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생명보험사는 자살보험금에 대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켜라.”
소비자단체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생보사에 퇴출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도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며 자살보험금을 조속히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소멸시효에 대한 부문은 별도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후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일 참여연대, 금융정의 연대 등 금융소비자단체와 함께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생명보험사의 재해사망특약 자살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소연은 “대법원이 약관대로 (보험금을)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금감원도 소멸시효에 상관없이 지급하라고 명령을 내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급을 미루는 것은 보험사이기를 포기하고 소비자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로 즉시 전건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보사들은 지난 2013년 3월까지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 약정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상품을 280만명의 소비자에 판매해 왔다. 해당 문구가 있는 문제의 약관이 담긴 상품은 각종 상해보험과 재해사망(보장)특약 상품이다.
가령, 삼성생명의 경우 '퍼펙트교통상해보험'의 상품 약관에 해당 문구 내용이 있고, 한화생명은 '베테랑상해보험', '베스트드라이버보험', 교보생명은 '차차차교통안전보험' 등이 해당된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자살보험금이 자살을 방조한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사과는 커녕, 자살을 방조한다는 등의 얘기로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적반하장격으로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관련 생보사들에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금융당국은 보험약관의 기본원칙인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스스로 버리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생보사와 관련자들에 대해 영업정지 등의 징계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보사들은 지난 31일까지 금감원의 자살보험금 지급계획서 제출 요구에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이후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결국 소멸시효건에 대한 자살보험금 지급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 생보사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최대한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소멸시효건은 워낙 보험금 규모가 크고, 이미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여서 고심 끝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냐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기준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금은 2464억원(2980건)으로 추정되며, 이 중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계약건의 보험금 규모는 2003억(2314건)에 달한다.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80%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건인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당장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대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회사와 관련된 임직원에 대한 징계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법상 부당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명백한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며 “대법원 판결과 별도로 감독원은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사에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관련 내용에 대한 제재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