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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디지로그DigiLog]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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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14, 2020, 09:03:00

공간을 사용하려면 커피값을 내세요

 

‘맛없는 커피를 마시는 것은 죄악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크리에이티브로 일하고 있는 지인의 격언(?)입니다. 커피를 즐기는 저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라 가끔 인용을 하곤 합니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지인은 모 페스트푸드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고는 너무도 맛이 없어서 ‘발 씻은 물로 커피를 내렸냐’며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 네! 뭐 취향이 다르기도 하고, 이탈리아의 공기가 좀 다혈질이기도 합니다. — 좋은 커피를 마신다는 건 향과 맛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잠시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는 의미겠죠. 차를 즐기는 것과 커피를 즐긴다는 건 조금 다른 의미인 것도 같습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스Starbucks를 찾는다… 라는 말에는 솔직히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나 풍미가 강한 드립커피를 즐기는 분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는 권하고 싶은 선택지의 1순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거나 출장중일때, 또는 낯선 도시에 도착해 카페인을 충전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저는 스타벅스를 찾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세계 어디에 가든 같은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무료 와이파이Wif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국내의 경우 인터넷 인프라가 매우 잘 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커피숍을 이용하더라도 인터넷 이용에 불편함이 거의 없지만, 해외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아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타벅스 매장을 떠올릴 때 어떤 장면이 그려지시나요? 오후의 나른함이 가득 담긴 커피잔과, 갈색 커피콩에서 흐르는 원두의 짙은 풍미, 그리고 사람들의 한가로움 같은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스타벅스 매장을 상상하면서 원두를 고르는 섬세한 바리스타의 손길이나 갓볶은 원두에서 나오는 짙은 풍미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 스타벅스가 원하는 것도 그런 종류의 이미지는 아닙니다.

 

오히려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사람들, 헤드폰 또는 이어폰을 낀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 업무 미팅을 하거나 지인들과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 찬 공간이 더 익숙하고 상상하기 쉽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영전략에 대한 많은 연구와 보고서, 기사와 관련 글들 — 예를 들면 직영화를 통한 브랜드 관리,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맛을 유지하는 제품전략, 대도시 입점을 통한 유통전략, MD를 통한 상품전략 등등 — 이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공간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수 년 전, 개인적으로 출장이 잦은 일을 하던터라 갑작스레 메일을 확인한다거나, 중요한 서류를 보내야할 때, 스카이프Skype 등의 통화가 필요할 때, 스타벅스는 꽤나 유용한 시설(!)이었고 개인 사무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상의 커피맛은 일종의 덤과 같은 것이었죠. 이러한 경험 때문이었는지 지금도 맛좋은 커피숍을 잘 모르는 낯선 도시를 가게 되면 '초록색의 여신'을 찾게 됩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제대로 느끼게 되는 공간이랄까요.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거나 랩탑을 사용하다 보면 의외로 집중이 잘되는 이유가 설명되는 것이죠. — 카페에서 무슨 공부냐면서 타박하던 분들은 머쓱해지시겠지만 — 그들은 그 이유가 우리가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을 때는 이어폰과 랩탑으로 주위의 소음과 시야를 차단하고, 한숨돌리며 여유를 갖고싶을 땐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들 수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그러한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조명의 밝기, 음악의 크기, 사람과 사람사이의 간격 등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인 듯 합니다. 아무래도 감시가 심한 독서실이나 회사 사무실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건 사실이죠.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매장안에서만 누릴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8년 스타벅스가 식품기업 네슬레Nestlé에 커피 포장 제품 판매권을 매각한 것과 온라인 사업을 중단한 것들은 모든 경험을 ‘직접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전세계의 모든 스타벅스 매장이 톤앤매너Tone & Manner를 유지하기 위해 원목을 강조한 실내 인테리어와 포인트를 주는 초록색의 색상,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원색이 강조된 그림이나 사진을 장식해 놓습니다. 테이블과 의자의 배치와 간격, 익숙한 동선, 조명의 위치와 밝기 등은 유사하게 관리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오프라인의 경험은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특정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세상을 탐닉하는 분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 공간을 사용하는데 지불하는 커피값은 당분간은 유효해 보입니다.

 

***

 

글쓰는데 도움이 된, 읽고 재미있었던 글과 기사들

What's In A Space: How Starbucks Created Premium Experiences In-Store

from: LUXURY SOCIETY  https://www.luxurysociety.com/en/articles/2018/10/exclusive-interview-starbucks/

 

스타벅스는 왜 판매권을 넘겼나

from: <도서> 오래가는 것들이 비밀 | 이랑주 지음 | ISBN 979119653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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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기자 leo_kim@inthenews.co.kr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2024.05.02 16:14:17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원칙과 세부 작성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밸류업 당사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시라는 숙제를 받아든 상장기업에 길라잡이를 제시해 이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구조'를 한국증시 주요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방안 공시를 권고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수용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흐름도를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기업개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합니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 중 중장기적인 가치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주요 재무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등 시장평가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COE(주주자본비용),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등 자본효율성 ▲배당(금액·성향·수익률), 자사주(보유분·신규취득·소각내역), TSR(총주주수익률) 등 주주환원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자산 포트폴리오(영업·비영업자산), FCF(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등 기타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를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가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가령 상장기업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증진하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히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상장기업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 개인회사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 독립성 강화도 좋은 예시로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설정'에서는 일시적·임시방편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장기적 사업전략없이 단기적인 주가부양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또는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합니다. '계획수립'에서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며 사업부문별 투자, R&D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처분 등 다양한 사업전략적·재무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 1회 공시 사이에 어떤 노력을 이행했는지 잘된 점과 보완 필요사항을 기재(이행평가)하고 주주·시장참여자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쌍방향 '소통'을 확대합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이사회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강조합니다. 공시는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와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되며 예고공시도 가능합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입니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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