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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조용한 아수라장’..신입기자가 다녀온 신동빈 회장 항소심 선고 공판

서울고등법원, 재판 방청 방법 뒤늦게 안내해..방청권 교부 혼선
원심 혐의 확정 선언 잦아..판결 주문에 이르러서야 분위기 급변

[인더뉴스 김진희 기자] “1층에서 방청권 받으셔야 돼요", "방청권 배부 예정 없어요, 2층으로 가보세요“, “글쎄요, 아직 정해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비가 줄기차게 내리던 지난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2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공판은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인데, 사전 답사를 위해 오전 11시경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 법원 관계자들 여럿에 선고 공판 방청 방식에 대해 물었지만, 각기 다른 답변만 내놨다. 

 

신 회장의 공판이 이뤄질 312호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혹시 방청을 못하진 않을까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그 사이 취재진과 롯데 관계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굵직한 선고 공판이 같이 예정돼 있어, 법원 관계자들은 유독 정신이 없어 보였다. 

 

같은 날 2시에 예정된 417호와 311호 공판에 법원측의 관심과 신경이 온통 쏠려 있었다. 각각 '다스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 선거 공판과 '화이트리스트'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외 7명의 선거 공판이 있을 법정이었다.

 

한 법원 관계자는 "417호 때문에 312호(신동빈 회장 항소심)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일찌감치 해당 두 공판의 방청안내 표지판을 서관 1층 로비에 게시했다. '방청권 선착순 배부'라는 안내표지판 앞으로 방청을 원하는 취재진들과 관계자들의 소지품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띄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선 것. 이 전 대통령 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공판 방청을 위해 온 것 같아 보였다. 

 

그 사이 신 회장 2심 공판이 열릴 312호 방청 안내표지판이 설치됐다. 시간은 12시 무렵이었고, 입장 예정 시간은 2시 20분이었다. 2시간 넘게 줄을 기다려야 했다. 방청 안내표지판이 세워지자, 순식간에 줄이 길게 늘어졌다. 

 

‘첫 법원 취재인데 혹시나 선착순에 밀려 들어가지 못 하진 않을까’ 불안이 앞섰다. 다행히 앞줄에 섰고, 재판장에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노트북 사용 여부와 엠바고, 방청 가능 인원 등은 재판이 시작되고 알게 됐다. 

 

드디어 법정 안. 분명 열번째 이내로 입장했는데, 방청석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변호인등 관계자들이었다. 함께 온 선배와 재빨리 자리를 잡았다. 뉴스 속에서나 봤던 신격호 명예회장부터, 신동빈 회장, 신동주 회장 등이 눈 안에 들어왔다. ‘저런 사람들을 직접 보다니. 기자가 되긴 했구나!’

 

신격호 명예회장의 판결선고가 가장 먼저 이뤄졌다. 1심보다 감형됐지만 징역 3년에 벌금 30억 원이 선고되자 법정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고령인 신 명예회장은 재판부의 배려를 받아 들어온지 20여분 만에 법정을 나갔다. 

 

이 날 재판은 신동빈 회장, 신동주 부회장, 신영자 이사, 서미경 씨 등 8명에 대한 병합 공판이 이뤄졌다. 각 피고인별로 변호인단은 1~6명으로 구성됐고, 피고인 수가 많다보니 변호인단과 관계자들 규모도 상당했다. 

 

재판 내내 법정에는 판결요지 낭독 소리와 기자들의 일사분란한 노트북 타이핑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동석한 변호인들은 펜과 종이를 선호했다. 자신의 의뢰인에 대한 혐의 판단이 이뤄질 때마다 변호인단의 펜도 함께 움직였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방청석 분위기가 답답해졌던 것은 비단 방청석이 협소하거나 냉방시설이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자들은 판결문을 받아쓰느라 비 오듯 땀이 쏟아져도 외투를 벗을 틈이 없었고, 변호인단은 사법부의 잦은 ‘혐의 인정’ 반복으로 심각해졌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판결문 낭독이 끝나갈 무렵, “아…!” 야트막한 탄성과 함께 법정 내부가 술렁였다. 판결주문에서 피고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가 선고됐기 때문. 무겁고 침울하던 방청석 분위기가 급변했다. 기자들도 변호인들도 짐짓 놀란 듯했다. 

 

폐정이 시작되자 법정은 ‘조용한 아수라장이’ 됐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법정을 간단한 인사와 함께 법정을 신속하게 빠져나가려 했고, 타이핑을 서둘러 마무리한 기자들은 황각규 부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퇴정을 주저했다.

 

황 부회장에 “이번 공판 결과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는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법정 정숙'을 유지해가며 조용하지만 뜨거운 취재 열기는 그렇게 일단락됐다.

 

이날 항소심은 롯데그룹 향방에 영향을 미칠 큰 공판이었다. 아침 일찍 기자가 사전 답사를 나섰던 이유도, 같은 시각 법원에서 다른 기자들을 마주칠 수 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관심은 417호와 311호 공판에 비해 낮았던 듯하다. 사안에 대한 언론과 법원의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던 부분이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공판 내내 방청석의 언론인과 변호인단, 롯데 관계자들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경청했다. 무겁고도 뜨겁게 느껴진 첫 공판 취재였다.

 

이날 집행유예를 받고 법정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일 업무에 복귀했다. 그와 롯데그룹이 보여줄 행보에 더욱 주목해 봐야겠다고 속으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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