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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혁신학교’에 잠원동 원성 폭발...교육청은 ‘학부모 편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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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December 02, 2020, 23:12:26

잠원동 일대 늘어선 혁신학교 반대 플래카드·1인 시위
학부모들, 교육청 ‘졸속행정’ 지탄 및 부정 투표 논란 제기
교육청 “혁신학교 학업 성취도 낮은 건 지역 차이일 뿐”

 

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서울시교육청이 서초구 잠원동의 경원중학교를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혁신학교로 지정했다가 극심한 반대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자 <인더뉴스> 보도([단독] “학부모 속여 혁신학교 지정”…서울시교육청 ‘날치기’ 행정 논란)에서는 댓글이 143개가량 게재돼 성난 여론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댓글에는 "(여론 수렴) 절차에 큰 문제가 있는데 결과만 갖고 진행하는 건 큰 문제" "교장이 학부모들 몰래 도망치고 있다" "교장은 물러나라" 등 학교와 교육청을 성토하는 거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사안이 서울권 학부모들에게도 알려지면서 "교육당국이 학부모 몰래 학교를 바꿨다"는 '불통 행정' 여론이 뜨겁지만, 교육청은 이를 "혁신학교에 대한 편견이 빚은 혼란"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처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 당국의 ‘깜깜이’ 행정, 학교 향한 불신만 키웠다

 

 

잠원동이 ‘혁신학교 비토’ 여론으로 들끓기 시작한 건 지난달 30일부터입니다. 공립 일반 중학교였던 경원중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혁신학교로 바꿔었고, 내년 3월부터 이 학교 학생들은 혁신학교 교육을 받게 됐는데,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생과 학부모 대다수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일부 학부모들이 30일 시민 청원으로 교육청 시민청원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비판 여론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운영하는 ‘조희연의 열린교육감실’ 홈페이지에는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시민청원은 게재된 지 사흘만에 누적 동의수 1만건을 돌파했습니다. 비단 잠원동만의 문제를 넘어서면서 교육청 내규에 따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원중 학부모 및 잠원동 주민들은 '혁신학교 지정' 사실 자체보다는, 그 과정에서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성실히 알리지 않고 졸속 추진한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경원중은 교육청에 혁신학교 신청을 하기 위해 지난 8월 24일 교육 행정 스마트 시스템인 'e알리미'로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이 앱으로 학부모 찬반 투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가정통신문에 마을결합혁신학교(혁신학교)가 되더라도 이름만 바뀔 뿐 교육과정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지만,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육평가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는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결국 학부모들은 왜곡된 가정통신문 외에 아무런 정보가 없어 일단 '찬성'으로 앱에 저장해놓고 자료를 취합해 필요시 '반대'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지난 9월 2일 아무런 예고 없이 투표가 닫히면서 학부모의 69%가 혁신학교 지정에 동의한 게 됐습니다. 당초 투표 마감일은 이보다 이틀 뒤인 9월 4일이었습니다.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비대위'의 관계자는 "가정통신문에 '교육과정의 변화가 없다'고 명시돼 있어 경원중 학부모 대다수는 혁신학교가 되는 게 아닌 줄 알았다"며 "또 교육청은 혁신학교 지정이 적법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하지만, 투표기간을 무단으로 줄인 것도 투표 조작이자 명백한 절차적 위반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육 당국의 갈등은 상황 인식부터 결이 달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교육청은 "이미 지정돼 예산까지 배정된 혁신학교를 다시 바꾸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잇단 혁신학교 반대 여론의 원인을 혁신학교에 대한 언론과 일부 학부모들의 편견으로 돌렸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도 2015년 개정 공교육과정의 이수시수, 수업시수, 성취기준을 따르는 일반 학교”라며 “같은 내용을 가르치되 학교 문화를 개선한 것일 뿐이며,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는 일종의 ‘상표’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혁신학교는 시험 안 본다’는 식으로 왜곡 보도가 나오면서 학부모들도 거부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 우려에 대해 “혁신학교가 학업 성취도가 낮다는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혁신학교는 기초학력 미달률이 높다는 과거 통계도 (교육 자체보단) 기존 혁신학교가 변두리 지역에 많았던 영향”이라며 “혁신학교 교사들은 오히려 기대가 크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수업을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통 거부하는 학교, 1인 시위 나선 엄마들

 

그러나 개학을 불과 3개월 앞둔 지금도 혁신학교로 바뀐 경원중학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학교를 찾아가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쑤였고 이에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엄마들은 결국 거리로 나섰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는 ‘신반포 자이’ ‘신반포 7차’ 등 일대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졸속행정 밀실회의 혁신학교 철회하라" "정회숙 (경원중학교) 교장 물러나라" 등 경고 문구를 붉은색으로 표시한 플래카드가 여럿 보였습니다.

 

 

 

인근 킴스클럽 강남점에선 학부모 대여섯명이 테이블을 펴고 이날 밤 9시까지 대로변에 서서 경원중 혁신학교화 반대 및 학부모 재투표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경원중학교 앞 한 40대 여성은 두꺼운 외투와 털장갑, 털모자를 쓰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는 "최근 서울에서 경원중학교처럼 졸속 행정으로 인해 뒤늦게 철회 논란이 불거진 혁신학교가 속출하고 있다"며 "묻지마 행정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과 교육 혼선을 조장한 학교와 교육청의 졸속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하기 위해 여기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강동구의 강동고등학교도 공청회 등 절차 없이 혁신학교로 지정했다가 학부모 반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난달 27일 학교장이 혁신학교 지정 철회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원중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선 것도 이같은 희망 때문입니다. 오는 4~6일에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소규모 시위도 추진합니다.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 비대위' 관계자는 "오는 4~6일 경원중 정문, 후문, 뉴코아사거리, 뉴코아 나폴레옹 앞 인도 등 4곳에서 10인 미만으로 흩어져 6시간씩 집회를 할 것"이라며 "부정 투표를 규탄하고 학부모 재투표 및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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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기자 silentrock@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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