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코로나19 충격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장사들이 잇달아 단기차입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증가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 유동성 경색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단기차입금증가 결정을 한 기업들은 95개사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개사가 공시한 것에 비하면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피해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같은 기간의 건수(111개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유가증권상장사만 비교하면 올해가 더 많다.
단기차입금은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로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이슈로 해석된다. 특히 현금 및 현금 자산, 단기금융자산 등이 부족한 기업이라면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하는 신호다. 다만 현금이 풍부하고 유동성 문제가 없는 수익성 좋은 기업의 경우 적절한 차입금은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이러한 단기차입금증가 결정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들의 향후 재무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조달 방식이 단기화되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코로나 여파로 기업들의 매출이 실제 타격을 받고 있다”며 “그에 따른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조달 만기를 점점 짧게 가져가는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차입금은 만기가 금방 돌아오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자주 롤오버해야한다”며 “이는 시장 유동성 경색에 크게 영향을 줘 자금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 국면에서 단기차입금증가 결정을 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유가증권시장에 속한 비교적 큰 규모의 기업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대체로 코스닥시장, 기타법인 등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을 늘렸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한 95개사가 가운데 65% 가량(62개사)이 유가증권시장에 속했고, 코스닥 상장사는 약 35%(33개사)였다. 2009년 같은 기간에는 유가증권상장사가 22.5%(25개사)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