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국내 닭고기 업계 1위 하림이 사육 농가에 꼼수를 부려 이익을 챙겼다가과징금을 물게 됐다. 사육농가에 지급하는 생계대금을 산정할 때 계약내용과 달리 닭 가격을 낮게 산정해 관련 농가에 불이익을 제공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 때 하림이 보상금을 편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에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하림은 농가에 사육수수료 대신 병아리, 사료를 외상으로 팔고, 사육된 생계를 전량 매입한다. 생계대금에서 외상대금을 뺀 금액을 지급하고, 생계대금 역시 일정기간(육계 -7일)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사후 산정해 농가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닭 가격은 일정 기간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하림이 사후 산정하는 구조다. 약품비와 사료 원가, 병아리 원가, 사육 수수료 등을 더해서 산정한다. 문제는 닭은 다 키우고, 출하 직전 정전이나 폭염 등 재해로 폐사할 때 발생한다.
농가와 하림의 계산식을 적용하면 닭의 머릿수가 줄어들고, 닭 한마리에게 필요한 사료의 양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닭 가격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며, 매입자인 하림에게는 불리해진다.
실제로 하림은 2015~2017년 기간 동안 생계대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생계가격을 높이는 농가(사료요구율이 높은 변상농가, 출하실적이 있는 재해농가)93개를 누락했다. 이 경우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성을 농가가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하림은 지난 2015년~2017년 550여개 농가와 생닭을 거래하면서 전체 거래의 32.3%인 2914건을 계약서와 달리 농가에 불리하게 달 가격을 산정한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하림은 공정위의 처분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생계매입 대금 산정과정에서 변상농가와 재해농가가 평가 모집단에서 제외된 것은 업계의 관행과 합의에 따라 제외했을 뿐 꼼수나 갑질은 아니다“며 “이를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하림의 '병아리 갑질'에 대해선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공정위는 봤다. 당시 농가는 살처분에 따른 마리당 보상금을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하림은 이 보상금과 관련해 병아리 외상값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거래 구조상 농가가 닭을 납품하지 못하게 되면 병아리 외상값은 그대로 빚이 되는데, 이를 더 올리면서 사실상 살처분 보상금을 하림이 가져가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러한 행위가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위원회는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공정위는 ▲계약서에 닭이 살처분됐을 때 닭 가격 산정방법이 없었던 점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 보상액이 하림 측이 인상한 병아리 가격보다 더 높아 농가에게 불이익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무혐의의 근거로 꼽았다.
하림은 농가 AI 보상금 편취 의혹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대해 “오해가 완전히 불식된 만큼 농가상생 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닭고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더욱 매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