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칼럼] ‘혁신학교’가 그리 좋으면 학부모가 원하지 않겠는가

‘날치기 밀실행정’으로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에 학부모 분노 폭발
혁신학교 취지 좋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설득력 떨어져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목소리에 귀 기울여 수습책 빨리 찾아야
한 학부모가 경원중학교 앞에서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경원중학교 비대위는 . 사진ㅣ경원중학교 비대위 제공

편집인ㅣ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경원중학교(교장 정회숙)를 혁신학교로 지정한 교육당국의 행정 행위에 대해 학부모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날치기 밀실 행정’의 전형이라며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홈페이지에 지정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청원 서명이 줄을 잇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돼. 혁신학교 지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등교거부 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할 정도다.

혁신학교라고 하면 뭔가 좋은 교육 조건이나 상황을 연상시키는데, 왜 이렇게 학부모들이 투쟁선언까지 하면서 반대하는 것일까.

혁신학교는 당초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좀더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키운다는 목적 아래, 2009년 당시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는 진보 교육감이 2010년 당선되면서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 등 6곳에 혁신학교가 생겨, 혁신학교가 마치 진보교육감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이처럼 좋은 이름과 의도에도 불구, 많은 학부모들은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떨어지는 혁신학교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경원중학교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자사고나 특목고 등을 가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서는 학습량이 부족하지 않은 학교에 자녀가 다니는 것을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가뜩이나 학교 교육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상황에서 자녀가 학원 등을 전전해야 하는 것을 아는 만큼, 학습량이 떨어지는 혁신학교를 바라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일부 학부모들은 오죽했으면 “니네 자식들이나 혁신학교를 보내지, 왜 남의 아이의 교육권을 마음대로 정하느냐”는 비난할 정도다.

특히, 학부모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또다른 문제는 제대로 된 소통 없은 ‘날치기’와 ‘밀실’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혁신학교 지정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공모에 앞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한 가정통신문 내용마저도 혁신학교 지정이 기존 교육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핑계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넣은 가정통신문 하나에 근거해, 카카오 단톡방에서 열린 경원중 운영위원회에서 공모 신청안을 가결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교육시스템이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사를 가정통신문 하나로 묻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은 ‘카카오 단톡방 행정’을 지켜본 학부모들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본보(인더뉴스)가 지난 2일자로 ‘[단독] “학부모 속여 혁신학교 지정’… 서울시 교육청 ‘날치기’ 행정 논란‘ 제하 기사를 내보낸 이후 혁신 지정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국회와 관련 기관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혁신학교가 그리 좋다면 학부모들은 왜 혁신학교 지정을 철회하려고 하겠는가. 오히려 교육청을 찾아가서 지정해달라고 청원할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전세계에서 인정하고 있다. 개발연대 선배들의 조선공학 열풍은 조선업 세계도약의 신화를 썼고, 전자공학 열풍은 오늘 반도체 강국의 발판이 되었다. 전인교육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나보다 잘 난 아이가 되도록 만들려는 부모의 마음을 날치기 행정으로 막는 것은 가당치 않다.

물론, 학부모들의 주장이 다 일리가 있을 수는 없다. 교육당국의 주장처럼 법적인 행정절차를 어느 정도 지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대위까지 결성돼 학부모들이 엄동설한에서 시위를 하고, 서명운동까지 줄을 잇는 것은 작금의 행정행위에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원중학교는 지금이라도 학부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현명한 수습책을 하루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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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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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중지킴이
1 month ago

학부모가 싫다고 하면 안해야죠! 아이한테 혁신교육 받게하고 싶지 않다는데 왜 밀어부칩니까? 처음부터 혁신학교 하려고 교육청과 작정하고 들어와서는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학교장과 교육청 둘 다 너무 사악합니다.

예비학부모
1 month ago

혁신학교 10년입니다. 그동안 충분히 지켜본 결과 학부모가 외면하게 된것을 왜 날치기로 강요하시나요. 이게 진정 민주주의 교육을 한다는 혁신학교의방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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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히철
1 month ago

정확한 설명회도 없이 나중에 혁신학교라는걸 알게됐고 이건 엄연한 학생 및 학부모 농락입니다!!! 교장이 전교조라는게 이해되는 졸속행정이었네요. 반드시 철회돼야합니다

진실을 밝혀라!!
1 month ago

이 기사를 통해 사태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네요.
유익한 기사입니다. 경원중 혁신중 지정사건이 이렇게 이슈가 되는것은 절차상에 명백한 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만큼은 절대 날치기 졸속행정으로 처리해선 안됩니다. 학부모님들 화이팅 !!!

혁신아웃
1 month ago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혁신이라는 말만 들어도 거품물겠어요

경원이
1 month ago

이거 보니까 마감기한 이전에 설문 끝내버리고 지들 멋대로 학운위 열고 카톡 비대면으로 밀실통과 시켜버렸더만 정회숙 교장인가? 구속시켜라

잠원맘
1 month ago

혁신중학교라니요!
정회숙 교장, 교육부 혁신학교 관계자는 다 나몰라라 하면서
혁신학교 지정하는데만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혁신학교가 좋으면 이렇기.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헌고 사태를 보십시요!
목숨걸고 지켜낸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권과 평등으로 포장한 민주주의에 반하는 사상과 이념을 교육하고, 주입시키는 이나라!!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합니다!
강력하게 저지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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