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채권자 중심에서 채무자 중심으로 바뀔 전망입니다. 향후 채무자는 채권금융기간에게 사적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되고, 채권금융기관은 개인채무자에게 과도한 연체·추심부담을 지우지 못할 뿐 아니라 채무자 보호책임도 강화해야 합니다.
9일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소비자신용법’안을 논의했습니다. 기존 대부업법을 전면 개정한 해당 법안은 대출의 성립부터 소멸까지 전과정을 담았고 대상도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 등 광범위합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법안의 목적은 채무자와 채권자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 지원이 미약해 채무자의 상환의지가 꺾이고 장기연체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채무조정요청권·채무조정교섭업 도입..‘채무조정 활성화’
먼저 채무자와 금융기관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됩니다. 개인채무자의 채무조정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채무조정교섭업도 신설됩니다.
이에 따라 개인연체채무자가 혼자서는 채무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채권금융기관에 빛을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채무조정 시에는 상환이 어렵다는 증빙자료가 필요합니다.
채권금융기관은 개인연체채권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이나 양도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미리 채무자에게 채무조정 요청권을 안내해야 합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겁니다.
채무자가 정해진 기간 내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금융회사는 추심을 중지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채무조정안도 제안해야 합니다. 채무조정 결과를 채무자에게 알리기 전까지는 기한이익상실을 할 수 없습니다.
◆ 채무자, 연체・추심부담은 줄이고 권리는 올리고
개인채무자의 과도한 연체・추심부담이 완화됩니다. 정부는 채권금융기관이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더라도 아직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원금에 대해서는 연체이자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이 회수불능으로 판단해 상각한 채권을 매입추심업자 등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더 이상 이자가 증식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채권의 회수가능성을 감안해 소멸시효 중단기준이 마련되고 시효 중단여부가 평가될 예정입니다.
또 개인채무자 연락제한요청권과 법적손해배상청구권이 도입돼 채무자 권리도 높아질 전망입니다. 현재 하루에 2번까지 추심행위를 할 수 있지만 향후 채권 추심연락 총량이 제한되면 일주일에 7번만 가능합니다.
◆ “수탁업자가 법 위반하면 금융회사도 손해배상”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자 보호책임이 강화됩니다. 수탁・매입추심업자 선정이 까다로워져 추심인력, 전문성, 채무자 처우, 위법, 민원이력 등을 평가해야 합니다. 선정 후에도 위법행위 점검 등 사후관리도 의무화됩니다.
수탁・매입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해 손해를 가한 경우 원채권금융기관도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내용이 이번 법안에 포함됐습니다. 개인 채무자는 소비자신용 관련 업자와 금융회사에 1건의 채권당 300만원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연체채무자가 상환을 포기하는 대신 채무조정을 요청하고 채권금융기관과 함께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채권금융기관도 회수실익과 비용을 고려해 채무조정에 임하면 채권회수 가능성이 커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손 부위원장은 “소비자신용법제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영국의 경우 채무조정 활성화가 장기적으로 회수율·수익성에 유리하다는 금융기관들의 인식이 확산됐다”며 “이를 통해 자율적인 채무조정 관행이 정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업권이 관련된 만큼 입법과정에서 관련 업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이번 법안이 선량한 채무자가 패자부활할 수 있는 금융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