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전건욱 기자ㅣ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명보험 신규계약 규모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포화로 지속 감소하던 신계약이 위기로 여겨지던 코로나 국면을 맞아 4년 만에 반등한 겁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다른 씀씀이는 줄이는 대신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보험가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겪은 은행이 투자형 상품보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17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4개 생보사의 올 9월 기준 누적 신계약률은 9.5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월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신계약률이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겁니다.
신계약률은 보험사가 연초에 보유하고 있던 보험 계약액 대비 그해 새로 유치한 계약액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의 성장 동력이 커졌음을 의미합니다.
신계약액도 같이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생보업계의 신계약액은 229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역성장해오던 것과 대조됩니다.
생보업계는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줄어든 씀씀이가 보험가입 유인을 높였다는 겁니다.
생보사 관계자는 “소비 감소로 인한 저축 증가와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게 맞물려 신규 판매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가 지난 5월 전국 만 40~75세 1000명(만성질환자 800명, 일반인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58.3%)이 “코로나 이후 보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부실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은행들이 방카슈랑스로 눈을 돌린 점도 신계약이 늘어난 이유로 꼽힙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은 다른 투자성 상품과 달리 최소 원금보장 기능이 있어 이런 점을 은행들이 마케팅 요소로 삼아 판매에 주력했다”고 말했습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24개 생보사의 9월말 기준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4조 8287억원으로 전체 일반계정 수입보험료(5조 8599억원)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신계약액 증가는 보험영업수익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 3분기까지 생보사들의 전체 수입보험료(일반계정 기준)는 60조 25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습니다.
다만 일회성 요인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입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올해 신계약이 늘어난 것은 일시적 요인이 크다”며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올해 좋았던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 내년에는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