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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터뷰

내 이름은 고(Go)하자…“격이 다른 품바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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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31, 2019, 06:12:00

대한민국 여자 각설이 1호이자 품바 예술인 고하자 씨..마흔에 무대에서 꿈 찾아
10년 넘도록 가족에게 직업 얘기 못 해..자전적 에세이 ‘내 인생이 어때서’ 출간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기자님과 인터뷰 한다고 해서 남자 분인 줄 알았어요.”

 

누군가를 만날 때,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선입견과 편견에 갇혀 섣부른 판단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기자 직종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을까요? 지난 20일 고하자 씨와 인터뷰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고백컨대, 저도 고하자 씨와 인터뷰를 기획하고 그의 인생이 담긴 책(내 인생이 어때서)을 읽기 전까지 선입견과 편견이 가득했는데요.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고하자 씨는 북, 장구, 꽹과리를 치면서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게 직업입니다. 쉽게 말해 그는 대한민국 여자 각설이입니다. ‘각설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있지요? 네, 흥겨운 노랫가락을 뽑으며, 관객들에게 서슴없이 말을 거는 변죽 좋은 각설이 말입니다. 특히 지역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하죠.

 

하지만, 각설이 공연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고하자 씨는 마흔에 접어들어서 꿈을 발견했고, 뒤늦은 나이에 품바 공연계에 발을 들이면서 남들보다 두 배 이상 노력을 해서 5년 만에 이 바닥에서 나름 최고가 됐는데요.

 

그 과정에서 여러 개의 산을 넘어야 했습니다. 무대 주인공인 남자 각설이와 경쟁해야 했고, 가족들의 반대, 거친 관객의 행패와 성희롱 등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많았는데요. 고하자 씨는 인터뷰 도중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습니다.

 

Q- 늦게나마 꿈을 찾아 행복하셨지만, 한동안 직업을 숨기셨다고 하는데, 특히 가족에게 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셨죠.

 

고-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대상은 바로 가족이었어요. 각설이를 한다고 하면 누구도 좋다고 하지 않을게 뻔해서 영화 엑스트라 배우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무대에선 즐거웠지만, 늘 불안했어요. 10년이 넘도록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무대에 올랐죠.

 

특히 사업을 하는 오빠와 정치계에 발을 담은 남동생에 누가 될까 걱정이 됐었죠. 지금은 공연 뒷풀이 자리에 남동생(김종천 대전광역시의회 의장)이 와서 응원도 해주고, 가족들의 애정 어린 격려도 받고 있습니다.

 

Q- 각설이 등 품바 공연에서는 주로 남자가 리드를 많이 하던데요. 여자 각설이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고- 주로 각설이 무대에서 저는 갑자기 빠지게 된 여자각설이 대신 혹은 주 무대의 중간중간을 메꾸는 역할을 했어요. 여자 각설이는 남자 각설이가 주는 멘트를 받는 역할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당연히 수입도 남자 각설이의 절반에 미치지 못 하는 금액을 받았죠.

 

고민 끝에 합당한 일당과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선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무대에서 혼자 치고 나가는 방법을 찾았고, 제가 더 길게 말하고 춤과 노래까지 나섰습니다. 지금은 여자 각설이로써는 최초로, 잘 나가는 남자 각설이와 똑같이 받습니다. 당당하게 실력으로 인정받은 셈이죠.

 

Q- 공연할 때는 예명인 ‘고하자’ 씨를 사용하는데요. 뜻이 있나요?

 

고- 품바들은 모두 개성있는 예명을 사용해요. 한국 품바예술인협회의 역대 회장을 지내신 남팔도 회장, 살살이 회장님, 최고야 회장님 등이 대표적이죠. 현재 한국 품바예술인협회의 회장을 맡고 계신 단장님의 이름은 ‘깡통’이에요. 제 이름인 ‘고하자’는 단장님이 직접 지어주셨어요. 처음엔 ‘꽃분이’였는데, 앞으로 가자! 고고~의 의미로 ‘고(Go)하자’를 얻게 됐지요.

