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최근 반도체 소재를 두고 한·일간 무역분쟁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양국간 반도체 갈등이 길어질수록 이웃나라인 중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반도체 소재 제재가 한일간의 갈등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조짐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차세대 육성 산업으로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는 것을 방해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
이번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를 두고 지난 1980년대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두고 한 판 벌였다.
10일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80년 미일 반도체 갈등 사례의 시사점’이라는 리포트에서 “현재 상황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한-미-중-일간의 경쟁이라면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돼도 반도체 산업을 두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갈등을 예로 제시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수 년간 통상압박을 가했다. 반도체 산업이 최첨단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주도권이 일본 기업에 내줄 것을 우려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 반도체 주도권을 내줄 경우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 반도체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각종 R&D 투자와 설비투자 등을 창출하고, 미국 최첨단 군사장비 개발과도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격돌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은 반도체 등 IT산업에 국가적 지원을 하고, 미국 정부는 위협을 느껴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한국도 비메모리 산업 육성을 선언해 일본을 넘어 미국도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향후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경쟁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규제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한일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앞선 미일 사례를 봤듯이 향후 글로벌 경제와 산업을 주도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경쟁은 단기간에 그칠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본과 함께 미국 측의 입장도 주시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