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혜원 기자] 윤종규·김정태 금융지주회장의 채용비리 관련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못 한 검찰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물증확보 노력에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두 지주 회장 등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결국 혐의점을 찾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1일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KEB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 날 허권 금융노조 회장은 “채용비리는 금감원에서 지난해 11월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겨 5개월간 진행됐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이 공개수사하지 않고 비밀리에 수사해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두 지주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KB국민은행 노조원 1만4000여 명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 회장의 자진사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7.6%(3만568명)로 나타났다.
또 임직원 4073명 중 88.8%가 윤 회장의 불기소 처분이 정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검찰의 무혐의 발표에 대해서는 90.9%(3703명)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은행들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6개 은행의 40명의 관련자들을 기소하고 12명을 구속했다. 여기서 채용비리 범죄정황이 명백한데도 무혐의 처리된 금융회사의 책임자인 윤 회장과 김 회장만 불기소된 것을 두고 검찰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는 2015년 신입행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에 그쳤지만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당시 윤종규 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김정태 회장은 2013년 하나은행의 특정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 단계부터 추천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기해 놓았다. 이 지원자는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에서도 태도 불량으로 0점 처리됐지만 결국 합격했다.
금융노조 국민은행노조지부 관계자는 “다음주 금융노조차원에서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제제심의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금융노조 전체가 고등검찰에 즉각 항고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대국민 서명운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두 금융지주 회장이 기소가 된 이유가 결정적인 증거 수집을 하지 못 한 원인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 있어 검찰이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의견이다.
이하나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는 “범죄정황은 명백한데 물증이 없다면, 수사는 어려움을 겪는다”며 “하지만 사실 검찰이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 불구하고 더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못 했다는 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채용비리 범죄 특성상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인사 담당자의 증언 또는 통화기록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채용·인사 관련 서류를 폐기하지 않도록 은행 내부적으로 규정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며 “애초에 채용할 때 객관적인 지표(당시 지원했던 사람들)를 보고, 친인척이 있다면 과연 뽑힐 만한 사람이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은행 내부적으로 만들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