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랜저에 도전’ K7 프리미어, 얼마나 달라졌나?

차로유지보조 등 그랜저에 없는 편의사양 다수..2.5 엔진도 변경
뛰어난 반자율주행 능력으로 운전 피로도 적어..정숙성도 일품
K7 프리미어의 실내 디자인. Photo @ 기아자동차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TV 시청이 가장 큰 낙이었던 군 복무 시절, 드라마 ‘아이리스’에 등장한 K7은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이병헌이 타고 내리던 1세대 K7은 국산차로 믿기 힘들 정도로 멋지게 빚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군 전역 이후 아버지가 K7을 구입하자 어떻게든 몰래 운전해보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준대형 세단의 ‘왕’은 그랜저인 탓에, K7은 훌륭한 디자인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세대변경(풀체인지)에 이어 새 옷으로 한 번 더 갈아입은 K7. 과연 이번에는 그랜저를 넘어설 수 있을까.

비록 시승은 물음표로 시작했지만, 차에 대한 확신이 들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내 타깃 소비자들의 좋아할 만한 중후한 내·외관 디자인에 국내 최고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과 편의사양까지. ‘신차’ K7 프리미어는 출시 3년 차에 접어든 그랜저에 맞설 무기들을 확실하게 품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도 껍데기만 바꾸냐”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도 K7 프리미어엔 예외다. 현대·기아차가 입이 닳도록 자랑하는 차세대 파워트레인인 ‘스마트 스트림’이 신형 K7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스마트스트림 2.5 가솔린 엔진은 개발 이후 최초로 K7에 들어가 있다.

아쉬운 점은 이번 시승행사에 투입된 모든 K7이 3.0 모델로만 구성됐다는 것. 10년 전 출시된 1세대부터 써온 3.0 GDI(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f·m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이다.

K7 프리미어의 전측면 디자인.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수치에서 보듯 실제 주행성능도 나무랄 데 없었지만, 어디까지나 주력 모델은 2.5 트림이다.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5.3kgf·m의 힘을 내는 스마트스트림 2.5 엔진은 고배기량의 3.0 모델보다 동력성능이 다소 뒤처진다. 하지만 3.0보다 400만원 가량이 저렴한 만큼 기존 2.4 모델을 대체해 주력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스마트스트림 엔진의 핵심은 MPI(간접분사)와 GDI(직접분사) 방식을 혼용해 연료를 분사하는 것에 있다. 주행환경에 따라 분사방식을 최적화해 복합연비가 기존 대비 0.7km/ℓ 향상됐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이 없으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어쨌든 시승행사에서 만나본 K7 프리미어는 1세대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특히 외관 디자인은 현대차그룹이 기아차에 ‘몰아주기’를 하고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여느 현대차들보다 잘생겨졌다.

큼지막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5미터에 육박하는 차체길이 때문인지 준대형 세단이지만 대형 세단으로 보일 만큼 차체가 웅장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와 헤드램프 밑을 지나가는 LED 주간주행등도 최근 현대차의 신차들보다 훨씬 잘 다듬어진 느낌이다.

K7 프리미어의 측후면 디자인.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특히 후면부는 전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이 싹 바뀌었다. 다만 전면부보다는 ‘감흥’이 덜했는데, 차량만의 정체성이 희미해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차체를 가로지르는 좌우의 후면램프는 차를 좀 더 커 보이게 했지만, 몇 번 보지 않았는데도 금방 질리는 듯했다.

하지만 K7 프리미어의 진짜 매력은 운전석에 직접 앉아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계기판과 전면 디스플레이는 K9가 부럽지 않을 만큼 커졌고, 보통의 현대·기아차가 다 그렇듯 직관성이 매우 훌륭했다. K7처럼 운전자가 버튼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차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K7 프리미어의 센터페시아 디자인.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특히 K7을 운전해보면 현대·기아차가 ‘못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주행 감성은 10년 전 잠깐 몰아본 아버지의 1세대 K7과 별반 다른 점이 없는데, 각종 첨단 편의사양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운송수단’인 자동차의 개념보다 첨단 IT기기에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K7 프리미어의 반 자율주행 기능이다. 도로와 쌍방으로 통신만 가능했다면 ‘자율주행차’로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차로유지보조(LFA)와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이 고도화된 모습이다. 실제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더라도 약 2~3분간 무리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시승을 함께한 기자들도 “차를 운전했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는 평을 내놓을 만큼 K7 프리미어의 스스로 달리는 능력은 출중했다. 곡선 도로를 주행할 때도 옆 차선으로 이탈하거나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앞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차분하게 속도를 줄였던 것도 인상적이다.

