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를 겪어 본 사람들 중에는 ‘보험처리’를 하는 대신 추정수리비(미수선 수리비)를 받는 이들이 더러 있다. 보험사는 실제 수리비용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고,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차량 수리비용을 현금으로 받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쓰면 된다. 이런 식이다 보니 추정수리비가 보험사기에 이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기와 추정수리비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올해 안으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인더뉴스는 추정수리비와 관련한 현황과 금융당국의 대처방안, 향후 전망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현재 금융당국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사고차량정보 공유시스템' 구축이 현실화되면 여러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또 추정수리비의 과도한 지급을 단속하면, 보험금 누수도 줄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사회적으로는 추정수리비를 여러 번 받아챙기는 보험사기를 막고, 기업(보험사)은 낭비되는 보험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론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개선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자(개인)측면에선 추후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실제로 제도가 도입되고 효과를 볼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하기 때문에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해도 손보 업계 전체에 적용시키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추정수리비 이중청구를 막는 시스템이 적용되면 현재 추정수리비에서 가장 큰 문제인 보험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이 죄책감없이 추정수리비를 받아 챙기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사고 보험사기의 상당수는 추정수리비 제도를 악용해 거짓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 사용돼 왔다. 특히 보험사는 부품수리비를 부풀려 요구하는 일부 외산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외산차의 경우 옛날 중고차량을 산 후 일부러 사고를 내고, 추정수리비를 챙기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이중청구를 막는 시스템이 세팅되면 이같은 악용사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혐의로 의심이 되는 경우, 공유시스템을 증거로 민형사상 고발도 가능해진다. 사고사진과 정보 등이 전 보험사에 공유되기 때문에 과거의 사고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 증거물로 활용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낭비됐던 추정수리비 보험금 감소도 예상된다. 추정수리비로 줄줄 세던 보험금이 줄면, 보험사의 골칫덩어리인 손해율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손해보험사는 적정수준(75%)보다 훨씬 높은 손해율로 인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동차보험의적자 규모는 1조1000억원이다. 올해는 메르스여파로 차사고가 줄어 손해율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1조원의 적자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손보사는 매년 차 보험료 인상을 두고 보험사들끼리 눈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험금 누수 문제가 해결되면 장기적인 보험료 인하 효과도 예상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자동차보험)손해율이 워낙 높아 현실적으로 보험료를 낮추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누수보험금을 차단하면 최소한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차량정보 공유시스템'의 개인정보 동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유시스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가능한 많은 가입자가 참여해야 하는데, 당국이 개선방안을 마련할 때 이같은 부분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행 후 시스템 점검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보험의 갱신기간(1년)때문에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해도 전 가입자에 적용시키려면 최소 1년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공유시스템의 오류나 보험사기로 이어질 구멍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차량 공유시스템에 대해 업계는 추정수리비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면서 "누수보험금도 불어 다수 선량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도가 도입되고 정착하려면 시스템 개발 못지않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