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임상 결과 발표에 따라 해당 주가가 급등락 하면서, 임상 데이터 결과 해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활용한 투자관행 역시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사들은 수입품목 및 제네릭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위주의 사업을 이어왔으나, 최근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품목허가취소, 한미약품의 잇따른 기술권리 반환, HLB의 위암치료제 임상 3상 실패선언 및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 조기 종료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 기업 실적발표와 유사한 임상 발표..‘해석’ 강조돼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잇따라 발생된 악재로 투자심리가 침체돼 있다. 개선을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실제로 글로벌 신약 개발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특히 이를 분석하는 척도로 임상 데이터 해석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기업의 실적 분석과 유사하다. 기업 A가 영업이익 1000억 원(+200% YoY)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을 때, 있는 그대로 200%의 증가를 호실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컨센서스를 통해 시장의 기대치가 얼마였는지 확인하고,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일회성 요인이 없는지를 살펴본다. 또 향후에도 이러한 호실적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다시말해, 제약·바이오 분야도 단편적인 임상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임상 해석 유형 3가지..피어비교·YoY 비교·서프라이즈
분석에 참고하기 위해 임상 해석 유형을 구분해 보면 크게 ▲피어 비교형 ▲YoY 비교형 ▲서프라이즈형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피어 비교형’은 경쟁약물과의 비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임상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고 그 다음은 효능이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가정하에 임상성공을 가능할 수 있는 효능의 기준은 경쟁약물 대비 열등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임상 중 몇 명이 완치됐다는 등의 소식과 같이 임상 결과가 개선돼 보이는 것보다도, 결과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임상 통과 및 판매허가 등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경쟁약물 대비 효능이 우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임상 유형으로는 ‘YoY 비교형(Year-over-Year)’이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의 실적증가 분석처럼, 임상 데이터도 지난번과 비교해서 안정적 유지 혹은 개선되는지 비교하는 것이다. 이번 결과가 경쟁제품보다 좋았다 하더라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면 향후 발표될 결과에서 효능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임상실패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유형은 ‘서프라이즈형’이다. 기업 실적에 비유하자면 컨센서스(consensus)를 대폭 상회·하회하는 실적을 달성하는 경우다. 신약개발에서는 새로운 기전의 성공이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발생 등이 서프라이즈형에 해당된다.
◇ “과도한 R&D 비용 경계하는 등 투자관행 달라질 것”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침체된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우선 임상 3상 성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미국 FDA 임상 3상을 통과한 국내 제약사 파이프라인은 지난 2003년 LG생명과학의 ‘팩티브’를 시작으로,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동아ST ‘시벡스트로’, 셀트리온 ‘트룩시마·허쥬마’ 등 20개 미만이고, 대부분 항생제·바이오시밀러 등 일부 품목에 국한돼 있다.
따라서 올해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는 메지온·HLB·헬릭스미스, 내년 한올바이오파마·지트리비엔티·한미약품 등의 성공이 단기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상 성공 후 투자심리는 일시적으로 개선되겠지만, 그 이후에는 옥석을 가리려는 투자자들의 노력이 깊어질 것”이라며 “신약의 상품성 여부, 특허권 보호전략, 생산시설 구축, 판매능력 검증 등 승인 이후의 상업화 성공 가능성과 현금창출 능력에 대해 투자자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투자 전략도 보다 보수적이고 현실적으로 바껴 R&D 비용을 과도하게 집행하는 곳에 대해서는 가치 삭감(valuation discount)이 적용되고, 바이오시밀러·보툴리늄 톡신·임플란트·의료기기 등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이익성장을 꾀하는 일부 업체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