K7 프리미어의 실내 디자인.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원하는 속도를 설정한 뒤 HDA 기능을 쓰면 스티어링 휠에 손만 얹고 있어도 되기 때문에 운전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더 기특한 점은 과속카메라 앞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맞추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임의로 밟을 일도 거의 없다.

네비게이션 정보를 공유하는 K7은 과속카메라는 물론 터널에서도 똑똑함을 발휘했다. K7은 창문을 열고 주행하다가 터널이 나오면 자동으로 창문이 닫기 때문에 깨끗한 실내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외부공기 유입방지 제어’ 기능은 터널은 물론 비청정 예상 지역에서도 활성화된다고.

Photo @ 기아자동차

또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음성인식 서비스 ‘카카오아이’도 K7에 적용돼 있다. 똑똑하게도 길안내와 뉴스 브리핑은 물론, 공조장치 제어까지 가능했다. 다만 에어컨이 틀어져 있을 땐 음성인식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던 것이 아쉬웠다.

특히 “에어컨 꺼줘”라고 명령하면 ‘송풍’은 그대로 둔 채 에어컨 기능만 꺼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에어컨을 꺼달라고 해도 바람이 유지됐는데, 알고보니 A/C버튼에 들어왔던 점멸등만 꺼졌다. 에어컨을 끄라고 하면 공조장치 자체를 꺼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한편, 시승차인 3.0 모델이 주력 트림이 아니긴 하지만 정숙성은 매우 뛰어났다. 실내에서는 물론 밖에서 들어도 엔진음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 높은 배기량 때문인지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엔진회전수(RPM)이 쉽게 오르지 않았고, 덕분에 귀에 거슬릴 만한 엔진음은 거의 없었다. 엔진음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하체 소음이나 풍절음이 크게 들려왔던 것은 내심 아쉽다.

K7 프리미어의 실내 디자인.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낮게 제어하려고 하다 보니 순간적인 가속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펀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 차가 아닌 만큼 운전의 재미는 덜했지만, 편안함과 안락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K7이다.

또 하나, 시승차인 3.0 모델은 주력인 2.5모델보다 동력성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핸들링 감각도 우수하다. 2.5 모델엔 저가형인 칼럼마운트 방식 파워스티어링(C-MDPS)이 적용된 반면, 3.0 모델엔 고급형인 랙마운트 방식 파워스티어링(R-MDPS)을 쓰기 때문.

C-MDPS 방식은 운전자와 모터의 위치가 가까워 소음과 진동이 크고, 이는 조향감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과 바퀴까지의 거리가 멀고 R-MDPS보다 축을 하나 더 거치기 때문에 조향감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교한 핸들링 감각을 원한다면 R-MDPS를 쓰는 3.0 모델을 택하길 권한다.

K7 프리미어의 실내공간.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약 74km(편도)를 주행하며 시승이 끝나갈 무렵, 계기판에 찍힌 K7의 평균연비는 무려 13.9km/ℓ에 달했다. 3.0 모델의 복합연비가 9.8km/ℓ(19인치 타이어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깜짝 놀랄 만한 연비다. 고속도로에서 주로 차에 운전을 맡기고 정속주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K7 프리미어의 판매가격은 2.5 모델이 3102만~3367만원, 3.0 가솔린 모델이 3593만~3799만원이다. 3112만~3608만원에 팔리는 그랜저(2.4 기준)보다 각종 편의사양이 앞서는데도 가격은 더 저렴한 셈이다.

◇ 총평
각종 첨단 편의사양을 품은 K7 프리미어는 그랜저에 대항할 만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옵션’에 민감한 점을 고려하면, K7 프리미어는 한국 전략차종이라고 봐도 될 만큼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차다.

특히 K7 프리미어는 그랜저엔 없는 카투홈(차에서 집의 가전제품 제어), 차로유지보조(LFA), 12.3인치 풀컬러 LCD 계기판, 후측방 모니터(BWM) 등이 적용돼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그랜저도 최근 한풀 꺾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K7이 적자(庶子)의 설움을 벗어날 기회가 아닐까.

※ 본 시승기는 최상위 등급인 3.0 GDI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작성했다는 점을 밝힙니다. K7의 주력 모델인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모델과는 동력성능, 핸들링 감각, 편의사양 등 전체적인 상품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K7 프리미어의 후면 디자인. Photo ⓒ 인더뉴스 |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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