불변할 것 같이 확고하던 것들이 ‘설마 진짜로 안바뀔 줄 알았냐?’하고 비웃듯이 바뀌곤 합니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TV드라마에서였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라는 대사가 나오더군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깊이 공감을 했는데 그게 맞는 말인 듯 합니다. 사실 오늘의 저는 저도 처음이거든요.

어제의 제가 오늘의 저보다 더 현명했을지, 더 무지했을지, 더 용감했을지, 더 비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저는 제 생애를 통틀어 처음 만나는 저이고 저 자신에게도 미지의 존재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하나의 ‘비밀’인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너무 모른다는 것.’ 알고 있던 것도 다르게 변할 수 있고,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 참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납득되지 않으면 의심을 품고 제대로 알려고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흐르는 강물위에서 노를 젓지 않으면 배는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 버리겠죠. 같은 장소에 계속 머무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강물이 흘러가는 속도만큼 노를 저어주어야 합니다.

고고한 백조가 호수에 떠있기 위해서 두 발은 쉬지않고 물장구를 치고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 물론 이 문장의 비유는 틀렸습니다. 백조는 깃털 때문에 떠있는거지 두 발로 물장구를 쳐서 떠있지는 않습니다. 글을 써놓고 보니 배를 강물바닥에 고정시키거나 모터를 달아놓는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잔머리는… —

어쨌든 늘 경계해야 하는 것은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대책없는 확신과 ‘이미 다 해봐서 안다’는 무식한 자만인 듯 합니다. 오늘이 처음인 저는 여전히 잘 모르는게 정상이고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사진ㅣ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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