 

Q-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나시다고요. 평소 공연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고- 무대에 오르기 전 4가지 주문을 외웁니다. ▲ 살아 있는 멘트를 하자 ▲생활 속의 멘트를 하자 ▲ 공감할 수 있는 멘트를 하자 ▲세상의 이야기를 멘트로 하자입니다. 인기를 얻을 수록 더욱 긴장하고, 항상 배우려고 노력하는데요. 관객들이 원하시는 노래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래를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죠.

 

시간이 날 때면 국악 공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봤던 공연은 마당놀이인데, 마당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 관객을 사로잡는 멘트들로 눈은 어디를 먼저 봐야하고, 귀는 뭘 더 들어야 하는지 눈과 귀가 쉴 새 없이 바쁩니다. 국악 말고 최근 가장 좋아하는 가수 나훈아 씨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무대 장악력, 매너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Q- 고하자 씨의 팬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무대에 서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고- 얼마 전 사량도의 한 마을에서 ‘각설이 고하자’를 개인적으로 초대하셨는데요. 마을회관에 모이신 50~60여 명의 어르신들을 위한 어버이날 행사였죠. 부모님 같은 분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춤을 췄는데 저한테 오히려 너무 고마워 하시는거에요. 두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말이죠. 그래서 제가 갑자기 울컥했죠. 이렇게 항상 고하자를 찾아주시고 챙겨주시고, 공연을 보러 와주신 팬분들께 늘 감사드려요.

 

Q- 이번에 자전적 에세이 ‘내 인생이 어때서’를 내셨는데요. 각설이분야에서 이런 책이 처음 아닌가요?

 

고- 맞아요, 아마도 처음일 겁니다. 위에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이쯤해서 한 번쯤 제 인생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내 인생이 어때서’로 지었습니다. 각설이라고 하면 다들 멈칫하잖아요. 자기 직업이 각설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 못합니다. 제 자신도 그동안 그랬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좀 변했습니다. 당당하게 말하고 싶고, 후배 각설이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도 내게 되었죠. 책을 내면서들었던 생각은 앞으로는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더 모범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Q- 품바 공연 예술인으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각설이, 품바만의 무대로 꾸며지는 ‘각설이패’ 전문 공연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설이 본래의 의미를 살리면서 현재의 문화가 적당히 가미된 ‘문화패 각설이’를 제안해봅니다. 야시장이나 축제에서 만나는 각설이에서 더 발전해 하나의 전통 문화패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로 지난 11월 30일에 유료 공연을 했었는데요. 2000여 명의 관객이 오셨어요. 자그마한 공연장이라도, 일 년에 두세 차례 ‘문화패 각설이’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꿈이지만, 나중에 그런 날이 오겠지요.

 

☞ 잠깐 설명

 

우리나라 각설이 타령의 시작에 대한 정확한 문헌은 찾아볼 수 없지만 삼국시대라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다만, 각설이 타령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해방 직후를 시작으로 6.25와 자유당 정권 시절입니다.

 

걸인 행각이 금지됐지만, ‘품바타령’이란 이름으로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1982년 연극 ‘품바’ 덕분에 품바타령이 유명세를 탔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각설이하면 흔하게 떠올린 ‘거지’, ‘엿장수’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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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영 기자 eileenkwon@inthenews.co.kr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2024.05.02 16:14:17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원칙과 세부 작성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밸류업 당사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시라는 숙제를 받아든 상장기업에 길라잡이를 제시해 이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구조'를 한국증시 주요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방안 공시를 권고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수용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흐름도를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기업개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합니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 중 중장기적인 가치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주요 재무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등 시장평가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COE(주주자본비용),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등 자본효율성 ▲배당(금액·성향·수익률), 자사주(보유분·신규취득·소각내역), TSR(총주주수익률) 등 주주환원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자산 포트폴리오(영업·비영업자산), FCF(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등 기타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를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가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가령 상장기업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증진하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히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상장기업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 개인회사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 독립성 강화도 좋은 예시로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설정'에서는 일시적·임시방편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장기적 사업전략없이 단기적인 주가부양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또는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합니다. '계획수립'에서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며 사업부문별 투자, R&D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처분 등 다양한 사업전략적·재무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 1회 공시 사이에 어떤 노력을 이행했는지 잘된 점과 보완 필요사항을 기재(이행평가)하고 주주·시장참여자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쌍방향 '소통'을 확대합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이사회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강조합니다. 공시는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와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되며 예고공시도 가능합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입니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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