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일의 눈부시계] 존윅, ‘칼 F. 부커러’ 시계 거꾸로 찬 이유는

현실적인 연출로 유명한 ‘존윅’…의도된 연출 추정
1차대전 때부터 시계 보호하고 가독성 높인 착용법
스위스 시계 브랜드 ‘칼 F. 부커러’ 마네로 오토데이트
시계를 거꾸로 찬 존윅. 사진 | 유튜브 채널 ‘IGN’

인더뉴스 주동일 기자 ㅣ 2007년 미국 드라마 ‘스킨스’의 스타일리시한 여주인공 ‘캐시’는 손목 시계를 발목에 차고 나왔습니다. 이를 따라한 이들도 인터넷에 종종 등장했는데요, 이처럼 시계를 차는 방식만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지난 6월 개봉한 ‘존윅3’ 의 주인공도 그중 하나입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칼 F. 부커러의 마네로 오토데이트를 거꾸로 차고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다이얼이 손등에 오도록 손목시계를 차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존윅은 다이얼을 손목 안쪽으로 돌려서 착용한 겁니다.

◇ “존윅의 시계는 의도된 연출”

영화와 시계 팬들은 “주인공 ‘존윅’이 시계를 거꾸로 차는 데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영화 ‘존윅’ 시리즈가 현실적인 설정과 연출로 극찬을 받는 만큼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실제로 히트맨 존윅이 실내에서 총을 45도로 기울여 쏘는 것은 해당 파지법(C.A.R)이 근거리 전투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존윅이 적들의 몸통을 두 번 쏜 뒤에 머리를 쏘는 것도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실제 사격술을 재현한 겁니다.

또 키아누리브스가 영화 ‘콘스탄틴’에서 오리스의 모던클래식을 정방향으로 찬 것이 알려지면서 존윅의 시계 착용법은 ‘의도된 연출’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제작진의 의도에 대한 여러 추측 중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은 “사격 중 시계를 보기 위해”입니다.

영화 ‘존윅’ 의 한 장면. 사진 | 인스타그램 ‘johnwickmovie’

국내 시계 커뮤니티엔 존윅처럼 시계를 차면 “총을 겨냥하면서 시계를 볼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군인들이 작전 중에 시간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종종 저렇게 차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글은 또 있었습니다. “유리에 빛이 반사되면 위치 노출로 명줄이 줄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안쪽으로 돌려차도록 (군사 작전 중) 선배들이 팁으로 교육한다”며 “탄포줄로 시곗줄 만들어서 덮어 차거나 다른 곳에 넣고 활동했다”는 내용입니다.

◇ 1차대전 참전군인에게 퍼진 ‘시계 거꾸로 차기’

실제로 도구를 들고 있을 땐 손등보다는 손목 안쪽에 달린 시계 다이얼을 보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합니다. 해외 시계 블로그 와치 랭커(Watch Ranker)는 “이 같은 이유로 간호사들이 시계를 거꾸로 차기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사 작전을 위해 시계를 거꾸로 차는 것은 세계 1차대전부터인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군사 매체 스펙 옵스 매거진(Spec Ops Magazine)은 “시계가 보급된 세계 1차대전 때부터 시계를 거꾸로 차는 군인들이 나타났다”며 “그 전엔 여성들이 시계를 거꾸로 찼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 같은 착용법은 지금도 일본 영화·애니메이션 속 일부 여성 캐릭터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선 ‘시계를 보호한다’, ‘여성스럽다’ 등의 이유로 여전히 몇몇 여성들이 시계를 거꾸로 찹니다. 전쟁이 발생하면서 이 착용법이 군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퍼진 거죠.

존윅의 마네로 오토데이트. 사진 | 시계 블로그 ‘I KNOW WATCHES’

스펙 옵스 매거진은 “시계를 손목 안쪽에 차면 총을 들었을 때 시간을 보기 편하고 유리의 빛 반사를 줄인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야간 작전 수행 중에 다이얼 야광 도료의 빛이 적에게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펙 옵스 매거진은 존윅같은 시계 착용법의 또 다른 장점을 꼽았습니다. 작전 수행 중 “시계 파손·긁힘을 막고 이를 통한 소음을 방지한다”는 겁니다.

◇ 존윅, 시계 보호 목적 있을 수도

앞서 말씀드렸듯 존윅처럼 시계를 차면 충격으로부터 시계의 파손·고장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영화 존윅3에서 주인공 존윅이 찬 시계는 칼 F. 부커러(Carl F Bucherer)의 ‘마네로 오토데이트(Manero Autodate)’라는 드레스 워치입니다.

칼 F. 부커러는 1888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세워진 유명 시계 브랜드입니다. 존윅이 찬 ‘마네로’ 라인은 ‘영원히 변치 않는 강인한 우아함’을 담았습니다. 쉽게 말해 수트에 찰 수 있는 드레스 워치로는 훌륭하지만, 작전 수행을 위한 군용시계로는 적합하지 않은 셈입니다.

칼 F. 부커러의 마네로 오토데이트. 사진 | Carl F Bucherer

무브먼트는 오토매틱 CFB 1965 칼리버를 사용했습니다. 스위스 시계회사인 에타의 무브먼트를 수정해 만들었는데, 충격 보호 기능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는 것으로 봐선 여느 기계식 시계처럼 강하게 부딪히거나 깨졌을 때 오작동이나 시간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38mm 크기 다이얼과 30m 방수 기능 역시 드레스 워치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 참고로 시계에서 ‘30m 방수’는 ‘수심 30m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는 방수 성능을 재는 단위일 뿐 실제로는 간단한 샤워 정도만 가능합니다.

총을 쏘면서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유일한 시간 측정 도구인 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존윅은 시계를 거꾸로 찰 수밖에 없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글래스와 케이스는 각각 사파이어 크리스탈과 스테인리스로 만들었습니다.

존윅의 시계는 스트랩만 겉으로 드러나 팔찌처럼 보인다. 사진 | 유튜브 채널 ‘IGN’

마네로 오토데이트의 가격은 해외 사이트에서 약 2800달러로 한화 330만원대입니다. 한편 키아누리브스가 마네로 오토데이트를 차고 등장한 ‘존윅3’의 부제목은 ‘파라벨룸’입니다.

로마 귀족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의 군사학 논고에 나온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에서 따온 부제라고 합니다. 시계 업계 관계자는 “전투를 앞두고 거꾸로 찬 존윅의 시계야말로 ‘파라벨룸’과 닮았다”고 감상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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