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지난 18일 ‘엘지전자자동콘덴서 문제점’ 네이버 밴드에 들어가 봤습니다. LG전자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위자료 10만 원을 수용하지 않는 대신 ‘자발적 리콜’을 발표한 직후입니다.
‘자동 세척’ 기능이 있는 LG전자 건조기를 구매했다가 먼지와 악취가 발생했다며 회사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소비자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라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리콜’이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LG전자가 말한 자발적 리콜이란 교환이나 환불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8월부터 한국소비자원 시정 권고에 따라 시행하고 있던 무상 부품 교체를 이제는 ‘자발적’으로 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리콜은 제품 생산자가 문제가 생긴 제품 전량을 회수해 수리해주는 제도로, 표현상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전향적인 대책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기존 무상 부품 교체는 의류 건조기를 회수해 공장에 입고한 뒤 다시 가져다주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등 운영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수리 이후 소음, 필터망 유격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다소 미흡하게 진행해온 무상 부품 교체를 자발적으로 해주겠다면서 불만을 키운 격이 됐습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위자료 10만 원 지급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지난 11월 조정위원회는 건조기에 결함은 없지만, 광고 내용과 다른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인한 소비자 선택권 저하와 수리로 겪게 될 불편을 고려해 LG전자에 위자료 1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LG전자는 조정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이고 건조기 사태로 타격을 입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기회로 삼았어야 했습니다. 분쟁조정신청자 247명 중 위자료 10만 원에 합의할 의사가 있었던 일부 소비자에게는 최소한의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잠재고객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LG전자가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마음만 더 키우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간 불편이 많았던 무상 부품 교체를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나섰으니 또 다른 갈등을 낳는 계기가 될까 우려됩니다.
일각에서는 위자료 규모가 최대 1450억 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부풀려진 감이 있습니다. 1450억 원은 이번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조정결정을 적용하라는 한국소비자원 권고에 따랐을 때만 해당합니다. 만약 집단분쟁조정 신청자 247명에게만 지급한다면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LG전자를 출입한 뒤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그래도 가전은 LG’입니다. 회사에서 밀고 있는 ‘가전은 역시 LG’라는 표현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와 ‘역시’ 사이 미묘한 간극은 스마트폰 부진과 경쟁사의 급부상 등으로 예전 같지 않은 위상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가전은 LG’라는 명성을 지켜온 배경에는 세계 최고 기술력과 소비자 신뢰라는 두 가지 토대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자발적 리콜은 가전사업에서 소비자 신뢰를 지킬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LG전자는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수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교체 이후 발생하는 문제까지 책임지는 등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작은 구멍이 큰 둑을 허물지 않도록, 과거 금성하이테크 광고 문구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를 다시금 곱씹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