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진희 기자ㅣ #. 47세 주부 황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간편식 제품을 활용한 명절 상차림을 계획 중이다. 지난번엔 떡갈비만 구입했지만 올해는 손이 많이가는 모듬전과 잡채, 떡국도 간편식(HMR)으로 구입할 예정이다. 황씨는 주부들 사이에서 간편식 상차리가 제법 인기가 좋다고 귀뜸했다.
#. 결혼 후 첫 설 음식을 준비하게 된 35세 주부 최씨. 최씨는 일찌감치 시판 육수를 구입해 뒀다. 설 음식 레시피를 검색해보니 육수 우려내는 시간만 해도 꽤 걸렸기 때문. 초보 주부로서 설 음식 준비 부담을 덜기위한 나름의 전략이라고.
명절음식·차례상 준비에 간편식(HMR)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이는 한 식품사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샘표는 최근 30-40대 주부 115명을 대상으로 ‘시판 육수 구매 경험 및 명절 사용 계획’에 대해 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95%가 ‘시판 육수를 구매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에 시판 육수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67%에 달했다.
시판 육수 구매 경험이나 명절 사용 계획에 있어서는 전업주부와 취업주부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명절에 시판 육수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간편해서’가 64%로 가장 많았으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22%), ‘맛있어서’(13%)가 그 다음 순이었다.
복수의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오랜시간에 걸쳐 많은 양을 완성해야 하는 명절 음식은 부담이기 마련”이라며 “간편식을 활용한 명절음식 차리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회사들이 앞다퉈 간편한 설 음식 가짓수를 늘리고, 물량도 대폭 확대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신선 가정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에서는 차례상 음식 전체를 세트로 구성한 ‘프리미엄 차례상’ 상품을 선보였다.
더반찬측은 “작년 추석에 해당 상품을 처음 선보여 완판을 기록했다”며 “구매 고객 중 95%가 재구매 의사를 밝힐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 이번 설 시즌에는 준비 물량을 2배 늘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 한식반찬’ 등 명절 상차림을 위한 간편식 소비가 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업계에서 통용되는 명절 성수기 기준으로, ‘비비고 한식반찬’은 최근 3년 설 명절 기간 동안 연평균 30%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설에도 작년 설 시즌 대비 10% 가량 성장한 19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설맞이 피코크 제수용 간편가정식 상품수를 늘렸다. 설 전 7일간의 매출 비교를 해보면, 지난 2014년과 작년의 매출액 차이는 12배 가량 차이가 난다. 2014년 6가지 제품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은 1억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47가지 제품으로 12.5억 매출을 올린 것.
이마트 측은 “피코크 제수용 간편가정식 매출이 올해엔 15~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기존 상품 리뉴얼 단량조절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동시에 신규 상품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양력 설부터 떡국 판매량이 상승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자사 판매량 분석을 통해 작년 12월 25일부터 양력 설인 1월 1일까지, 사골육수 간편식과 떡국떡 상품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1%, 1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측은 이번 음력 설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설날 아침 상차림을 위한 떡국 상품 관련 각종 혜택을 준비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진행된 샘표의 설문조사에서 33% 비율로 ‘명절에 시판육수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 중 55%는 ‘가족들 눈치가 보여서’를 이유로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명절 음식을 구입하기 때문에’, ‘음식을 어른들이 직접 만드셔서’, ‘중요한 날이라 직접 육수를 내야 할 것 같아서’ 등이 있었다.
정지혜 홈플러스 간편조리팀 바이어는 “간편식의 인기에 준비가 까다로웠던 설 음식 마련도 점차 쉬워지고 있다”며 “특히 20~30대의 젊은 세대 부부와 설을 혼자 보내는 ‘혼설족(혼자 설을 보내는 사람)’ 사이에서 떡국 등 관련 간편식 매출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