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주동일 기자 | 성인 1인당 연평균 독서량이 8.3권인 우리나라에서 “제발 책 내주세요”라며 극찬받는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있습니다. 얼마나 소장하고 싶은 글이 올라오길래 이런 댓글까지 달릴까요. 놀랍게도 이 페이지의 정체는 홈플러스 ‘더 클럽’의 공식 인스타그램입니다.
‘더 클럽’이라는 이름 때문에 문화센터 정도로 넘겨짚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곳은 홈플러스가 지난 7월 문을 연 창고형 온라인몰입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선 ‘대용량은 소비 패턴을 좌우합니다’ 라는 슬로건에 맞춰, 상품들로 패턴을 만든 이미지와 함께 다양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글들이 정말 ‘맛깔’난다는 겁니다. 소설처럼 시작해 뜬금없는 전개로 뻔뻔하게 상품을 광고해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어느 날엔 “읽다가 울었다”라는 댓글이 달릴 만큼 감동적인 소설이 올라옵니다. 인더뉴스가 더 클럽 인스타그램(소비패턴)을 관리하고 있는 안성호 주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어느 날 ‘인스타그램’스럽게 찍어봐라…그게 ‘실무면접’이었죠”
- 입사하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오고 있다’는 90년대생인 29살 모바일마케팅팀 안성호 주임입니다. 홈플러스엔 2018년 입사했습니다.”
- 입사 전부터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광고를 좋아해서 대학도 광고홍보학과를 나왔고, 홈플러스 입사 전엔 마케팅 대행사에서 1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당시엔 대행사 막내 AE로서 여러 기업의 SNS 운영을 맡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홈플러스에서 광고주 담당자 역할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학교를 다닐 때부터 학과나 동아리의 SNS를 자주 관리했습니다.”
- 글 쓰는 일을 하신 적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SNS 담당자로서 중요한 능력은 글을 쓰는 것보다 읽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고객들의 흐름, 고객들이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 읽을 줄 알아야 하고, 광고대행사 등 다양한 제작자들과 함께 만든 결과물을 검수하고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책과 신문을 자주 읽지만, 요즘 들어 더욱 좋은 글을 많이 보고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아이가 언어를 배울 때도 말하는 것보단 듣는 것을, 쓰는 것보단 읽는 것을 먼저 배운다고 하니까요.”
- 홈플러스가 SNS 관리에 최적화된 인재를 알아봤네요. 어쩌다 이 일을 맡으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제 직속 임원이신 송승선 상무님(홈플러스 모바일사업부문장)께서 저를 불러 인스타그램 업무를 맡기셨습니다. 사실 그 전날 몇몇 신입사원들을 불러 식사를 할 때, 음식이 나오자 ‘인스타그램’스럽게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실무면접’이었던 거죠. 마침 저의 과거 경력도 고려하셔서 새 업무를 맡기신 것 같습니다.”
- 연차가 비교적 낮은 직원에게 마케팅 창구 중 하나를 과감하게 맡기신 건가요?
“네.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막내 사원에게 공식 계정을 만드는 ‘전권’을 맡기는 게 어려운 일이셨을 텐데, 믿어주셔서 감사하고 저 또한 최선을 다한 결과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 “근사한 이미지·개인적인 스토리·솔직한 소통”
- 더클럽 인스타그램 ‘소비패턴’을 기획하신 배경과 방향성은 뭔가요?
“인스타그램에는 인스타그램다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근사해야 하고 스토리는 개인적이어야 하며 소통은 솔직해야 하죠. 그런데도 많은 기업의 SNS가 기존 광고 내용을 답습하기만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고, 새로 시작하는 우리는 남달라야 한다는 철칙을 가졌습니다.”
