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자동차보험에서 차량 관련 손해액의 비중이 사람 관련 손해액의 비중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점유율 증가 등 자동차 가격 상승과 더불어 자동차사고 환자의 입원 비율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일 보험개발원(원장 성대규)이 제공한 ‘연도별 자동차보험 손해액’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7년의 경우 인(人)담보(대인+자손) 손해액이 물(物)담보(대물+자차) 손해액 보다 미세하게 높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작년에는 물담보 손해액이 인담보 손해액을 추월했다.
2007년 자동차보험 총 손해액은 6조 7832억원이며 인담보의 비중이 51.7%(3조 5080억원), 물담보의 비중은 48.3%(3조 2752억원)였다. 작년에는 이러한 비중이 역전돼, 인담보 비중이 41.3%(4조 5620억원), 물담보 비중 6조 4662억원(58.7%)으로 나타났다.
전체 손해액 규모가 지속 상승하는 가운데 인담보와 물담보 손해액 비율이 뒤바뀐 것. 업계에서는 이러한 역전 현상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자동차 가격 상승(수입차 증가)으로 인한 수리비 증가와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 감소에 따른 의료비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먼저, 자동차 가격의 경우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국산차의 평균가격은 지난해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어섰다. 2013년 2620만원이었던 국산차 평균가격은 매년 평균 13%씩 올라 작년에 3079만원을 기록했다.
국산차보다 2배 이상 비싼 수입차 점유율이 높아진 것도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2007년 5.13%에서 2017년 15.23%로 10년 만에 10% 이상 상승했다.
차량가격이 비싼 수입차가 늘면, 수리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지난해 274만 1000원으로 국산차 평균 수리비 100만 5000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쌌다.
여기에 자동차사고 환자의 입원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도 물담보 손해액의 비중이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입원율은 2007년 63.5%에서 작년 34.1%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입원율은 입원건수와 통원건수 총합 중 입원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자동차사고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통원치료에 비해 통상 의료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손해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입원율이 급감과 관련, 업계에서는 국민 의식 수준 개선을 입원율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나이롱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에 과거처럼 사고를 당하면 무작정 입원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동차사고가 나면 무조건 병원에 드러눕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10년 전 70%에 가까운 입원율이 상식에서 벗어난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입원율 수준은 사실상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