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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신년기획] “담백한 공존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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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anuary 08, 2020, 06:01:00

나의 생존전략 이야기_⑨ 산업부 주동일 기자

 

[인더뉴스 주동일 기자]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상 깊은 말을 들으면 외장하드 문서 파일에 적어 저장합니다. 그런 말들을 듣고 나면 90년대 텔레비전 화면처럼 머리를 세게 맞고 나서 세상이 선명해 보이는 착각까지 듭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응축된 말을 듣고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을 때, 저는 생존을 넘어 공존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주옥같은 문장들이 책에 적혀있다면 당장 그 책을 사서 두고두고 곱씹었겠지요. 하지만, 듣는 동시에 사라질 말들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는 대로 투박하게나마 외장 하드에 적어 저장해야 합니다.

 

아무도 읽지 못할 이런 소중한 문장을 듣는 순간이 정말 좋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넓어지면서 더 많은 사람을 제 경계 안으로 품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를 특별히 인더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대학생 때 트랜스젠더 바에서 제가 인터뷰했던 한 드랙퀸은 다사다난한 지난날의 이야기를 마치곤 테이블에서 일어날 때 제 등을 두드리면서 “열심히 살아”라고 다소 굵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드랙퀸은 쇼 등을 목적으로 여장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성 정체성이 남자임에도 생계를 위해 여장을 해왔다는 그가 인터뷰 중 비교적 높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말한 유일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의 이야기들은 여느 때보다 진심으로 다가왔지만, 취재원과 무관한 당시의 잡다한 사정으로 기사에 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지 못했다면 저는 사회적 약자의 취업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 갖지 못했을 겁니다.

 

얼마 전엔 유튜버 겸 디자이너·뮤지션·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윤담백 씨를 인터뷰를 위해 만났습니다. 올해 가장 와닿았던 말을 해준 그의 이야기는 다행히 기사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담백’이라는 예명을 지은 이유에 대해 “평소에 ‘담백하게 가자’는 말을 자주 해요. 있는 그대로, 없는 모습을 애써 꾸미지 않는 솔직함이 멋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미숙해인지 저는 방향성이 뚜렷한 글을 쓰기 위해 가끔 현실에 의미를 무리하게 부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행히 데스킹을 통해 취재 과정에 나온 내용만을 기사에 쓰고 있지만 혼자서 글을 쓰거나 생각할 땐 저도 모르게 사건에 제 입맛대로 틀을 씌우려 할 때가 있는 겁니다.

 

그런 제게 윤담백씨의 인터뷰는 유독 와닿았습니다. 무엇보다 윤담백씨가 ‘담백해지기 위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성과를 굳이 부풀리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현재와 미래 계획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기까지 했습니다.

 

다가오는 한 해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담백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보려고 합니다. 단기적인 생존에 있어서 과장과 부풀림은 대부분 도움이 됐지만 키워놓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면 언제나 독이 됐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과장 앞에서 다른 이들도 자신을 포장해야 하는 현실에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말할 때 상대방에게 덜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낙관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생존을 넘어 함께 공존할 동지들도 모이지 않을까요.

 

담백하게 말하자면 저는 아직 담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적어도 기사로 독자들을 뵐 인더뉴스의 기자로선 솔직하겠지만 인간 주동일은 많이 미숙해 남몰래 불안에 떨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포장을 하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그때마다 조금만 참고 ‘담백해지자’고 귀띔해주시면 다음에 뵐 땐 보다 솔직하고 편안해진 모습로 나타나겠습니다. 그렇게 다 함께 여러분과 공존해나갈 수 있다면 올해엔 어떤 일이 있어도 뿌듯할 것 같습니다. 다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한 해 되세요.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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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일 기자 jdi@inthenews.co.kr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2024.05.02 16:14:17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원칙과 세부 작성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밸류업 당사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시라는 숙제를 받아든 상장기업에 길라잡이를 제시해 이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구조'를 한국증시 주요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방안 공시를 권고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수용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흐름도를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기업개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합니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 중 중장기적인 가치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주요 재무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등 시장평가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COE(주주자본비용),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등 자본효율성 ▲배당(금액·성향·수익률), 자사주(보유분·신규취득·소각내역), TSR(총주주수익률) 등 주주환원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자산 포트폴리오(영업·비영업자산), FCF(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등 기타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를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가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가령 상장기업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증진하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히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상장기업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 개인회사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 독립성 강화도 좋은 예시로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설정'에서는 일시적·임시방편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장기적 사업전략없이 단기적인 주가부양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또는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합니다. '계획수립'에서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며 사업부문별 투자, R&D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처분 등 다양한 사업전략적·재무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 1회 공시 사이에 어떤 노력을 이행했는지 잘된 점과 보완 필요사항을 기재(이행평가)하고 주주·시장참여자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쌍방향 '소통'을 확대합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이사회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강조합니다. 공시는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와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되며 예고공시도 가능합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입니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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