- 생각하신 비전을 이해하고 함께 일할 광고대행사를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네, 이 같은 기획을 창의적인 결과물로 실현할만한 광고대행사를 어렵게 찾아 삼고초려 했습니다. 그 결과 광고대행사 ‘스튜디오좋’을 만나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스타그램 ‘소비패턴’ 계정입니다. 정말 치열한 토론과 스터디를 거쳐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 ‘스튜디오좋’과 함께 만드셨다는 아이디어들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홈플러스 더클럽은 직수입 대용량 상품을 당일 배송으로, ‘제대로 운영’되는 첫 번째 창고형 온라인 마트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업태가 고객에게 주는 변화는 무엇일까 생각했고, 그것은 고객의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패턴을 그대로 이미지화했고, 이 점은 홈플러스 더클럽 창고형 마트의 대용량 상품이라는 물성적 특성과도 잘 맞는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라고 보았습니다.”
- 결과물은 만족스러우신가요?
“네, 특히 이미지 작업을 거쳤을 때 결과물 하나하나가 눈길을 끌었고 피드가 아주 근사하게 꾸며져 누구라도 팔로우하고 볼 만 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인스타그램다운 콘텐츠 컨셉이라고 확신했습니다.”
- 소비패턴 인스타그램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의외로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고객들의 댓글을 보며 그 센스에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희의 콘텐츠보다 더 웃긴 댓글이 올라올 때마다 ‘역시 이래야 우리 팔로워지!’하는 심정으로 뿌듯해하기도 합니다. 조만간 ‘댓글 드립 대잔치’도 열어보려고 합니다. 물론 힘든 때도 있습니다. SNS는 고객과 바로 맞닿아 소통하는 공간이다 보니, 단어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고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고 올바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홈플러스 CEO 상 받기도…“마트엔 정말 많은 상품과 생활 담겨있어”
- 소비패턴 인스타그램 팔로워분들이 궁금해하실 이야기인데, ‘운영자 월급 더 올려줘라’라는 댓글이 정말 많던데 회사 차원에서 받은 포상 등이 있었나요?
“홈플러스 CEO이신 임일순 사장님께 상을 받았습니다. 사장님께서 ‘우리 홈플러스도 이렇게 인스타그램을 운영할 수 있구나, 젊은 고객들과 이렇게 잘 소통할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가능성과 감동을 얻으셨다고 말씀해주셔서 담당자로서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책을 내달라는 요청이 종종 있는데 출판 혹은 타 콘텐츠 채널을 오픈하실 계획도 있으신가요?
“저희 콘텐츠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인스타그램이 아닌 다른 채널을 함께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합니다. 마트 상품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담긴 스토리와 근사한 이미지들이 있으니 책과 같은 포맷으로 감상하면 인스타그램과는 또 다른 감흥도 있을 것 같고요. 같은 사진도 화면과 인화된 사진이 주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콘텐츠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고 있는 만큼 저희의 콘텐츠를 잘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포맷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소비패턴’ 인스타그램 외에 담당하고 계신 마케팅 창구가 있으신가요?
“네, 홈플러스 온라인사업의 언론홍보·매장 내 커뮤니케이션·기타 바이럴 마케팅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업무는 홈플러스 온라인몰 브랜드가 최고의 온라인 신선 전문가로서 고객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하는 일입니다. 마침 홈플러스 온라인몰의 새로운 홍보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곧 홈플러스 매장에서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 좋아하는 마케터·아티스트·브랜드 등이 있나요?
“샤넬 브랜드를 아주 좋아합니다. 샤넬 No.5 향수 CF는 리들리 스콧·쟝 피에르 쥬네 등 매년 다른 영화감독을 초빙해 짧은 예술 영화 같은 영상광고를 찍습니다. 이 같은 작업은 제품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다양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제작자에게 브랜드를 재해석할 자유를 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고요. 고객은 샤넬 No.5의 광고를 하나의 영상작품으로 즐길 수 있고, 브랜드는 고객과 진정으로 어우러져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마케터가 본받을 만한 최고의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 소비패턴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팔로워님들, 저희 소비패턴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비패턴의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처럼 마트에는 정말 많은 상품과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마트에서 찾은 여러분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소비패턴에서 나눠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