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해외에서 인슈어테크를 보험사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에 비해 국내는 아직 그 수준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도 인슈어테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인슈어테크발전과 보험회사의 역할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인슈어테크 투자는 지난 2012년에 3억 7000만달러에서 5년 뒤인 2017년에는 22억 1000만달러로 7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국내는 관련 통계도 집적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발생한 손실의 금전적 보상이라는 ‘리스크 재무’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리스크 통제’과정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리스크 통제는 사고 발생과 손해 규모 축소를 위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법이다.
예컨데, 런던에서는 지난 1666년에 발생한 대화재(The Great Fire of London) 이후 화재보험사가 직접 소방서를 운영하며, 피보험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식이었다. 이는 보험사가 리스크 재무뿐만 아니라 리스크 통제 과정에도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고객의 리스크 통제 역할까지 지원하는 종합적인 리스크관리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며 “인슈어테크의 발전으로 보험사의 이러한 서비스 제공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슈어테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한 해외에서는 종합적인 리스크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관련 보험사 Vitality는 고객에게 운동과 음식 섭취에 관한 조언을 하고 있다.
또, 유럽 보험회사 그룹인 Generali는 차량에 특수 장치를 장착해 운전자가 위험하게 운전할 때 경고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RSA와 Aviva는 고객의 주택 배관에 누수감지 장치를 장착하고 누수를 조기에 감지해 손실을 줄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도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계약자의 리스크 통제 노력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보험상품은 있다. 하지만, 활발히 판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출시 및 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생·손보를 통틀어 4개 회사만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충분한 보장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또, 자동차보험에서는 자동차 운행과 연계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UBI(Usage-based-insurance)가 있으나, 이를 판매하는 보험사는 2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보험이 장기(長期)라는 특성과 소비자 보호를 중시해야 하는 특성상 타 금융권에 비해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종합 리스크 관리 서비스 제공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업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자회사에 대한 보험사의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이 인슈어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인슈어테크를 이용한 보험사의 종합 리스크관리 서비스 제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