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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신년기획] 불안이 용기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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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anuary 08, 2020, 14:01:00

나의 생존전략 이야기_⑩ 산업부 이진솔 기자

 

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그리스 신화에는 유명한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시포스’라는 꾀 많은 인물이 신을 기만한 죄로 끝없는 형벌을 받았다는 일화도 그중 하나입니다.

 

시시포스는 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천수를 누린 죄를 입었습니다. 그는 저승에서 자기보다 큰 돌덩이를 뾰족한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습니다. 바위를 정상에 갖다 놓아도 곧 반대 방향으로 굴러떨어져 완수가 불가능한 임무입니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약속이나 한 듯 “시간 참 빠르죠”라는 말을 인사치레로 건넵니다. 서로를 다독이며 잔을 부딪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대체 올해 뭘 했지”라며 시시포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마치 바위가 산꼭대기를 기점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처럼 제자리를 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여기서 혹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 있습니까? 없지 않아 있으리라고 봐요. 제 삶을 5분만 나누고 마무리할 게요. 여러분에게 용기가 될 만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몇 년 전 기말고사를 앞둔 마지막 교양수업에서 교수님이 이렇게 말했을 때, 지금 같은 불안에 젖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신념을 갖고 키워 온 꿈을 포기해야 하나 방황하던 때였습니다. 이러다 결국 실패해 모든 게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컸죠.

 

부모님도 빠른 취업을 원했기 때문에 어디에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용기’라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석사 시절 그는 가족을 병간호하느라 남들보다 늦게 졸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취업할 때 나이가 많은데 공백기가 길면 불리하다는 얘기에 졸업 미루기가 일반화된 지금 보면 꽤 절망적인 상황으로 시작했던 겁니다.

 

어렵게 떠난 해외 유학에서는 돈이 발목을 잡았다고 했습니다.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병행했지만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 시기에 그는 다른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도, 어서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떨치고 사명을 갖고 임했던 공부에 전력투구한 겁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출구도 안 보이던 시절에 죽지 않고, 돈으로부터 멀리하는 대신 내가 하는 공부에 성실하게 올인을 하니까 어느 순간 돈, 직업, 명예가 따라와 있었어요. 저는 세속적인 가치보다 더 커다란 것을 여기서 느꼈습니다.”

 

글로 자세하게 옮기지 않았지만, 그의 삶에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난 것도, 유학 기회를 얻은 것도 그렇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예정된 순간에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그가 사명감으로 성실하고 우직하게 밀고 나갔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당시에는 미리 자기소개서를 채울 스펙을 만들지 않은 것을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네 꿈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생각 말고 밀어붙여라”는 말은 정말로 용기가 됐습니다.

 

철학자 알베르 카뮈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그는 삶이란 주어진 의미가 없는 ‘부조리’라고 정의합니다. 인간은 방향성과 목표가 없는 공허 속에서 시시포스가 바위를 끌어 올리듯 ‘살아내야만’하는 운명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지독한 부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확립하는 토대가 됩니다. 종교나 사회가 강요하는 세속적인 목표가 사라진 자리에서 나의 사명을 발견하고 이를 추동할 힘을 얻게 됩니다. 언젠가 원점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치열한 시간을 살아온 나는 이전의 나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근시안적인 목표에 흔들리지 마세요. 넘어가지 마세요. 성실하게 우직하게 공부하시고 열심히 사시면 바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을 강하게 울렸던 그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연초마다 돌아오는 이 ‘불안의 시간’은 도리어 용기가 됩니다. 바위를 밀며 고유한 삶을 사는데 불가피한 과정일 테니까요. 그리고 저도 언젠가는, 다른 이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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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기자 jinsol@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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