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결국, 동생이 형님을 이겼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해임안과 신동주 회장 이사 선임안,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안이 모두 부결됐다.
신동빈 회장이 법정 구속된 상태에서 열린 ‘표대결’에서도 일본 측 주주들은 동생(신동빈 회장)에게 지지를 보낸 것. 이에 따라 롯데가의 형제의 난은 사실상 종결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주총은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이후 열리는 첫 번째 주총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을 요구하면서 또 한 차례 표 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신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실제로,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율 10%를 넘기면서 최대주주 입지를 강화했다. 지난 21일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이 1445억 4700만원 규모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보통주를 현물 출자하고, 롯데지주 신주 248만 514주를 부여 받는 형태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8.63%에서 10.47%로 늘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은 지난 2월 롯데상사와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계열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8%대로 줄었지만, 유상증자로 지분율을 확대하고 그룹 지배력도 높여왔다.
신동주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를 상대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차 과장급 이상 직원 13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종업원지주회의 주식은 사실상 신격호 명예회장이 소유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은 배당을 받고는 있지만, 매매가 불가능한 상황. 퇴사를 할 경우에는 주식을 회사에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동주 회장을 지원하고 있었다는 점과 신동빈 회장이 구속돼 있던 유리한 상황에서도 신동주 회장의 경영권 복귀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사실상 끝이 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서 신동주 회장이 롯데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 일본 주총에서도 패배하게 됐다”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신동빈 회장을 롯데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롯데 측도 “신동빈 회장이 구속돼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결국 일본롯데 주주들 또한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며 “그룹이 전열을 갖추고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롯데홀딩스는 사실상 한일 롯데의 지주회사다. 자회사인 L1~L12 투자회사와 함께 한국 호텔롯데를 100% 지배하고 있으며,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 계열사를 통해 롯데지주(004990)보통주 17%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쓰쿠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 등 사내 이사 6명과 사외 이사 2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신동빈 회장을 돕고 있는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광윤사(光潤社) 28.1%, 종업원지주회 27.75%, 관계사 13.94%, 임원지주회 5.96%, 신동빈 회장 4%, 신동주 회장 1.62%, 신격호 명예회장 0.44%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