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국내 완성차업계가 극심한 부진에 빠진 가운데 주력 신차를 출시한 현대차와 쌍용차만 웃었다.
올해 각각 팰리세이드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선보인 두 회사는 지난 2월 내수에서 전년 대비 6%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현대차, 내수서 전년 대비 6.4%↑...“팰리세이드 덕 봤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5만 3406대를 판매해 전년(5만 200대)보다 6.4%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올해 초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5769대)가 주도했다. 현대차는 6000대 가까이 팔린 팰리세이드가 없었더라면 지난해보다 오히려 2500대 가량 뒤처지는 실적을 낼 뻔 했다.
실제로 주력차종인 코나는 1955대 팔리는 데 그쳐 전년 동월 대비 41.9%나 크게 떨어졌다. 또 월 1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그랜저 역시 전년 대비 14.1% 감소한 5680대에 머물렀다. 주력으로 판매되는 아반떼(4973대)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기아차, 신형 쏘울 신차효과 못 봤다...전년 동월 대비 10.2% 급감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3만7005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0.2%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올해 신형 쏘울(608대)를 새롭게 출시했지만 이렇다 할 신차효과를 보지 못 했다. 134대에 그쳤던 전년보다 크게 늘긴 했지만 월 1500대 이상으로 잡은 판매목표엔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세단차종인 K시리즈의 부진이 뼈아팠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K3(3392대)는 71.7%, K5(2787대)는 27.4%, K7(2226대)는 26.2%씩 판매가 크게 줄었다. 대형 세단인 K9(906대)도 구형 시절인 전년 동월(39대)보단 많이 팔렸지만 전달 보다 16.4% 하락했다.
RV 차종들의 판매량도 기아차의 베스트셀링카인 카니발(4312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뒷걸음질 쳤다. 4157대에 그친 쏘렌토를 비롯해 스토닉(823대), 스포티지(2214대), 모하비(180대) 등 최소 18.0% 이상 판매가 급감했다. 다만 친환경차인 니로(1774대)는 전년 동월보다 7% 늘었다.
◇ 렉스턴 스포츠 등에 업은 쌍용차, 이번에도 내수 3위 사수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7.2% 증가한 7579대를 판매해 내수 3위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쌍용차가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주력차종인 렉스턴 스포츠의 선전 덕분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롱보디 모델인 '칸'이 올해 초 출시된 데 힘입어 지난달 총 3413대가 판매됐다. 한창 신차효과를 누리던 전년 동월보다 오히려 29.3%나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축소됐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였다.
또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쌍용차의 쌍두마차인 티볼리도 2960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7.4% 판매가 늘었다. 전월(3071대)보다는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최대 경쟁자인 코나(1955대)에 크게 앞서는 수치다.
지난달 출시한 신형 코란도까지 시장에 연착륙하면 쌍용차의 판매 확대는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팰리세이드에 밀린 G4 렉스턴은 지난달 811대에 그치면서 전년 동월 대비 28.0% 급감했다.
◇ 한국지엠, 전년 동월 대비 10.8% 감소했지만 꼴찌 탈출 성공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5177대를 판매해 르노삼성차를 제치고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전년 동월 대비 10.8% 떨어진 수치지만 르노삼성차의 판매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한국지엠의 2월 내수 실적은 이번에도 경차 스파크가 주도했다.
스파크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2401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0.1%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나머지 10종의 차종들 가운데 1000대를 넘긴 모델은 중형세단 말리부(1075대)가 유일하다.
아베오와 임팔라, 볼트의 판매량은 각각 1대, 2대, 4대에 불과하고 올해 내놓은 신차 카마로 역시 18대에 머물렀다.
920대가 팔린 트랙스는 절대적인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지만 739대에 머물렀던 전년 동월 보다는 24.5% 증가했다. 또 경상용차인 라보(328대)의 판매량도 전년 동월보다 18.8%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 르노삼성차, 2월 4923대 그쳐 최하위...임단협 타결 지연·파업 영향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4923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8% 떨어진 실적을 기록했다. 앞서 전달에는 5174대를 판매해 불과 121대 차이로 한국지엠을 따돌렸지만 1개월 만에 4위 자리를 내줬다.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 감소는 임단협 지연과 파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력차종인 SM6는 고작 1061대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24.6%나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르노삼성차의 베스트셀링카인 QM6는 전년 동월 대비 21.1% 오른 2280대가 판매돼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르노삼성차의 판매 라인업 가운데 지난달 내수 판매 1000대를 넘긴 차종은 SM6와 QM6 뿐이다. 10년 가까이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없는 SM3·5·7은 지난달 각각 369대, 299대, 231대에 머물렀다. 수입 판매되는 QM3(324대)와 클리오(158대)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판매반등을 이끌 신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그간 업계는 신차를 적기에 내놓지 못해 부진을 자초했다”며 “신차의 품질과 가격, 마케팅 전략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판매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