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 수장들의 디지털 혁신 선언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에 ‘디지털 강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담 조직과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움직임도 꽤 활발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행하는 현장 직원들에게는 디지털 바람이 와 닿지 않습니다.
한국기업데이터 R&C센터가 지난 4일 공개한 ‘언택트(untact) 시대 미래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보험업의 비대면 협업 만족도는 31%로 13개 업종 중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금융업계가 언택트·디지털 문화, 업무역량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입니다.
실제로 온라인 포럼과 단말 가상데스크톱(VDI) 환경 구축, 화상회의시스템 활용, 디지털 사무환경(Easy Workplace) 마련 등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목소리는 큰 것에 반해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만족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비대면 협업방식은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 등 직원들이 다른 주체와 협업을 하면서 경험한 채널과 시스템입니다.
설문은 5점 척도로 진행됐고 조사대상 업종은 은행⸱보험업 외에도 공유경제, 항공, 반도체, 건설, 자동차 등 13개입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업의 비대면 협업 만족도는 가장 높은 공유경제업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비대면 업무 경험이 있는 은행 직원은 “일단 비대면 업무와 협업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갑작스럽게 비대면 채널을 구축하다보니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해 만족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디지털 업무가 기기와 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가 어렵고 시간을 낭비하는 등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보험사 직원 역시 “마이크 활성화 시스템 오류, 카메라 꺼짐 등 화상회의 진행 중 기술적인 문제가 실제로 많이 일어난다”며 “시스템 문제는 향후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금융권은 정보보안문제로 자체 개발시스템이 필요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대마다 시스템이나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달라 디지털⸱비대면 근무방식 도입에 대해 찬찬히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업계 현장에서는 디지털 업무역량과 문화 정착이 구호로만 남지 않으려면 실무를 하는 직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