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강자영 기자] “한시적으로 ‘생명보험사’를 허락하여 그 효율성을 검증하려 하니 가까운 관청을 통해 그에 관한 정보를 얻어 보다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보기 바란다. 생명보험사 업무 관할관청 ‘생인청’ 이하 1845년 헌종.”
조선 시대에 보험이라니, 실제로 그 때 보험이 존재했을까? 앞서 언급한 부분은 ‘조선 보험왕 곽휘’라는 웹툰 만화의 도입부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며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보험(인)’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조선 보험왕 곽휘’는 보험에서 시작해 보험으로 끝맺을 본격 보험만화다.
◇조선 시대 최초의(?) 생명보험인 ‘곽휘’
‘조선 보험왕 곽휘’는 조선 시대의 최초의 생명보험인인 ‘곽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곽휘는 최초로 왕에게 보험 상품을 팔게 된 인물이다. 웹툰은 곽휘가 보험사기로 시작해서 진정으로 사람을 위하는 보험설계사가 되기까지의 인생 역전을 그린다.
글 고정욱, 그림 정지완, 도움 박정재, 타이틀 캘리그라피 이다혜의 작가진이 웹툰을 제작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를 시작해 매주 화요일 웹툰을 책임지고 있다. 보험사의 협찬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작가의 기획으로 탄생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은 조선 시대 헌종 왕이 서양의 선교사들이 알려 준 ‘생명보험’을 조선에 들여오면서 시작된다. 생명보험사 업무 관할관청 ‘생인청’이 생기고 주인공 곽휘는 "지금부터 한 판 거하게 벌여볼까"라고 다짐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선 보험왕 곽휘’는 조선 시대라는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재미있는 요소들이 있다.
현재의 보험은 분야별로 전문담당자가 업무를 분업한다. 하지만 조선에 도입된 보험은 멀티플레이 체제다. 설계 권유부터 언더라이팅, 현장 조사, 보험사기 조사, 보험금 지급 등 주인공 곽휘가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1인 보험회사'라 해도 될 정도다.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도 흥미롭다. 조선에서 권력과 실력을 갖춘 의사 무량과 산적도 거뜬히 물리치는 무술소녀 단비, 곽희를 옆에서 안전하게 보필하는 지섭 등 세 사람은 곽휘의 보험 사업을 돕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또한, 배경이 조선 시대인 만큼 사용되는 보험 용어들도 이채롭다.
‘약관’이나 ‘보험금’ 같은 용어는 현대어를 사용하지만 ▲수결 : 자필서명(현재의 싸인) ▲검험 : 검사해 증명함 ▲검시 : 사람의 사망이 범죄로 인한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수사 기관이 변사체를 조사하는 일 ▲복검 : 조선 시대에 한 시체를 두 번째 검증하던 일 등 보험에 관련된 용어를 조선 시대의 언어로 표현했다.
◇‘조선의 보험왕‘ 원조는 따로 있다?!
사실 ‘조선 보험왕 곽휘’의 원조는 따로 있다. 원작은 바로 웹툰 ‘끼전’이다.
‘끼’는 꽤를 뜻하는 말로, ‘끼전’은 지난 2013 한국콘텐츠진흥원 KOCCA의 ‘2013 콘텐츠 청년 창의인력 양성 지원사업’의 선정작이다. 고정욱 작가를 필두로 ‘조선 보험왕 곽휘’의 작가진이 만든 작품이다.
‘2013 콘텐츠 청년 창의인력 양성 지원사업’은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만화, 게임, 뮤지컬,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등 총 5개 분야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젊고 역량 있는 콘텐츠 창작자들의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창작자의 실전 역량 발전을 위해 기획됐다.
총 8개의 지원사업 분야 중 웹툰과 만화가 가장 많은 성과를 올렸고, 웹툰은 끼전·옥탑방 클라스·외계인 아피·홍대앞 아모르파티·딜리델리·엘르·별별별 등 총 7개 작품이 연재됐다.
‘끼전’도 대표 작품의 하나로 지난 2014년 2월 27일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구글플레이와 티스토어, 네이트 만화 등 주요 플랫폼을 통해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연재처와 협의가 원만하게 되지 않아 같은해 4월 30일 9화를 끝으로 연재가 중단됐다.
갑작스런 연재 중단에 독자들은 발발했다. 이들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끝?”, “제발 다른 사이트에서 (연재)했으면 좋겠는데”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게 연재를 중단한 끼전이 6개월간의 숙성기간을 지나 ‘조선 보험왕 곽휘’로 재탄생했다. 주인공의 외모를 비롯해 등장인물의 모습이 세련돼졌고, 이야기 전개가 조금 달라졌다. 이전 작품에 비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젊어졌고 몰입도는 높아졌다는 평가다.
연재 중단의 아픔을 겪은 작가진은 ‘조선 보험왕 곽휘’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정지완 작가의 말처럼 ‘끼전의 맥을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29화까지 연재가 됐고 다음 화는 5월 12일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매 회마다 좋은 평점을 얻으며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