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민-요기요 통합, 독과점 해소 약속이 먼저

공정위 사무처 조건부 승인 입장..“배민 사고 싶으면 요기요 팔아라”
배달앱 업계 독과점 해소 노력 없어..공정위, 시민사회 의견 경청해야
배달앱.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해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공정위 결정을 두고 ‘기업결합을 통한 시너지라는 혁신을 간과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는데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시장 경쟁 제한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하 여부를 주로 판단합니다. ‘배민을 갖고 싶으면 요기요를 팔라’는 주문은 시민단체 및 소상공인들이 제기해온 독과점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배달앱은 흔히 말하는 ‘플랫폼’이며 소비자와 음식점 외에 배달라이더가 참여하는 다면시장 형태를 보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약 5조원에 육박하는 우아한형제들 인수가액을 플랫폼 참여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보여줘야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통해 얻은 자본력 확대와 시너지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먼저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흡수되면서 수수료 정책과 일반 소비자 할인에 투입하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식업계와 소비자, 배달라이더가 반발하는 부분도 여기입니다. 외식업계는 배달앱 의존도가 점차 심해지는 상황에서 시장이 1개 기업 산하에 들어가면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을 업주에게 전가해도 대응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합니다. 배달라이더는 일방적 거래조건 변경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최종 소비자는 업주가 떠안는 비용을 일정부분 분담하게 되면서 음식가격 자체도 오를 여지가 있습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 직접 나서 “인수합병으로 인한 중개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운영 방침 변경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 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인 ‘울트라콜’에서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 예입니다. 점포당 월 8만8000원이었던 비용이 매출 5.8%로 급증할 수 있어 외식업계는 즉각 반발했고 우아한형제들은 10일 만에 요금체계 개편을 백지화했습니다.

요기요는 지난 6월 공정위로부터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로 과징금 4억6800만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경쟁앱보다 요기요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도록 하는 ‘최저가 보장제’를 음식점에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음식점을 감시하면서 최저가 보장제에 따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품겠다는 발표를 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스타트업 육성이냐 독점 허용이냐는 큰 대립각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에 있습니다. 자신들이 배달앱이 아닌 배달업 시장에 속해있다면서 점유율이 90%에 육박하지만 독과점이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할 뿐 플랫폼 참여자의 이익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에는 소홀했습니다.

공정위는 인터넷 기업 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 참여자인 소상공인과 배달라이더, 일반 소비자 등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열어두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기업결합을 허용하더라도 배달수수료 인상 제한과 계약 조건 부당 변경 금지 등 보호조치를 강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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