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18년 9월 27일자로 <[단독] 금감원 보험혁신 T/F 8명중 3명, 보험사 사외이사..매년 수천만원 수령>이라는 기사를 출고했습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 중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수정] 기사를 다시 내보내게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혼선을 드리게 된 점 사죄드립니다. 앞으로는 더 철저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인더뉴스>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주] |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해 출범한 ‘보험산업 감독혁신 T/F(이하 혁신 T/F)’의 구성원(외부전문가) 8명 중 4명이 전·현직 보험사 사외이사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구성원의 50%에 달하는 수치다.
대학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이 불법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로부터 해마다 거액의 보수를 수령하는(수령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된 혁신 T/F가 ‘소비자 중심의 감독혁신 방안’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낼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면에서 혁신 T/F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대부분(8명 중 6명)이 대학교수들로 치우쳐져 있는 데다, 보험(산업)과 무관해 보이는 인물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혁신 T/F의 출범 초기부터 앞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외부전문가 8명으로 이뤄진 ‘보험산업 감독혁신 T/F’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진행했다(본지 2018년 9월 20일자 <금감원, ‘보험혁신 T/F’ 구성...12月 혁신방안 발표> 기사 참조).
외부전문가 8명은 위원장을 맡은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를 비롯해 성주호 경희대 교수,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 안철경 보험연구원 박사, 김범 숭실대 교수, 양기진 전북대 교수, 성영애 인천대 교수, 나현철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다.
1차 회의에 참석한 윤석헌 원장은 혁신 T/F에 “소비자 중심의 시각으로 보험업무 전반에 걸쳐 혁신이 필요한 과제를 과감하게 발굴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즉시연금과 암입원보험금 민원 사례 등도 직접 언급했다.
윤석헌 원장은 보험산업에 대한 혁신 의지가 강해 보이지만, 정작 혁신 T/F의 구성원들로 선정된 사람들 중에서는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중에서는 보험사의 전현직 사외이사도 포함돼 있어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비단 보험사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기업에서 적지 않은 보수(통상 3000만~1억원 내외)를 받는 것은 기본. 사외이사가 대학교수일 경우에는 기업들이 해당 대학에 거액을 기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혁신 T/F 위원장을 맡은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현재 라이나생명(2019년 임기만료 예정)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사외이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알리안츠생명과 LIG손보에서 각각 연 3000만원과 6000만원 가량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나생명에서의 보수는 공시돼 있지 않지만, 지난 2016년 기준 사외이사 보수가 4270만원으로 공시돼 있어 액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김 교수가 LIG손보 사외이사로 있던 시기에는 소속 대학인 순천향대가 LIG손보로부터 임상의학연구소 연구활동지원 명목으로 9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전자공시에 기재돼 있다. 그가 LIG손보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2012년~2015년 사이 사외이사 활동내역 공시를 보면, 이사회 안건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7년 5월부터 KDB생명에서 사외이사직을 수행하다가 지난 3월 사임했다. 과거에는 교보AXA자동차보험(현 AXA손해보험)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전력도 있다. 보수는 공시돼 있지 않지만, 과거 공시된 내용으로 미뤄보면 대략 4000만원 안팎일 것으로 파악된다.
김범 숭실대 금융학과 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알리안츠생명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그는 회사로부터 매년 3000만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다.(숭실대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학부 교수로 재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부터 메트라이프생명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사외이사 임기만료는 내년 3월이다. 작년 기준 메트라이프생명 사외이사의 연간 보수는 4500만원이다.
혁신 T/F의 다른 구성원에 대해서는 보험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의 경우 보험 전공자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쓴 논문들 중 보험을 중심 주제로 한 저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상법을 전공한 학자로 보험업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그동안 보험법과 관련된 주제의 논문도 다수 써 온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연구원 소속 안철경 박사에 대해서도 시각이 나뉜다. 그간 보험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해온 점은 인정되지만, 소속 단체인 보험연구원이 보험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T/F 구성원들 중에서 소비자의 편에서 의견을 낼만한 인물로는 언론인인 나현철 논설위원과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꼽힌다. 나 위원은 기자 시절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을 출입했고, 과거 보험업 관련 토론회에도 패널로 자주 참석해 소비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상법 주전공자인 김은경 교수는 주요 저서와 논문이 대부분 보험업에 집중돼 있어 보험전문가로 칭할 만하다는 평가다. 올해 4월부터 보험사 사외이사를 맡고 있긴 해도, 지난 2012년부터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을 맡는 등 ‘소비자 시각’이 투철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T/F와 관련,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 혁신을 논하는 T/F에 절반의 인원을 보험사 사외이사 출신들로 채우니, 혁신 의지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12월에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니, 어떤 혁신 방안이 나올 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 사외이사 경력만 보고, 그 사람이 보험사 편에 설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구성원들 대다수가 학계 출신들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 중심의 혁신방안을 만들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